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학교내 한국어반 개설열기가 후끈하다. 이번 학기부터 밸리지역의 클리블랜드 고교에 새로 한국어반이 생기고 풀러튼의 서니힐즈 고교엔 수강생이 넘쳐 1개 반이 증설된다. 뿐만 아니라 폐강됐던 위트니 고교 한국어반이 부활되고 세펄비다 중학교는 올 겨울 인터세션부터 남가주에서 세 번째로 한국어반이 생기는 중학교가 된다. SAT II 한국어진흥재단(이사장 문애리) 측에 따르면 지난 학기까지 전국 초·중·고교 총 41개 학교에 약 133개의 한국어반이 설립됐으며 3,251여명의 학생들이 등록했다. 이중 약 60%가 남가주지역 학교들이며 이 밖에 현재 20여개 학교들이 학교장 승인을 거쳐 교사를 모집하는 등 개설 진행중이거나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과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으로 알려졌다. 최근 바짝 달아오른 공립학교 내 한국어반 설립, 그 필요성과 중요성, 개설절차, 현재 추진중인 각 학교 한국어반 관련정보를 소개하고 각 학교 학부모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한국어반 개설의 필요성
최근 UC계열대 및 전국 명문대들이 SAT I 보다 SAT II의 가중치를 늘려감에 따라 SAT II 한국어 시험이 한인학생들의 대학 진학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SAT II 한국어시험에서 고득점을 올린 한인 학생들이 입학 사정에서 그만큼 유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리처드 앳킨스 UC계열대학 총장이 "SAT I은 학생들의 타고난 재능을 평가하지 못하므로 대입수능평가제로 부적절하며 특정과목의 지식수준을 측정하는 SAT II가 수학능력 평가시험으로 적합하다"고 발표, UC계열대 중 UCLA와 UC버클리의 경우 이미 SAT II 점수에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으며 그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현재 전국적으로 대입지원시 SAT II를 요구하는 대학은 150여개에 달하고 있으며 하버드, 콜럼비아 등 명문사립대들은 작문과 수학을 포함해 총 세 과목의 SAT II 점수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2일 SAT II 한국어 진흥재단에서 개최한 한국어반 개설 현황보고회에 참석한 학부모들 가운데 사설 SAT학원을 운영하는 최정인 어바인 고교 한인학부모회장은 "대부분 한인 학생들이 SAT II 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한다"고 말하고 "다른 외국어를 잘 한다 할지라도 은연중에 익숙해져 있는 한국어는 몇 년만 제대로 가르치면 다른 과목에선 생각지도 못할 고득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세펄비다 중학교 한인학부모회 김은희 회장은 "한국어 교육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마음놓고 자녀를 맡길 만한 기관이나 교사들은 태부족이다. 더욱이 SAT II에도 한국어 과목이 생긴 이 시점에서 우리도 공교육의 혜택을 받아야 하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한국어를 배움으로써 한민족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세계적으로 손꼽힌다는 언어문자로서의 우수성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되며 8,000만을 육박하는 인구가 사용하는 언어로 세계 10대 언어중 하나라는 사실 등 2세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의 원론적 중요성을 굳이 앞세우지 않더라도 공립학교내의 체계적인 한국어반 개설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다.
■한국어반 개설 절차
진흥재단 문애리 이사장은 공립 초·중·고교에서 한국어교육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한국어반 개설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학교당국의 협조가 필요하며 ▲양질의 교사진을 확보하는 등 3 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한국어반이 이미 설립 또는 현재 추진중인 학교에는 대부분 한인학부모회가 구성돼 있거나 진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부모회가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자녀가 재학중인 공립학교에 한국어반이 생겼으면 하는 바램을 가진 학부모 또는 학부모회는 진흥재단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그 첫 번째 스텝.
진흥재단에는 한인 및 외국인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 양식이 마련돼 있다. 설문조사후 20∼30명 이상의 긍정적 반응이 모아지면 학부모회에서 또는 재단측에서 학교 당국에 설립을 건의한다.
또 필요에 따라 진흥재단측 홍보담당자를 초빙해 학생, 학부모 및 학교 행정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를 열기도 하며 학교장을 ‘중·고교 교장 한국연수’에 추천할 수도 있다.
’중·고교 교장 한국연수’란 전국 공립 중·고교내 정규 한국어반 설립에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학교장들을 한국으로 초청,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토록 돕기 위한 취지에서 SAT II 한국어진흥재단이 지난 2000년부터 연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진흥재단 측은 추천받은 교장에 대해 적격여부를 심사한 후 SAT II 한국어진흥재단 공식초청 형식으로 항공료와 체재비 등 연수에 소요되는 일체 경비를 부담한다.
학교장이 한국어반 개설을 확정한 후에도 재단측에 요청해 교사모집 등 실제 수업진행과 학급 유지에 필요한 여러 가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문의 번호 (213)380-5712 웹사이트 www.sat2korean.com
■학교별 한국어반 현황
▲클리블랜드 고교
학부모들의 끈질긴 요청에 따라 지난달 20일 이번 학기부터 한국어반 3개를 긴급 개설하고 UCLA 출신 김희정 교사를 한국어 담당 교사로 채용할 것을 결정했다.
지난 한해동안 한인 학부모들과 함께 노심초사한 클리블랜드 고교 한인 학부모회 김석인 전회장은 "여러 차례의 고비를 넘기며 애태우더니 개학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신설이 확정됐다. 진흥재단 측의 지속적인 도움과 와이너 교장선생님의 올여름 한국연수 참석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 같다"며 기뻐했다.
신설되는 한국어반은 초·중·고급의 3단계로 구성되며 학급당 20∼30명 정원의 정규 과목으로 운영될 계획. 클리블랜드 고교에는 매그닛 프로그램의 약 25%, 홈스쿨에 약 7% 등 총 300여명의 한인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서니힐즈고교
풀러튼 지역 한인 다수재학고교로 5년전 한국어반이 신설, 초·중·고급 3개반이 운영돼 왔다. 이 학교 한인학부모회 배학기 회장에 따르면 지난해 수요가 급증하면서 인원이 넘쳐 수강하고 싶어도 못하는 학생들이 많이 생기자 이번 학기부터 초·중·고급반 각각 한 개씩을 증설하면서 한인 ESL교사가 한국어 교사를 겸하기로 확정됐다. 서니힐즈 고교에는 전교생 의 약 32%를 차지하는 800여명의 한인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세펄비다 중학교
채스워스지역의 로렌스 중학교와 라팔마지역의 워커 중학교에 이어 남가주 중학교로서는 세 번째로 정규 한국어반이 신설된다.
한인학부모회 김은희 회장에 따르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전체 학부모들과 6학년 신입생 100%는 한국어반 설립에 대해 긍정적 답변을 했으나 7∼8학년 학생들의 60∼70%만이 필요를 느낀다고 답했으며 재학중인 외국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아직 집계되지 않은 상태. 교사를 확보하는 대로 올 겨울 인터세션부터 하루 2시간씩의 한국어반이 운영될 계획이다.
이 학교에는 현재 6∼8학년생 230명이 재학중이며 이중 43%를 차지하는 약 100명이 한인학생이다.
▲위트니고교
지난 학기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350여명의 한인 및 외국 학생들이 ‘한국어반이 개설되면 수강을 희망한다’고 응답, 타머스 브락 교장은 4년전 수강생 부족으로 폐강됐던 한국어반을 이번 학기부터 다시 살리기로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SAT II 한국어진흥재단 구은희 부이사장이 교사로 채택, 2개 초급반과 1개 중급반으로 구분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 학교 한인학부모들은 한인학부모회(회장 박현수) 산하에 ‘한국어반 개설 추진위원회’(위원장 김재희)를 구성, 학부모들에게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동시에 학교 당국을 설득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회 측은 브락 교장이 지난해 여름 ‘중·고교 교장 한국연수’에 참여한 것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상경 기자> sangk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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