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와 강자는 언제나 주위로부터 부러움을 사지는 않는다. 평소 잘 하다가도 어쩌다 실수하면 욕을 먹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강자 역시 마찬가지다.
백 번 잘하다가도 한번 삐끗하면 추종하던 자들이 모두 손가락질을 하며 등을 돌리곤 한다. 미국의 현재 입장이 바로 이런 형국이 되지는 않을는지.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9.11테러 1주기를 앞두고 또 다시 이라크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정책이 세계 각국의 지지를 얻지 못해 미국의 입지가 좁아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주위의 우방국가는 물론이고 국내에서, 그것도 미국의 유수 언론, 공화당 내부의 중진들까지 부시의 이런 계획을 반대하고 있다. 그들의 의견은 하나같이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데 모아진다. 상황이 이런데도 미국은 굳이 전쟁을 감행하고 나서겠다는 움직임을 보인다. 자칫하면 국제사회에서 커다란 실패를 자초하는 일일는지도 모른다.
미국이 아무리 그동안 초강대국으로 세계 정치나 경제에 이바지했다고는 하나 이 번에 자칫 실수하면 지금까지 해온 공로는 허사가 될 수 있다.
부시는 이라크의 후세인과 리비아의 카다피가 세균을 계속 개발하고 있는 점을 들어 북한을 포함한 7개국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이후 제1순위로 후세인 축출을 공언하고 나섰다. 이들을 놔두면 세계가 큰 위기에 놓일 것이라며 미국의 안보나 세계평 화에 걸림돌이 되는 국가라면 가차없이 척결하겠다는 의지다. 이런 식으로 본다면 미국과 소련이 각각 지구를 수 차례나 멸망시키고도 남을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은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이유야 어떻든 문제는 지금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공격에 우방국가들이 동조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그의 의지대로 한다면 미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홀로 외롭게 싸워야 한다는 결론이다. 전쟁은 국가의 막중지사다. 그런 일을 국제무대와 국민의 공감대 없이 함부로 처리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이라크와 가깝게 연계돼 있는 러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서구의 독일, 심지어 최우방국인 영국까지도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이 같은 마당에 이들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미국은 세계에서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 미국은 이민국장이 사표를 낼 정도로 이민 시스템이 혼란하다. 경제도 지난 1년간 9.11테러 이후 계속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
세계 강국으로 불리는 미국이 이제 예전과 같지 않다. 그런데도 부시 대통령이 이런 모험을 하려 드는 것은 보통 모험이 아닐 수 없다. 9.11테러 이후 알 카에다 조직을 척결할 때 좋았던 인기가 경제혼란을 거듭하면서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같은 시도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의도로 전쟁을 들고나서다가는 큰 일이다.
아무리 강대국이라도 모두가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싸운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세상에는 독불장군이 없다. 지금껏 미국이 부강할 수 있었던 것은 원천적으로 깔려있는 자원이 풍부한 덕분이다.
지금은 수많은 인종이 몰려들어 두 사람이 먹던 것을 세 사람, 네 사람이 나누어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다 테러단들이 잠입해 생화학 테러의 위험이 높아지고, 알 카에다 조직이 전 세계에서 테러를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
국가는 안보차원에서 이들을 막기 위해 입국 동시 지문을 찍네, 뭐네 하면서 새로운 관리 체계를 갖추느라 야단법석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미국의 주요 논객들 가운데는 마치 로마가 멸망할 때 북쪽에서 게르만족이 밀려들어올 때와 유사하다고 표현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이 땅에 우리가 사는 한 시민으로서 이 나라를 걱정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땅은 우리의 생업이 있고, 후손들이 뿌리를 내려야 하는 곳이다. 자칫 잘못해서 이 나라가 흔들릴까 두렵다. 미국은 아직까지 세계 최고의 부국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동안 잘했어도 한번 잘못하면 설자리가 없어진다. 강자의 입장에서 미국이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갈지... 부시 대통령의 결정이 심판대에 올라 있다.
여주영/뉴욕지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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