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영사관의 한인사회 외면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 1월부터 8월까지 열린 수백여건의 많은 타운내 행사 중 언론에 보도된 총영사 또는 영사관 관계자가 참석한 한인사회 행사는 고작 20여건.
이중 7~8건은 총영사가 주최한 단체장 위주의 관저 만찬이며 10여건은 국가 기념일 행사, 한국교육원 오픈, 피오피코 도서관 오픈, 한인회 및 상공회의소 회장 이·취임식 등 극히 공식적인 행사다. 순수한 교민 및 타운행사 참석은 최근 있은 태미 유 판사 취임축하연 등 2~3건에 불과하며 자선 및 봉사단체의 불우이웃 돕기 행사 참석은 전무하다.
총영사관의 이 같은 타운행사 외면은 누구보다 교민의 애로사항을 파악,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영사관의 역할을 감안할 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얼마 전 월드비전과 LA한인회, 국제 여성경영자협회가 한인사회 차원에서 실시한 아프가니스탄 및 북한 불우이웃 돕기 행사에 참석했던 한 자원봉사는 "한국에서 박상원, 윤복희씨 등 연예인들이 자비로 참석하고 네이트 홀든 시의원 등 미주류 사회에서도 참석, 자리를 빛냈는데 영사관에서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며 분개했다. 특히 전임 총영사에 비해 현저하게 많은 일부 단체장 위주의 관저 초청 만찬의 경우 대부분이 비공개로 진행돼 국고 낭비와 동포화합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성 총영사는 자신의 행사 참석, 방문객 예방 등의 행사를 외부에 공개하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궁금증을 더해 주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영사관 관계자가 "총영사의 행보는 3급 비밀에 속한다"고 말했다가 "총영사의 행보가 3급 비밀이라면 장관의 행보는 1급 비밀이냐"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지난해 말 한국 정부가 국가문화 홍보사업 차원에서 추진했던 뮤지컬 ‘팔만대장경-영원한 사랑의 강’의 LA 공연 무산은 총영사관의 한인단체에 대한 불신과 무성의로 인해 LA 한인들이 한국 창작예술의 진수를 맛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두고두고 남게 한 케이스다. 당시 한국의 주최측인 현대극장은 남가주 월드컵 후원회와 계약을 맺고 공연을 추진해 왔으나 영사관이 월드컵 후원회가 양분돼 있다며 영사관 주관으로 추진하다 나중에 제대로 되지 않자 발을 빼 후원회 관계자 사이의 감정싸움만 부채질하고 국고에서 나온 공연장 계약금 수만달러만 날린 채 공연이 무산됐었다.
이같은 무성의는 한국 정부의 각종 정책과 소식 홍보 부족과도 무관하지 않아 한국과 생활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LA 한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 한국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출국금지 및 외국인 출국업무 처리규칙’과 ‘재외 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시행 규칙중 개정법률안’, 보건복지부의 ‘미 영주권자의 한국내 의료보험 피부양자 대상 제외관련 규정" 등은 LA 한인들이 꼭 알아야 하고 관련 의견을 개진해야 할 사안인데도 영사관의 미발표로 그냥 넘어갔다.
한국 방문자의 1개월 무비자 규정도 한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 적극 홍보, 한국관광의 기회로 삼아야함에도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 한국을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일부 영사는 아예 이 규정 자체도 모르고 있었다.
최근 오렌지카운티에 사는 미 시민권자인 김모씨는 어렵게 한국 비자를 받아 1주일간 한국을 다녀온 후 미시민권자라도 1개월 내에 한국을 다녀올 경우에는 비자 없이 다녀올 수 있음을 뒤늦게 알고 영사관의 구태의연한 업무태도를 비난했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씨는 "바쁜 시간을 내 두번씩이나 영사관을 찾아가 비자를 받았다"며 "영사관 창구 어떤 곳에도, 누구도 이 같은 사실을 귀띔해 준 사람이 없었다"며 대부분의 시민권자들이 이 규정을 알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사관 직원모집, 국가기관의 교포대상 장학생 모집, 한국 정부 기관 직원모집 등도 영사관을 통한 공지사항이다.
관계자들은 이같은 문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영사관의 동포사회에 대한 무관심, 이해부족, 영사관내 부처간 업무협조 부족, 일부 직원의 무사안일 사고 등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김정섭 기자> john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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