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도 지난주에 이어 예습에 대해 알아본다. 지난주엔 강의시간에 정신집중을 잘 못하는 경준이의 문제를 예습 및 강의중 필기를 습관화시키면서 해결한 사례를 소개했었다.
“교과서를 미리 예습시켜라”는 말을 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 것을 실행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예습에도 방법이 있고 지름길이 있다. 이번 주는 예습하는 방법에 대해 쓰겠다.
1. 예습은 반드시 해야 한다-’경준이가 예습은 어느 정도 해 갑니까?’라고 필자가 물었다. 경준이 어머니는 “복습도 안 하는 녀석이 예습을 해 간다는 것은 상상도 안 갑니다”라고 대답했다.
우리는 무엇이든지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느껴, 귀를 기울여 열심히 듣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반대로 오히려 우리는 좀 아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더 열심히 듣는다. 물론 완전히 아는 것은 듣고 싶지도 않다.
그러니 반드시 예습을 통하여 조금이라도 안 후에 강의를 들어야 효과적이다. 예습을 하면 그만큼 자기 스스로가 정성을 쏟은 셈이다. 같은 예습이라도 가정교사가 시킨 예습은 스스로가 한 일이 아니라 별 관심이 없을 수 있다.
2. 많은 책을 읽어야 강의를 잘 들을 수 있다-요즘에는 교과서를 처음부터 차근차근히 깨우쳐 나가지 않고 여기 저기 선생님이 교과를 결정해가며 가르치는 수가 많다. 물론 강의시간에 귀담아 듣지 않으면 그것조차도 모르고 지날 수 있다.
21세기 교육이라고 여러 학교에서는 이미 소위 주제학습(thematic unit lesson)을 시킨다. 이것은 특정한 교과서는 물론 교과서 이외에 그 주제를 중심으로 한 많은 책을 미리 읽히게 한다.
예를 들면 지진에 대한 것이 그 주제라고 하자. 그러면 그 지진의 위치(지리학), 원인(물리학), 준비과정(사회학) 등 지진에 관한 것을 다양하게 공부를 하게 된다.
강의나 토론이 교과서나 다른 많은 책에서 나온 것이건 또는 준비가 어느 정도 된 상태에서 들으면 첫째는 납득이 가고 흥미롭게 자기 생활과 연결을 잘할 수 있어서 경험 삼아 배우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자연히 학생이 질문, 발표, 의견의 차이 등, 반에서 듣는 것에만 끝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이럴 때 정신집중을 못하거나 딴 장난을 할 여유가 없다.
3. 준비된 후에 강의를 경청하면 공상에 잠길 여가가 없다-똑똑한 아이들이라도 가끔 공상에 빠질 염려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가장 이해가 쉽게 될 수 있는 이유는 학문적으로 볼 때 보통 우리는 말할 때 1분에 125단어를 쓴다. 그러나 위의 두뇌가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은 125단어보다 더 빠르다는 것이 연구의 결과이다.
그러니 자연히 나머지 여유에 딴 생각을 하기가 쉽다. 이것이 계속되면 공상으로 변한다.
그러나 강의의 어휘가 비록 1분에 125단어밖에 안 되어 느리다 하더라도 강의 내용에 대한 생각, 자기와의 연결, 또는 새 생각, 비판적인 생각 등으로 가득 차서 오히려 시간 가는 줄 모를 수까지 있다. 이러한 경우가 가장 이상적인 듣는 능력이라고 본다.
4. 듣는 척만 하는 경우-학생들이 앉아서 열심히 듣는 척 할 수가 있다. 물론 대부분의 학생이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다.
누구든지 인간의 행동수정이나 습관들이기를 겉모양은 가르칠 수 있어도 인간의 내적인 생각 조정은 할 수는 없다. 듣기란 어디까지나 내적인 생각을 다스리는 것이다. 내적인 생각은 항상 인간의 내부에서부터 일어나기 시작한다.
여기서 우리 부모들이 잠깐 생각해야 할 일이 있다. 우리 1세들은 자랄 때 부모의 말씀을 우선 고개 숙이고, 그냥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러나 가만히 듣기만 한다고 다 알아들은 것은 저대로 아니다. 또 절대로 우리 부모 말씀에 다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겉모양만은 그래야 한다.
어려서부터 ‘집에서 어른이 이야기를 할 때는 듣기만 하라’고 가르치고 나서도 선생님이 똑바로 앉아 들으라고 훈련시킬 때 그 결과로 자연히 듣는 척하는 자녀를 양성하지 않나 걱정이다.
가끔 학생 중에는 똑바른 자세로 고개마저 끄덕거리면서도 그저 듣는 척만 하는 학생들도 많다(어른이 말씀을 하실 때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과 대꾸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란다).
만일 자녀 중에 자기도 모르게 듣는 척 하는 자녀가 있다고 생각이 되면 ‘그러지 말라’고 하는 것은 잔소리에 불과하게 된다. 그런 자녀는 자기가 그런 줄도 모르고 무의식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강의 내용을 노트에 쓰도록 가르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주입식 교육에서는 칠판의 것을 베끼는 일, 또 노트정리를 선생님이 시킨다. 또 시킬 뿐만 아니라 노트를 가끔 수집하여 검정/채점까지 하기 때문에 1세는 노트 쓰는 법, 혹은 적어도 베끼는 법은 배웠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 노트정리를 관여하지 않는다.
워크북(work book)도 많고 재료도 많다. 이처럼 학교에서 주는 것이 많아 노트 정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깨끗한 노트정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노트의 정리는 그 과제 이해의 효율성을 높이며, 중요한 것을 씀으로서 더 열심히 듣기 시작하는 것이 현저하게 나타난다.
한 걸음 더 나가서는 강의시간에 혹시 몰랐던 것이 있으면 기록하였다가 나중에 더 자세히 알려고 한다든지, 의문 나는 것을 적어 놓는다든지 하여 더 열심히 듣는 자세를 배우는데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의 노트정리는 칠판에서 베끼는 것이 많아 어느 면에서는 더 쉽다. 미국에서의 노트정리는 자기 생각을 정리 정돈하는 것이므로 그 수준이 높다. 독립적이다. 이것을 어려서부터 조금씩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론
서론에 나온 경준이의 경우는 머리가 너무 좋아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한 번도 강의를 필기해 본 경험이 없었다. 그런 개념조차 몰랐다. 예를 들어 예습을 해보자니까 그것이 무엇이냐고 반문한다. 또 그 공부의 과제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것도 못 알아듣는다.
그 결과 책을 읽으면 다 알았다고는 하는데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누가(who), 어디서(where), 무엇을(what) 등의 사실(facts)을 물으면 다 알아도 왜(why)나 어떻게(how), 어떤 경로(How it comes?), 그 원인/결과(cause and effect) 등의 질문에는 답을 거의 못 했었다.
1. 예습의 주제의 요점을 다 미리 공책에 적어가게 했다.
2. 예습의 내용을 모두 정리하게 하였다.
경준이가 예습을 제대로 해 갖고 가기에는 시간이 결렸으나 이렇게 준비를 해 가니 예습을 그저 암기가 아니고 이해를 해 갔다. 그러니, 자연히 강의를 잘 듣고 또 그것을 필기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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