▶ 21세기 우리아이들…어떻게 기를까
▶ 공부 잘 하기
“다른 집 아이들은 너무 TV와 컴퓨터 게임에 몰두해 책을 안 읽어서 부모들이 걱정을 하는데 우리 아이는 책은 많이 읽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책을 늘 손에 달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학교 성적은 별로 좋지가 못해요. 공부를 잘하려면 우선 리딩(reading)을 잘 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리딩을 잘하면서도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도 있나요?”
-5학년 지호 어머니
어디를 갈 때 걸어가는 사람과 자동차를 타고 가는 사람을 비교할 수 있다. 걸어가는 사람이 아무리 열심히 걷고 또 심지어 뛰어가더라도 자동차 타고 가는 사람을 앞지를 수는 없다.
어디를 갈 때 자동차가 교통수단이 되듯 공부할 때는 리딩이 공부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공부를 잘 하려면 그 수단방법인 리딩을 잘 해야 한다. 그러나 제 아무리 좋은 자동차를 탔다 하더라도 어디로 가는지를 모른다거나 지도도 없이 덮어놓고 운전만 하고 나선다면, 즉 지호 같이 그저 많이 읽기만 한다고 반드시 공부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골목길을 헤매면서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고생을 많이 하는 수가 있다. 너무나 비효과적이다.
그러기에 지호는 숙제를 한다고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기는 하는데 숙제를 금방 끝내지를 못한다. 그렇다고 지호가 꾀를 부리는 것 같지는 않다고 지호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즉, 지호는 좋은 자동차로 많은 골목길을 헤매거나, 딴 길로 가거나 등등 시간 낭비가 심하다.
■지호의 문제점:
1. 지호는 꾀부리는 학생이 아니다. 그러나 숙제를 할 때 쓸데없는 공부를 해서 방황하기 때문에 숙제하기가 매우 어렵다.
즉,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부분을 읽고, 또 읽고 어떤 부분은 그리 어렵게 읽어서도 완전히 이해를 못했다.
2. 지호는 몰라서 틀리는 것보다는 실수로 틀리는 일이 많았다. 보통 silly mistakes라고 웃어 넘기거나, ‘아는 것을 틀렸다.
다음은 조심하면 된다’라고 넘기는데, 그럴 때도 있지만 숙제나 시험을 이해할 때 오해나 반 정도의 이해 밖에는 못 하는데 문제가 있었다.
■지호 문제의 해결책:
1. 지호는 많은 책을 읽었다고 하지만 기계적으로 읽은 셈이다. 이것을 문자 그대로 ‘mechanical reading’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기계적으로 눈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갔다가 그 다음 줄로 넘어간다고 해서 책에 쓰여진 글이 저절로 두뇌에 입력되어 이해를 하고 이해한 것이 자신의 지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읽기란 책의 글을 읽고 많은 문장 등을 한데 모아 글의 생각(thoughts) 들을 가장 중요한 생각(one vital thoughts)으로 간추리는 것이다.
2. 그렇다면 읽는 것을 가장 중요한 하나의 큰 생각으로 어떻게 만드나?
a. 책은 반드시 그냥 읽어서는 안 된다. 책의 내용의 중점(main idea)이 무엇인가를 꼭 찾아내야 한다.
b. 이 중점을 찾을 때 별로 필요 없는 내용을 묵살할 줄 알아야 한다. 내용이 필요한지 않은지는 그 내용을 뺐을 경우 그 글의 중점이 달라지는지를 규명하고 그 내용이 달라지지 않을 경우는 그 내용을 삭제해도 된다.
예: 따듯한 봄날, 바람이 솔솔 부는데, 영희는 동생 영애와 같이 뒷동산에 놀러 가는 중이었다.
이 문장이 글에 만일 처음 나왔다면 이것은 이 글의 시작으로만 보면 된다.
그러나 이 문장이 글의 도중에 나왔다면 ‘놀러 가는 중’만으로 그 중점이 충분히 된다. 여기서 ‘봄’이니 ‘바람’이니 하는 내용이 없더라도 ‘놀러 가는 중’이라는 중점에는 아무 상관이 없다.
c. ‘놀러 가는 중’이라는 이 내용의 중점을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몇 개의 단어로 바꾸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예: ‘놀러 가는 중’이라고 기억해도 되고, 혹은 ‘즐거운 일’ 혹은 ‘자기가 동생이나, 언니, 오빠(형)와 놀러 가던 일 등’을 연상하든지 그것이 그냥 글에 쓰여진 프린트가 아니고, 실상 자신의 생활과 연결될 때 가장 오래 남는다.
3. 읽은 내용의 중점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읽은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나? 그것은 즉,
a. 그 내용의 중점이 자기가 이미 갖고 있는 지식이거나 경험과 비슷해야 한다.
여기에서 경험은 직접적인 경험일 수도 있고, 간접적인 경험(책을 통해서 얻은 경험)일 수도 있다. 이러한 근본적인 밑바닥 없이 그냥 읽으면 읽은 것은 그 때만 기억할 뿐 그것이 내 것이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 지식이 시험에 날 때 곧 잊을 수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주입식 교육에 많이 익숙했던 우리 부모 세대들은 ‘태정태세문단세…’ 등으로 이조시대 왕명을 외우고 ‘빨주노초파남보’로 무지개 색깔을 외웠던 기억이 있다.
그런 것을 아무리 외워봤댔자 그리 기계적인 외움밖에는 못 된다. 왜냐하면 그 옛날의 임금들의 서열이 무엇이었다는 것은 우리의 생활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사가 우리와 인연이 없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역사 교과서를 쓰는 저자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들어가야만 할 이름들이지만 그들의 이름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즉, 주입식 교육에서는 이름, 연대 등을 강조하지만 대원군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이름보다는 그의 ‘쇄국 정책’이다.
b. ‘무엇’(what)이, ‘어디서’(where), ‘누가’(who), ‘언제’(when) 등은 주로 정보 수집에 지나지 않지만,
c. ‘어떻게(how)’와 ‘왜’(why)는 생각(discussion, think)들을 자아낸다. 즉, 논의와 생각을 자아낸다.
■결 론
지호는 읽기는 잘한다. 그러나 그 읽기의 뚜렷한 목적이 없었다. 이런 학생들은 주로 흥미위주의 독서를 많이 한다.
이런 독서는 흥미만 추구하나 공부는 흥미 추구가 아니다. 공부에 대한 것을 읽을 때는 그 중점을 정확하게 잡아야 된다.
즉, 운전을 하려면 지도를 보고 그 행선지를 정확하게 규명하여야 된다.
그 중요한 규명 방식으로, ‘무엇’ ‘어디서’ ‘누가’ ‘언제’에 해당되는 것은 책에 그 정보가 어디에 있느냐는 것만 알면 되고, ‘어떻게’ ‘왜’ 등은 생각해 보기가 중점이다. 그 중점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전정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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