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나라의 아기들중 한국 아기들이 기저귀를 가장 빨리 뗀다는 조사결과가 며칠전 발표되었다. 한 생활용품 시장조사 기관이 11개국에서 4세 이하 어린이를 키우는 엄마들 3,500명 정도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한국 아기들의 평균 ‘기저귀 졸업’ 시기는 생후 23개월로 단연 1위이다. 미국(27개월), 영국(31개월), 독일(33개월)등 소위 선진국 아기들은 우리 아기들 보다 훨씬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이든 ‘1등’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정서로는 흐뭇한 소식이라고 할수도 있다. “우리 아이들은 아기때부터 총명해서 기저귀도 빨리 떼는구나” 싶은 자랑스러움이 마음 한구석에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뉴스를 들으며 우선 떠오른 것은 한국 엄마들의 못 말리는 극성이었다. 걸음마를 시작하고, ‘엄마’‘아빠’하며 말문이 열리고, 우윳병을 떼고, 하나 둘 숫자를 세고 … 자연스런 발달의 단계가 한두주, 한두달 빠르고 느린 것이 아기 엄마들에게는 왜 그렇게 민감한 사안인지. 같은 또래보다 우리 아이를 어떻게든 더 빨리, 더 크게, 더 똑똑하게 키우고 싶은 경쟁심은 한국 엄마들 사이에서 좀 유난스럽고, 기저귀 떼기도 그런 맥락이 아닐까 생각하면 아기들이 가엾어진다.
미국에서 살다가 일본에 선교사로 파송된 분이 한국, 미국, 일본 엄마들의 자녀교육 태도를 비교한 적이 있다. 먼저 미국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함께 나누라”이다. 먹을 것이든, 장난감이든 옆의 아이와 함께 나누도록 미국 엄마들은 늘 가르친다. 자선단체에 대한 기부나 자원봉사가 보통의 미국인들에게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은 이런 훈련 덕분으로 보인다.
일본의 엄마들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를 제일 강조한다고 한다. 속마음이야 어떠하든 겉으로는 싹싹하고 상냥한 일본인들의 태도는 그런 교육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엄마들이 제일 강조하는 것은 “남에게 지지마라”라는 것이 그분의 관찰이다. “너는 손이 없니? 왜 맞고만 다니냐? 너도 가서 때려 주라”라든가 “옆집 아이는 A 받았다던데 너는 뭐가 부족해서 B냐?”“네 친구가 새 차 탄다면 너만 중고차 타게 할수 없지”등 우리 주위에서 흔히 듣는 말들을 되새겨 보면 그분의 관찰에 수긍이 간다.
1세 부모들이 유전인자처럼 안고 사는 경쟁의식은 인구 구성비와 비교가 안되게 탁월한 우리 자녀들의 높은 학업성취, 우수 대학진학, 전문분야 진출로 결실을 맺고 있다. “지면 안돼!” 교육의 긍정적 측면이다.
인간은 저절로 자라나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알 껍질을 깨고 나와 얼마후면 날아다니며 혼자 살아가는 새 같은 존재라면 부모의 역할은 얼마나 쉬울까. 인간은 남의 보살핌 없이는 생명도 보존할수 없는 무력한 존재로 태어나 한 개체로 독립하기까지 20년쯤의 시간이 걸린다. 그 장구한 세월의 매 단계마다 교육이 끼여들 여지가 생기면서 부모들의 갈등은 시작된다 - 아이가 스스로 터득할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훈련으로 발달과 성취를 가속화할 것인가. ‘기저귀 졸업’도 그 작은 일례이다. 그 작은 일에도 이견이 분분하다.
기저귀 떼기 훈련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미국의 육아전문가들이 합의를 보지 못하는 이슈중의 하나이다. 육아의 아버지, 스포크박사 육아법은 ‘아기에게 맡기라’주의이다. 때가 되면 저절로 대소변을 가리므로 아이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지 말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3년전 존 로즈몬드라는 육아전문가가 반기를 들고 나와 한동안 ‘기저귀 논쟁’이 뜨거웠었다. 그의 주장은 아이 눈치만 보며 마냥 손놓고 기다리는 것은 엄마의 직무유기라는 것이다. 2살반이 되도록 기저귀를 차는 아기가 1961년 10%에서 1997년 78%로 늘어난 것은 엄마들의 자유방임식 양육 탓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부모가 주도권을 잡고 이끌어 주는 것이 자녀 성장에는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모두에게 정답인 양육법은 없다. 양육의 대상인 아이가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지면 안돼!”로 밀어 붙쳐서 성공하는 아이가 있고, 좌절해 퉁겨져 나가는 아이가 있다. 한가지 시각 대신 사물을 여러 방향에서 보는 배려가 아이들 키울 때는 특히 필요하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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