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많던 인파, 인근 새 상가로 ‘썰물’ 재개발 계획도 ‘사공 많아’ 지지부진
십여년전 UCLA 앞 웨스트우드 빌리지는 젊음과 활기가 넘치는 동네였다. 젊은이들은 주말밤이면 웨스트우드 빌리지로 달려갔고 멋진 레스토랑과 맥주집, 옷가게가 들어찬 거리는 몰려나온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술렁대며 비즈니스도 활기에 찼었다.
LA에서 몇 되지 않는 ‘밤에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로 그 인기는 할리웃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러나 불황이 찾아든 90년대 초반 이후 샤핑객들과 입주 비즈니스들이 대거 빠져나가며 웨스트우드 빌리지 지역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인근에 신식 샤핑 몰과 샌타모니카 3가 프라미네이드등 보행자 지향적인 샤핑구역이 생기면서 웨스트우드 빌리지를 가득 메웠던 샤핑객들과 리테일 스토어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잦은 청소년 폭력도 이 지역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나이든 부유한 고객들을 쫓아 버렸다.
그러나 웨스트우드 빌리지는 고소득인 지역 주민, LA 최고의 부자동네인 벨 에어와 브렌트우드, 베벌리힐스를 지척에 두고 있는 위치등 어디로 봐도 LA에서 손꼽히는 비즈니스 최적지. 당연히 웨스트우즈 빌리지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없을 수 없었다. 지난 수년간 수억달러의 민간 및 공적 자금이 투자되고 비즈니스 부양노력이 다각도로 이뤄졌다. 그러나 현재 그 성과는 당초의 기대를 전혀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식당과 수퍼마켓등 새로운 비즈니스들이 많이 들어섰으나 정작 샤핑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고급 리테일 스토어나 이 지역 전체의 면모를 일신시킬만한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들이 난관에 부딪히면서 이렇다할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는 것. 상인들은 여전히 저렴한 주차공간이 부족하다고 불평하고 개발업자들과 주택소유주들은 개발 프로젝트가 지연되는데 대해 서로 손가락질을 하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이 곳이 지역구인 잭 와이스 LA 시의원은 “많은 사람들의 갖가지 이해 상충이 웨스트우드 빌리지 재개발에 최대 난관이 되고 있다”고 꼬집는다.
웨스트우드 재개발은 90년대 중반 이후 민간과 정부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면서 매우 의욕적으로 추진됐다. 시정부는 주차장 건설과 도로 및 인도 개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웨스트우드 빌리지 비즈니스 육성 지구’로 지정, 쾌적한 비즈니스 및 샤핑 환경 조성에 노력했다.
풍부한 경험과 자금력이 뒷받침된 아이라 스메드라나 리전트 프로퍼티즈, 매디슨 마퀘등 유수한 개발회사들이 참여, 극장과 상가 조성을 위한 여러 가지 야심적인 계획을 기획하고 추진했다. 이런 노력으로 그간 서너개의 고급 레스토랑과 부틱 호텔, 25년만에 처음인 빌리지내 수퍼마켓등 100여개의 비즈니스가 새로 들어섰고 리테일 공백률이 5%선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런 발전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속도와 범위는 기대밖이라고 지역 관계자들은 말한다. 새로 생긴 일부 리테일 업소들은 매상이 좋아졌으나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업체들도 많다. 당초 기대했던 야심적인 청사진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스메드라가 빌리지 내 동쪽 글렌던 애비뉴에 건설할 계획이었던 1억달러규모의 프로젝트는 주민과 빌리지내 다른 그룹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 5에이커에 달하는 부지는 현재 대부분 빈터로 남아 있다. 두 번째로 나선 개발회사인 캐스덴 프로퍼티즈는 350유닛의 아파트에 1층은 비즈니스로 채우는 주상복합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싶어하나 이 역시 주민과 정부관계자들의 오랜 논란을 거쳐야한다.
리테일 컨설턴트 랍 요크는 웨스트우드 지역의 인구통계학적 조건과 UCLA라는 베니핏은 대단한 것이나 웨스트우드 빌리지가 과연 어떤 모습이며 무엇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뚜렷한 비전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리테일 개발 전문업체로 전국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매디슨 마퀘는 빌리지 심장부에 랠프스 수퍼마켓을 열고 웨스트우드 블러버드상의 많은 스토어들을 분양했으나 여전히 보다 역동적인 소매상가의 모습이 빌리지에는 필요하다고 시인한다.
리싱 디렉터 로버트 베이커는 샤핑객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핵심적인 리테일 비즈니스들이 더 많이 들어와야 한다고 말한다.
리테일 공백률은 감소했지만 최고급, 패션 지향적인 체인 스토어들을 끌어들이는데는 실패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매디슨 마퀘는 한때 오피스 디포가 들어선다는 분양 간판을 내걸었는데, 지역 운동가 스티브 샌은 “샌타모니카 3가 프라미네이드나 몬태나 애비뉴에 오피스 디포가 있더냐”고 반문하며 랜드로드들이 아주 근시안적으로 거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곳에서 아시안 퓨전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 주인은 고급 리테일 비즈니스들이 많이 들어오고 파킹이 개선되고 구역전체에 걸친 프로모션이 이뤄지면 점심시간이나 주말 저녁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 것이라고 희망하고 있으나 웨스트우드 빌리지가 옛날의 영광을 되찾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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