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진단 ‘겉도는 LA총영사관’ (1)
▶ 이민 100돌 로즈퍼레이드 ‘무관심’, 교민 피살사건 잇달아도 ‘무대응’
LA 총영사관이 따로 가고 있다. 그동안 한인사회와 희로애락을 같이하며 조정자 역할도 하고 안내자 역할도 하며 보이지 않는 힘이 돼 왔던 영사관의 모습이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 한인사회 기피증에 걸리지 않았나 생각될 정도로 잔뜩 움츠려 있다. 정권 말기에 나타나는 공무원들의 전형적인 무사안일, 복지부동의 행태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돈다. 업무내용도 한인사회의 빠른 성장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업무의 변화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도 없다. LA 총영사관은 연간 예산과 관내 80만여만명의 한인 수로 볼 때 대사관을 포함, 한국의 해외 10대 공관 중의 하나다. LA 총영사관의 대 한인사회 관계와 업무현황을 점검해 본다.
"이민 선조들은 일제와 전쟁, 가난에 허덕이던 한국을 돕겠다며 굶어가며 한푼 두푼 돈을 모았고 그 돈을 조국에 보냈습니다. 이민의 역사는 곧 조국 독립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런데 한국 정부를 대표해 교민보호를 위해 나온 총영사관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의 한 관계자는 미주 한인 200만명이 한마음으로 준비하는 이민 100주년 사업회의 각종 사업에 보여주는 총영사관의 무관심을 이렇게 질타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총영사를 비롯 관계 영사가 로즈 퍼레이드 꽃차 출품은 물론 어떤 사업에도 관심조차 표명한 적이 없었다"며 "장미 한 송이 보내기 캠페인을 벌일 때도 1,000달러를 준비했으니 가져가라고 해 자존심이 상해 아직 받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1달러, 5달러씩 교계가 나서고 고사리 손들의 정성까지 답지하는데 총영사관은 팔짱만 끼고 있다"면서 "이곳 대기업들도 영사관 눈치만 보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특별한 행사를 준비하지 않고 있는 뉴욕의 경우 뉴욕 총영사관이 앞장서 1만달러를 내놓고 오히려 한인사회를 독려하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초 한인 참전용사 관계자들은 총영사관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까지 준비했다가 총영사관측의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간곡한 요청으로 대표자 면담 수준에서 무마한 적도 있다.
한 관계자는 "전임 총영사의 경우 무려 9번이나 한국 정부에 보고서를 보내 참전용사를 위한 명예수당 지급을 관철시킨 경우도 있다"면서 "현 총영사관은 여러 가지 현안을 한국 정부에 전달해 달라고 해도 미적지근한 태도로 일관한다"고 불쾌해 했다.
이같은 지원사업 외에 자국민 보호차원의 범죄대책도 전무하다.
현 성정경 총영사 부임 이후 지난 1년 동안 LA에서만 16건의 한인 피살사건과 14건의 자살사건이 발생, 30명이 넘는 귀중한 생명을 잃었다. 특히 자살사건의 적지 않은 수가 유학생 또는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 지난 수주 동안에도 주말이면 한인타운 중심에서 총격사건이 발생, 청소년들이 총을 맞고 칼에 찔려 중상을 입는 등 피해가 잇달았다. 총영사관은 이같은 상황을 보면서도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한인회나 1.5세 단체 등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고만 밝혀 그 임무를 한인단체에 미루고 있다.
관계자들은 총영사관이 관할 당국의 수사에 너무 깊숙이 관여할 경우 내정 간섭의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도 있으나 자국민 보호차원에서 총영사관의 적극적인 관심은 오히려 치안 당국에도 큰 격려가 되고 한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인들에 대한 격려와 지원 업무에도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애나하임의 한 양로원에 입원해 있는 한인 노인은 성심을 다해 보살펴 주는 한 한국 간호사의 보답의 길을 찾다가 총영사관에 "표창이라도 해주고 격려해 달라"고 부탁했다가 6개월이 지나도록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해냈다. 이에 대해 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접수는 했는데 조치할 계기가 없었다. 생각해 보겠다"고 무성의한 대답으로 일관했다.
한인사회의 성장과 함께 총영사관의 역할도 변해야 하는 것이 한인사회의 여론이다. 비자와 여권발급 등 기본 서비스가 역할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총영사관은 한인사회의 각종 행사, 한인들의 미국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국내 한인사회의 힘이 곧 미국에 대한 한국의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김정섭 기자> john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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