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C-DC 한인대학생 인턴들, DC 한인상인-흑인주민 대상 조사결과
"흑인고객들과 이야기할 때는 눈길을 피하지 말라." "잔돈은 고객의 손에 직접 전달하라."
KAC(한미연합회)-DC 지부의 한인 1.5세, 2세 서머 인턴들이 한인상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백서 ‘한·흑간의 갈등해소’(본보 8월7일자 보도)는 한-흑문제 해결을 위한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본보는 단순한 인종문제로 치부되기 쉬운 한인상인과 흑인주민간의 갈등이 문화적 차이등 복잡한 원인과 양상을 띠고 있다는 주장을 담은 이 백서를 요약, 소개한다.
이 백서는 지난 6월3일부터 8월2일까지 9주간 DC 동북부 H지역 한인업소 25개소의 설문조사와 흑인 주민, 흑인 대표자들과의 면담을 기초로 해 작성됐다. 이 연구결과는 앞으로 한·흑 갈등해소를 위한 정부 및 비정부기구의 기초자료로 사용될 예정이다. 다음은 백서의 핵심 내용.
■갈등의 원인
▲상호문화 이해부족
한국에서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존경되어져야 할 사람에게 눈을 지속적으로 마주치는 것은 실례라고 교육받는 많은 한인상인들이 ‘손님은 왕이다’는 생각으로 흑인 고객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거나 최소한의 눈길만 줘 흑인주민들에게 오해를 받는다. 흑인들은 눈길(Eye Contact)을 주지 않는 것을 무례하고 부정직한 것으로 여기는 미국문화에서 자랐다.
또 조사과정에서 한인상인들이 흑인고객들과의 눈길을 피하는 것은 쉽게 목격됐으며 한인 상인들이 눈길을 피할 경우 흑인 고객들은 한인들이 흑인을 무시하거나 얕잡아 본다고 느꼈다.
또 하나의 예로 한국에서 손님에게 잔돈을 전달할 때 손님의 손에 바로 전달해 주기보다는 카운트 위에 두는 것이 일반적이나 미국에서는 잔돈을 직접 고객의 손에 전달해 주는 것이 미국문화이다. 하지만 이런 문화를 모르고 한국식으로만 할 경우 흑인들은 자신들이 모욕을 받았다고 느낄 수 있다.
▲대중매체에 의한 잘못된 선입견과 상호불신
설문조사에 참석한 많은 한인상인들은 흑인들이 폭력적이고 자신의 가게에서 도둑질을 할지도 모르는 교육을 잘 받지 못한 범죄인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미국에 온 것으로 밝혀졌다. 상인들의 이러한 선입견은 흑인들과의 직접적인 경험보다는 텔레비전이나 영화에 의한 흑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부각이 영향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영향으로 인해 한인상인들은 일단 흑인들을 믿지 아니하고 두려워하며 흑인주민들은 한인가게에 들어가면 왠지 의심받는 느낌을 받는다.
또 언론이 한쪽으로만 기울어지는 듯한 보도나 잘못된 보도로 한·흑 갈등을 부추겼으며 92년 LA 폭동발발 당시 한인언론은 많은 약탈이 히스패닉에 의해 이뤄졌지만 흑인들이 모든 약탈을 한 것처럼 신문 1면에 헤드라인으로 다뤘다.
하지만 몇몇 흑인고객들이 한인상인들에게 전화를 걸고 아침, 저녁으로 가게를 방문, 걱정했던 사실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보도가 안됐다.
흑인주민들의 경우에는 한인을 포함한 아태계 상인들이 기간이 지난 음식물을 파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DC 주민자치단체인 ANC(Advisory Neighborhood Commissions)의 완다 해리스씨는 설문조사에서 "아태계 상인들은 흑인들은 싼 물건밖에 살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급의 싼 물건만 흑인들에게 팔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많은 아태계 상인들은 흑인들이 도둑질, 강도 그리고 다른 범죄를 통해 불신을 낳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상인들은 또 그들의 물건이 고객들에 의해 도둑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태계 상인들은 고객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따라 다닌다.
▲언어소통의 장벽
한인상인들의 영어소통장벽이 불신의 싹을 만들고 있다.
서투른 영어실력은 고객과의 대화부족이나 대화단절로 이어져 한인상인들이 흑인고객들에게 관심이 없는 것으로 비추어 질 수 있다.
한인상인들의 경우 영어 소통의 장벽으로 인해 범죄가 발생해도 리포트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현상은 한인상가지역에 범죄율을 높여 결과적으로 한인들이 흑인에 대한 나쁜 이미지만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경찰과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
DC 소재 스몰 비즈니스의 3분의2가 아태계 상인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고 DC 복권국 수입의 60-80%가 아태계 상가에서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 아태계 경찰 고용이나 흑인과의 갈등해소를 위한 노력에는 부족하다.
설문조사에서 경찰들의 늑장 출동은 많은 한인상인들이 신고를 해봤자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해 DC내 범죄율을 높인다.
정부는 DC내 한인상인의 인구가 많고 한·흑간의 갈등이 직·간접적으로 느껴짐에도 불구, 실질적인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
특히 DC 정부의 경우에는 빈곤퇴치와 실업률 저하를 위해 큰 역할을 하지 못했으며 이러한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은 한인들에 대한 흑인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만 증폭시켰다.
▲갈등을 고조시키는 사회·경제적인 이슈.
많은 한인들이 주로 흑인들이 거주하는 빈곤한 지역에서 장사를 함으로 인해 흑인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많은 한인 상인들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DC 동북부, 동남부 지역의 경우 흑인주민들은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많은 흑인 주민들은 한인을 포함한 아태계 상인들이 흑인거주지역에서 돈을 벌면서 흑인사회에는 전혀 기부를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흑인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있는 많은 한인 상인들은 흑인을 고용하기보다는 아태계나 히스패닉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것은 흑인들에게 한인들에 대한 증오감만 증폭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 흑인들은 한인들을 피만 빨아먹는 ‘흡혈귀’로 까지 비난하고 있다.
■해결방안
상호 선입관과 불신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한인상인과 흑인주민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호집단간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한인을 포함한 아태계 상인들이 흑인지역에서 거주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흑인주민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한인상인에서 뿐만 아니라 정부측에서도 요구돼진다.
▲한인 상인
한인상인들은 대화단절이 불신감을 증폭시킨다는 것을 감안, 영어와 함께 미국문화나 에티켓에 대해 공부해야한다.
커뮤니티 이벤트나 타운 홀 미팅 같은 커뮤니티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석, 커뮤니티와 함께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흑인주민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또 사회기여라는 측면에서 보다 많은 흑인들을 직원으로 고용, 한인상가가 흑인들에게 고용효과를 주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한다. 이런 노력은 흡혈귀라는 이미지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정부
한인들이 흑인들이 사는 지역에 살면서 장사이외의 활동에는 흑인들과 교분을 갖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 한인상인들이 가게 개업을 위해 면허를 신청할 때 미국문화에 대한 오리엔테이션과 한·흑이 공동의 관심을 갖고 함께 만나 이야기 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해 줘야한다.
예를 들어 흑인주민자치단체인 ANC와 한인상인간의 포럼이 한 달에 한번정도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 줄 수도 있다.
또 영어강좌를 열어 한인들의 영어실력을 향상시켜 한·흑간의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1992년의 LA폭동 등이 미국 역사교과서에서 소홀히 되고 있는 점을 감안, 이런 부끄러운 역사는 점철되지 않을 수 있도록 미국 역사교과서에 싣는 것도 필요하다.
또 한인상인들에게 흑인고객들을 상대할 때 필요한 사항을 한국어로 공급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는 흑인이 한인상인들에게 느끼는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을 없애기 위해 실업자를 위한 직업교육을 제공하고 주택, 탁아 보조 등 흑인복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음은 백서작성에 참여한 학생명단은 김미연(예일대 4년), 강은미(조지메인슨대 3년), 킴벌리 버로우스(하워드대 3년), 최보윤(콜롬비아대 3년), 지연길(스탠포드대 3년), 김정화(MIT대 2년) 등 6명.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