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컴퓨터를 켜면 하루 평균 약 40통 정도의 스팸메일이 뜬다. 내 주소록에 내장되어있지 않고 내게 처음으로 e메일을 보내는 사람들의 편지는 스팸메일로 분류되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생각에 스팸메일을 확인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개가 다 무엇인가를 팔려고 하는 메일들인데 성인사이트를 보라는 광고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융자회사나 신용카드 회사들의 광고다. 공짜 여행을 시켜준다는 광고도 끊이지 않고 남성확대술 광고나 다이어트 관련 광고도 단골메뉴다. 그 외에도 몰래 카메라 판매 광고, 비아그라나 비타민 등 약제 광고, DVD광고 등도 분주히 올라오는 광고들이다. 어떤 광고들은 개인적인 편지처럼 해서 보내기도 하고 혹은 전혀 정체를 알 수 없도록 위장해서 보내기도 한다. 처음에는 이런 정체불명의 편지들을 만나면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일일이 확인하느라고 꽤 시간과 신경을 낭비했지만 대개 같은 유형들이라서 이제는 굳이 열어보지 않아도 척 보면 알 수 있다. 재래시장에서 일정 공간을 확보하고 일정한 유형의 상품들을 사고 팔던 시대에 비하면 지금은 엄청나게 많은 상품들이 기발하고 기묘한 방법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시대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상상도 하지 못할 거래가 발생했다. 영혼을 팔아 넘긴 사람이 등장한 것이다. 아이오와주 디모인에 사는 24살 난 네이든 라이트라는 웹디자이너가 인터넷 경매를 통해서 자신의 영혼을 판다는 광고를 올렸다. 그런데 사이트 운영자인 "e베이"가 이 광고를 삭제되자 곧 바로 "야후"로 사이트를 옮겨서 마침내 낙찰에 성공했다. 낙찰가는 단돈 31달러. 영혼의 가격이 31달러라는 이 믿을 수 없는 거래를 성사시키고 나서 네이든 라이트는 영혼판매가 자신이 경영하는 온라인 잡지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16세기 독일의 전설에 파우스트라는 학자가 등장한다. 그는 비텐베르그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박사의 학위를 받았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아니하고 의학, 천문, 수리 등의 학문을 공부하면서 세상과 우주의 궁극적 이치를 알려고 애쓴다. 그렇게 끝없는 지식욕에 불타지만 한정된 세상의 지식에 식상한 그는 마침내 마술의 세계에까지 탐닉하게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악마와의 계약조차도 마다하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이 세상의 모든 지식과 쾌락을 얻는 대신 그의 영혼을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팔아 넘기는 것이다. 그 후 악마의 도움으로 별세계와 지옥을 탐방하는가 하면 시간을 거슬려 고대 그리스의 전설적인 미녀 헬레나와 사랑에 빠지는 등 자유분방하고 종횡무진의 24년 세월을 보낸다. 그러나 어느 한 순간 그의 숨을 불현듯 끊어지고 탄식과 후회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혼은 지옥으로 떨어져 영겁의 벌을 받게 된다. 과연 영혼을 값어치는 얼마나 될까? 성경에서는 "한 영혼이 천하보다도 귀하다"고 하지만 네이든 라이트는 영혼의 존재를 믿지 못했던 것 같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영혼이고 설혹 있다고 치더라도 어디에 써먹을지도 모를 영혼이라고 생각했기에 재미 삼아서, 혹은 매스컴의 홍보효과를 기대하고 그런 발상을 했을 법도 하다. 그래놓고 그는 자신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성공했다고 기고만장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네이든(Nathan)이란 이름은 "하나님에 의해 주어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 이름을 가진 그가 하나님에 의해 주어진 그 영혼을 그리 값싸게 팔아버렸으니 앞으로 누군가에 의해 합법적으로 영혼을 지배당할 그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고 염려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거래를 한 사람으로 팥죽 한 그릇에 장자 권을 야곱에게 팔아먹은 에서를 성경은 예시한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네이든처럼 노골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결국은 영혼을 팔아 팥죽을 사는 듯한 현대판 에서의 삶을 살고 있지는 않는가.
파우스트의 전설을 작품화하면서 괴테는 전설과는 달리 파우스트가 결국 구원에 이르는 것으로 결말 짖는다. 구상에서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60년에 걸쳐 붙잡고산 파우스트라는 인물은 이미 괴테 자신의 분신이 되어 있었을 것이고 이 대 문호도 결국 자신의 영혼이 악마의 소유로 지옥에 떨어지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인생의 결론에서 영혼의 구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그가 알았던 것 같다. 그렇다. 인간의 영혼은 절대로 함부로 할 수 있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영혼의 무거움에 눈 뜰 때에 우리는 "저 너머의 삶"을 볼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의 삶도 경망스럽거나 방종치 않게 될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