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니’지 조언 "베어마켓에서 주식 투자자들이 알아야할 사항"
어느 정도로 나쁜가?
하루가 멀다하고 백만장자를 탄생시키면서 신상품을 퍼부어 내던 미국의 기업들이 줄줄이 회계부정, 주가조장, 손실은닉 등의 화이트 크라임으로 만세를 부르고 있다. 주식을 통한 경영 참여로 승승장구 태평성세를 누렸던 투자가들은 들고 있던 주식을 팔아 던지고 시장에서 줄행랑을 친 후 재진입할 태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 미 주식시장은 투자가의 자신감 붕괴로 ‘베어 마켓’의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 주가는 2년 연속 하락, ‘더블 딥’에서 이제 ‘트리플 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머니’지 9월호는 ‘모든 투자가들이 지금 알아야 할 사항’이라는 특집기사를 게재했다.
■주식불황은 언제 끝날 것인가?
주식시장에서 곰이 걸어나가고 황소가 들어올 날이 언제가 될 것인가? 지난 2년간 투자가들은 주식시장이 매번 바닥을 쳤을 것을 기대했지만 장세는 계속 기울고 있다. 지난 7월19일을 기준으로 S&P는 최정상에서 45%가 하락했으며 나스닥지수는 74%가 하락했다. 수조달러라는 천문학적 종이돈(paper wealth)이 만져보지도 못하고 공중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7월 첫 3주 동안 S&P 500은 다시 140포인트 하락했다. 이쯤이면 바닥을 친 것이 아닌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예측은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주식은 경기의 거울이다. 지금 월스트릿에서는 썩은 냄새가 푹푹 풍겨져 나오지만 그래도 미 경기는 전반적으로 꽤 괜찮은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주식시세가 경기를 반영할 날이 조만간 올 것이다.
경제 데이터를 살펴보자. 이자는 기록적으로 낮고 인플레이션도 낮은 편이다. 지난 2·4분기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6% 미만을 유지하고 있고 지난해 50% 이상이 하락한 S&P 500 기업의 수익도 올해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3·4분기 경제 성장률은 3.3%로 예상되며 4·4분기는 3.7%로 예상돼 나쁘지 않은 편이다.
실제로 7월 중순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쇼크는 더 이상 없을 것이며 완만한 성장을 위해 지금은 잠시 휴식상태"라고 미 경기를 진단했다.
그렇다면 밑그림인 경기는 괜찮은데 왜 주식시장의 곰은 진땀을 빼고 있는 것일까?
두려움과 주식가치란 두 가지 요소 때문이다. 9월11일 이후 테러에 대한 공포가 시장을 뒤흔든 데 이어 엔론, 임클론, 월드컴 등이 붕괴되면서 투자가들은 ‘다음은 누구차례?’라는 심정으로 놀라고 있다. 이렇게 되면서 주식가치에 회의가 일고 있다. 과연 발표된 기업 수익을 믿어도 되는 것인지, 주식 값이 지금 충분히 저렴한지 아니면 아직도 비싼 상태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해결책은 정부, 의회, 사법기관에서 뒷설거지를 철저히 하고 강력한 개혁법으로 투자가들에게 확신을 준 후 긍정적인 기업 수익성이 연이어 발표되면 ‘충분한 휴식을 취한 황소’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월스트릿이란 무대로 돌아올 것이다.
■이 베어마켓이 역사상 처음인가?
달러상으로는 예스이다. 2000년 3월24일 이후 S&P 500주식 한가지만도 5조달러 이상 공중 분해됐다. 이 정도면 역사상 최악이었던 1929년 붕괴 때보다 훨씬 많은 숫자이다.
그러나 비율로 따지면 노라는 대답이 나온다. 1929년에 시작된 주식붕괴는 1932년까지 3년간 지속됐고 그 기간에 다우존스지수는 86%가 하락했다. 이번에는 7월19일을 기준으로 나스닥이 74%로 가장 많이 하락했고 S&P 500은 45%, 다우존스는 32% 정도 무너졌다.
가장 최근사인 1973∼74년 때도 주식 값은 48%가 떨어진 적이 있다. 이후 주식 값은 약간의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18년간 연평균 16.3%씩 상승했고 이번에 ‘대참사’를 맞기는 했지만 그래도 현 주식 값은 4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1973∼74년 하락 때는 1년 사이에 주식 값이 1962년 수준으로 되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지금 주식 값은 저렴한 편인가?
주식 값을 평가하는 가장 보편적인 기준은 수익대 가격의 비율(price/earnings ratio). 역사적으로 S&P 500의 P/E는 16정도였으며 1973∼74년에는 7까지 내려갔지만 지금은 19이다.
숫자상으로 보면 아직도 버블이 충분히 꺼지지 않았다.
그러나 P/E만이 지금 주식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준인가는 의문이다. 작년 같이 기업 이익이 50%씩 하락하면 주식은 비싸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03년에 기업이익이 증가한다고 예상할 때 현재 S&P 500의 P/E는 15배 정도로 평가된다.
또 이자율이 낮고 인플레이션이 없을 때는 주식 값을 평균치보다 더 높게 평가해 준다. 채권이 주식보다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메릴린치의 수석경제학자 브루스 스타인버그는 현 주식시세는 10% 정도 평가 절하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머니마켓, 채권이자 등이 별 볼일 없는 마당이어서 장기 투자로 돌아선다면 지금이 주식에 돈을 넣어둬도 괜찮은 시기로 보인다.
■금융시스템 붕괴됐나?
대중이 행복할 때는 부정회계 장부는 가려져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투자가들에게서 곡소리가 나면 부정회계 장부는 전면으로 튀어나와 희생양을 찾는다. 금융버블이 터질 때마다 번번이 파산으로 가는 기업과 감옥행 기업 대표들이 줄을 이어왔다. 오래된 시나리오다. 거품은 꺼지게 마련이고 고름은 짜내야 하니까.
그렇다면 왜 이번 파장이 더 크게 느껴지는가? 잡혀가는 기업경영진 CEO와 CFO들에게 투자가들은 왜 연민보다는 독기 어린 눈길을 던지고 있는가? 여파가 월스트릿에만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 전국을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코가 있는 뉴햄프셔, 월드컴이 있는 미시시피, 엔론이 위치했던 텍사스 등 미전국 이곳 저곳이 흔들리며 지역 주민들을 해고하고 은퇴자금을 고갈시키는 등 지역 경제까지 쑥대밭을 만들어 놓기 때문이다.
■주식에서 잃은 돈 회복하려면 얼마나 걸리나?
신기술주를 대변하는 나스닥은 2000년 3월10일 5048을 기록하면서 정점을 기록했다. 예일대 경제학 교수 로버트 실러(56)는 "나스닥에 관한 한 내 살아생전에는 다시 그런 정점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가장 낙관적인 견해도 2017년은 돼야 나스닥지수가 5000 정도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929년 떨어진 다우존스지수가 원상태로 회복되는 데는 2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연간 11%씩 성장했는데도. 베테런 시장분석가 로저 입보스턴은 향후 주식시장은 연간 9%의 수익률을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이란 예기다.
지금 투자가들은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없다. 현재 12달러짜리 주식이 과거에 6달러였던지 30달러였던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 12달러의 가치가 있는가를 판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주식시장에서 과거에만 집착하면 패자에 머물고 미래를 바라보면 승자 대열에 설 수 있다.
<정석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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