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운 포커스-타운 샤핑몰 시큐리티 가드
▶ 한인경비원에 허드렛일 강요
’경비원인지, 주차요원인지’
타운 샤핑센터 곳곳에는 총을 차고 열심히 발레파킹을 하는 시큐리티 가드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말만 경비원일 뿐 상당수 경비원들이 주차장 교통정리 요원이다. 이로 인해 주차장과 업소에서 강절도와 폭행 등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있는데도 경비원들은 거의 손을 쓸 수가 없다. 업소들의 불만도 높다. 한인 샤핑센터 시큐리티 가드의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본다.
■실태
한인타운내 가장 복잡한 샤핑몰 중의 하나인 6가와 웨스턴 애비뉴의 한 샤핑 몰. 50대 한인 경비원이 라틴계 주차요원들과 밀려들어오는 자동차를 관리하느라 정작 업소들과 손님들의 안전을 돌보는 일은 안중에도 없다. 업소 안에서 패싸움이 벌어져 주인이 경비원을 찾고 있지만 경비원은 ‘딴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올림픽 블러버드와 버몬트 애비뉴 인근 샤핑 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손님들로 붐비는 주말 저녁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인 경비원이 권총을 허리에 찬 채 라틴계 종업원들과 함께 주차장에서 교통정리를 하고 자동차를 발레파킹 해주느라 정신이 없다. 지난 7일 이 몰내 N식당에서 한인 고객이 절도범에게 3,000여달러 상당의 물건이 든 가방을 도둑맞기도 했다.
또한 최근 8가와 세라노 애비뉴에 있는 한인마켓을 찾은 정모(47·토랜스)씨는 주차장에 경비원이 버젓이 있는데도 샤핑을 하는 사이 자동차 유리창이 깨지고 차안에 넣어둔 물건을 몽땅 털렸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정씨는 "주차장에 경비원 2명이 있었는데 도대체 경비원이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마켓에 들어가 이야기했더니 매니저가 마켓과 경비원은 아무 상관이 없으니 책임질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지난 6월에는 6가와 알렉산드리아 애비뉴에 있는 샤핑센터 주차장에서는 경비원들이 버젓이 있었음에도 20대 한인 3명이 10대 불량배들에게 칼로 찔리고 집단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문제점
한인업소 경비원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은 경비원과 업소 모두의 책임이라는 지적이다. 한인타운에 사무실이 있는 T경비회사 대표 김모씨는 "경비원들은 하기 싫은 일도 업주들이 시키면 할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말을 좀 안 듣는다 싶으면 당장 해고통보를 해오니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올림픽가에 있는 한 샤핑센터 경비원 엄모씨는 "업주들은 경비원들에게 경비일 뿐만 아니라 주차장 관리, 심지어는 청소까지 시킨다"며 "사정이 이런데 경비원들이 경비원 노릇을 제대로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경비원들의 총기사용 한계 등 법적인 문제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 경비원의 경우 경비학교에서 1주일간 이론교육을 받고 사격실기 교육을 받는다. 경비학교에서 일정한 실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하면 주정부에 무장경비원 자격증을 신청하는데 무장경비원의 경우 자격증 취득에 5~6개월이 걸린다. 이들은 비상시에 총기를 사용할 수 있으나 강도 등으로부터 인명의 위협을 받았다고 판단될 때만 총기를 사용할 수 있어 권총사용에 상당한 제한을 받고 있다.
■대책
올림픽 블러버드와 베렌도 스트릿에 있는 한인마켓 경비원 김모씨는 "내가 일하는 업소는 경비원이 주차장을 높은 곳에서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를 설치하는 등 경비원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배려해 주고 있다"며 "그러나 대부분 업주들은 경비원을 우습게 알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때 한인 경비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한인경비원협회’라는 단체가 있었으나 90년 이후로 단체가 없어져 대다수 한인 경비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울분을 삼키며 일하고 있다.
경비원들이 주차장 정리, 청소, 발레파킹 등 허드렛일에 신경 쓰지 않고 본분에 충실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제이슨 이 LA경찰국(LAPD) 대변인은 "업주들은 업소를 찾는 고객들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며 "경비원들이 경비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할 것"을 조언했다. 또 다른 LAPD 관계자는 "많은 돈을 벌면서 사람 한 명 더 쓰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경비원이 제대로 일을 못하면 결국 고객과 업소만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들은 고객 및 업소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지킴이’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보다 자질 있는 경비원 배출과 업소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구성훈 기자> shgo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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