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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영(서울경제 뉴욕특파원)
1989년 수천명의 동독인을 태운 열차가 체코 프라하를 거쳐 서독 땅에 도착, 자유를 찾았다. 당시 에리히 호네커 서기장이 이끄는 동독 정권은 인민들에게 자유를 주지 않았고, 동독인들은 경비병의 무차별 발포를 무릅쓰고 목숨을 걸고 베를린 장벽을 넘었다.
철저하게 관리되던 공산 동독에도 자유의 바람은 막을 수 없었다. 소련에선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주도하는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의 열풍에 휩싸이고,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에 민주화와 개방의 함성이 일면서 동독으로 옮겨 붙었다.
동독인들에게 자유를 얻는 길은 두 가지였다.
그 첫째는 동독을 탈출, 서독으로 도망가는 것이고, 다른 방법은 동독 내에서 민주화 운동을 벌이는 일이었다. 그 해 9월부터 10월초까지 서독으로 탈출한 동독인은 10만명에 이르렀고, 마침내 동독을 18년간 집권한 호네커 서기장이 물러났다. 사슬에서 풀린 동독 주민들은 11월9일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고, 40년간의 독일 분단은 종언을 고했다.
이제 한반도에서 13년전 독일에서 있었던 일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8일 어린이 10명을 포함한 21명이 목선에 의지해 목숨을 걸고 서해바다를 건너 남쪽 땅을 찾았다.
지난해 6월 장길수군 일가족 7명이 베이징 유엔 고등판무관(UNHCR) 사무소에 진입한 후 입국한 것을 시작으로, 올 3월에는 주중 스페인 대사관을 통해 25명이 입국하고, 두 달전에는 주중 한국 대사관을 통해 24명의 탈북자들이 서울에 들어왔다. 최근 들어 북한을 탈출, 남한으로 들어온 탈북자는 2,500명에 이르고, 한국 정부의 수용시설이 부족할 정도라고 한다.
물론 최근 북한 주민의 집단탈출이 서독과 같은 통일의 서막일지는 좀더 지켜보아야 한다. 독일 통일 당시에 수십만명이 집단 이동한 것에 비하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동독 내에는 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일었다는 점에서 아직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또 50년 동안 북한을 지배해온 김일성-김정일 부자 세습체제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작금의 정황으로 보아 북한 정권이 한계에 이르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최근 미국 ABC 방송이 저녁 프로그램인 ‘데이트라인’을 통해 만주로 탈출한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시리즈로 보도한 바 있고, 베이징 근처에는 수많은 탈북 주민들이 떠돌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탈출을 돕고 있는 독일인 의사 노베르트 폴러첸은 최근 "탈북자 1,500명이 해상탈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올 들어 북한은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시장 경제를 도입하는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다. 1달러당 2.2원 하던 환율을 150원으로 70분의1로 대폭 절하하고, 식량 및 의복 배급제를 철폐하고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 두 가지 사실은 북한에 외환이 고갈되고,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이 외환이 충분하기 때문에 암시장의 가격 변동과 연초 일본 엔화 하락 때에도 불구, 1달러당 8위안의 고정환율을 지켜가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북한 암시장에서 1달러당 200원에 거래된다는 것은 통제 환율로 교환할 외환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북한 노동자의 월급을 15~20배 인상해놓고, 1kg당 쌀값을 0.08원에서 43원으로, 옥수수값을 0.07원에서 33원으로 500배 이상 올린 것은 정부가 가격 통제를 할 재정이 없음을 반증한다. 시장 경제를 한답시고 봉급 인상보다 수십배 높은 식량 가격 상승을 방치함으로써 북한 정권은 인민들의 굶주림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먹을 것을 찾아 남한을 찾는 북한 사람들이 급증할 것이 불을 보듯 분명하다. 155마일 휴전선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고, 독일처럼 내륙으로 연결되지 않았으니, 해상 루트가 북한 주민들의 탈출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 주민들을 받아들일 사람은 같은 민족 밖에 없다. 경제력이 월등하고, 자유민주주의를 구가하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 북한 주민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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