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운전자들의 시선을 앗아갈 정도로 디자인이 빼어나고 고급차 냄새가 물씬 나는 아우디 TT 스포츠 쿠프와 폭스바겐 뉴비틀은 보기에 전혀 딴 차다.
고급 승용차 렉서스 ES300이 ‘기본적으로는’ 도요타 캠리와 같다는 것쯤은 그간 신문 잡지를 읽고 아는 사람들도 많지만, 볼보중 가장 작은 쿠프 S40이나 V40이 미쓰비시 에클립스 쿠프나 크라이슬러 세브링 쿠프와 유전자가 같은 쌍둥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겉보기는 다르나 속은 같은 차들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요즘 자동차 메이커들은 새 자동차를 만들 때 껍데기부터 속까지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새로 개발하지는 않는다. 그러자면 디자인 개발, 금형 제작 등 어마어마한 생산비용이 들기 때문에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GM이 지난 30년대 첫 선을 보인 이래 자동차 겉껍질(body) 아래의 차체와 부품, 엔지니어링 등을 공유하는 쌍둥이 차 생산방식은 지금 보편화되고 있다. 의상에 따라 전혀 다른 여인이 탄생하듯 하나의 플랫폼(platform) 위에 다른 옷을 걸치거나 때로는 성형 수술하듯 골조를 늘리고 줄이기도 하면서 겉보기는 전혀 다른 차를 수십 종이나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자동차들이 쌍둥이 차들이고 어떤 부품들을 얼마나 많이 공유하고 있는 가를 알면 상당한 절약을 할 수 있다. BMW5 시리즈와 경쟁차종인 고급 승용차 아우디 A6의 우아한 풍모에 마음을 뺏겼는데 살 형편이 안 된다면 대부분의 엔지니어링을 같이하고, 엔진 트랜스미션 등 파워 트레인도 같은 것을 쓰는 폭스바겐 파사트 V-6를 구입하면 될 것이다. 브랜드 네임과 멋은 격이 다르겠지만 성능으로 보는 맛은 아우디와 거의 다름없을 것이다.
일본차의 성공도 사실은 개발과 엔지니어링, 제조, 부품등 전 생산과정에 걸쳐 기본적으로는 같으나 가능한 최대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쌍둥이 차의 경제성’에서 찾을 수 있다. 하나의 플랫폼을 토대로 매우 다양한 자동차가 생산될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업계도 사실 무엇을 플랫폼으로 정의하느냐로 애를 먹는다. 자동차의 겉껍질(body) 아래 차체(underbody) 구조를 플랫폼으로 봐왔으나, 도요타에서는 공유하는 부분의 퍼센티지, 즉 서로 다른 차가 같은 부품을 얼마나 많이 공유하고 있느냐는 정도에 따라 판별한다.
껍질 아래 차체도 요즘은 늘렸다 좁혔다 하면서 승용차를 베이스로 SUV와 같은 전혀 다른 차 종류를 생산해 낸다. 승용차 렉서스 ES300에서 SUV인 렉서스 RX300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닛산에서 새로 선보인 스포츠카 350Z는 인피니티 G35 세단의 플랫폼 위에 올려놓은 것이며 M45 세단과 FX45 스포츠 왜건도 같은 플랫폼을 쓴다.
도요타 캠리의 차체는 실로 다양하게 쓰인다. 고급 승용차 렉서스 ES300, SUV인 RX300, 미니 밴인 도요타 시에나, 도요타 표 세단중 가장 큰 아발론, 심지어 인기 상승세인 도요타 SUV 하일랜드에까지 들어간다.
경쟁관계인 메이커들끼리 플랫폼을 같이 사용하는 경우마저 늘고 있다. 도요타의 코롤라를 토대로 한 매트릭스 스포츠 왜건은 폰티액 바이브와 껍데기 철판만 다를 뿐 거의 똑같은 쌍둥이고 볼보의 40시리즈 승용차와 왜건은 크라이슬러의 세브링, 미쓰비시의 에클립스와 공동개발 계약 시리즈의 하나로 생산되는 것들이다.
크라이슬러가 머세데스 벤츠와 합작하는 바람에 소비자들은 크라이슬러 브랜드로 벤츠의 엔지니어링을 맛볼 수 있게 된다. 내년 초 생산 예정인 크라이슬러 크로스파이어 쿠프는 머시디스 엔진과 드라이브 트레인을 쓰며, 벤츠 E클래스를 위해 개발된 후륜 구동형 서스펜션 위에 올려지는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스포츠 왜건도 내년 상반기중 출시 예정이다.
부품의 공유정도가 워낙 폭이 크므로 쌍둥이보다는 사촌에 가까운 차들도 많다. 혼다 어코드와 고급 브랜드인 애쿠라 3.2TL은 기본 차체는 같으나 쌍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엔진과 트랜스미션, 바디 패널, 서스펜션, 헤드라이트, 최고 음향 시스템 등 워낙 많은 부분이 다르고 고급품을 쓰기 때문에 이름표만 다를 뿐 아니라 성능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난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로서는 공유 내용을 잘 파악하고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 실속형이라면 아우디 대신 파사트를 살 것이나, 싼 차에 옵션을 이것저것 붙여 높은 가격을 지불할 바엔 고급 브랜드와 기본으로 들어가 있는 옵션, 한결 나은 성능을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다.
브랜드 이미지와 자동차의 향기, 멋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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