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신입생들이 기숙사로 떠나기 시작하는 시즌이다. 2학기제 대학들은 8월말부터, 쿼터제 대학들은 9월 중순부터 기숙사 문을 열기 시작하므로 기숙사 입주를 신청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지금쯤 룸메이트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미리 받아 인사를 나누고 가져갈 물건들에 대해 상의하기도 한다. 입주 당일엔 부모들이 가능한 한 시간을 내어 자녀와 함께 가서 이사를 돕고 잊은 물건을 현지에서 챙겨 보충하거나 은행구좌를 열어주는 등 첫 대학생활을 안정되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신입생은 새로 오픈한 은행구좌를 이용할 수 있게 될 때까지 현금이 필요한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비상금을 지참하고 있는 것이 좋다. 자녀의 기숙사 입주를 앞두고 온 가족이 입학할 대학 캠퍼스로 피크닉을 가거나 학부모 오리엔테이션에 참석, 캠퍼스 곳곳을 익혀두면 몇주 후 캠퍼스에 남겨진 자녀의 마음도, 남겨두고 돌아오는 부모의 마음도 훨씬 가벼울 것 같다. 자녀를 대학 기숙사로 떠나 보내는 부모들의 준비과정을 들어본다.
노스할리웃에 사는 이미경(45)씨는 이달 중순께 아들 데이빗을 동부의 MIT로 보내기 위해 ‘가져갈 것’ ‘가서 살 것’ ‘좀더 두고 볼 것’의 세 부분으로 나뉜 리스트를 들여다보며 ‘새 살림’ 준비에 여념이 없다. “될 수 있는 한 짐을 줄이고 간단하고 값싼 물건으로 준비할 것을 강조하더군요” 지난달 참석했던 MIT 동창회 모임에서 들은 선배 학부모들의 조언이란다. 방도 좁고 방이 바뀌는 경우도 생기며 물건이 없어지는 일이 다반사라 짐이 많으면 몸 고생, 값비싼 물건을 잃어버리면 마음 고생이라는 설명이다.
또 공부에 전념해야 하는 신입생들은 편한 옷과 신발이 최고라며 모두 쓰던 옷과 운동화 몇 켤레를 골라 싸고 양복과 정장 구두 한 켤레를 따로 챙겼다. 침구도 침대 시트와 베개만 장만하고 이불은 아들이 하겠다는 대로 평소 쓰던 캠핑용 고급 슬리핑백에 얇고 따뜻한 담요 한 장을 준비했다.
컴퓨터는 쓰던 랩탑을 가져갈 예정인데 네트웍 카드와 익스텐션 코드, 도난방지용 케이블 락, 서지 디텍터 등 각종 컴퓨터 소품은 늘 다녀 익숙한 ‘Fry’s’에 가서 한꺼번에 구입했다. 이씨는 “쓰던 랩탑이라 부품만 보완해 가져가지만 캠퍼스 내 도처에 컴퓨터 시설이 워낙 잘 돼 있어 특히 데스크탑 컴퓨터는 따로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고 들었다”며 다른 부모들을 위한 설명도 곁들였다.
그밖에 자동응답기가 부착된 간단한 전화기와 책상용 램프, 1회용 면도기를 포함한 쓰던 세면도구 일체를 짐에 넣었고 사발면, 햇반, 구워 자른 김 각각 1박스씩도 함께 보낸다. 지금껏 들어간 총 비용은 300달러 미만, 짐은 트렁크 한 개와 더플백 한 개.
기숙사에 공동 부엌이 있어 개인 캐비닛이 할당되지만 밤늦게 공부하다 남의 음식을 슬쩍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각 방에 소형 냉장고 하나씩을 가지고 오라는 매니저의 특별 추천에 따라 현지에서 냉장고와 식기 일체를 구입할 계획이다. 이씨는 학부모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기 위해 아들이 떠난 1주일 후 MIT로 향할 예정인데 4박5일 머무르는 동안 할 일도 만만치 않다.
“일단 부엌을 둘러 본 후 주전자와 냄비를 전기용 또는 곤로용으로 결정해 사면서 식기도 세트로 구입할 예정이고 그곳에서 잘 ‘터지는’ 셀폰과 체킹 및 크레딧카드 구좌도 열어줘야 하며 옷걸이와 세제 등 자질구레한 살림살이들을 챙기고 세탁기와 주방용품 사용법도 일일이 알려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로 가는 근교 기숙사 입주 준비
2년 전 큰딸을 UC샌디에고에 보낸 공영희(46·팔로스버디스 거주)씨는 올 여름 둘째딸 애니를 UCLA 기숙사에 입주시킨다. 9월 입주라 아직 여유가 있지만 대부분 물건을 세일기간에 마련하느라 대충 준비를 끝냈다는 공씨는 간단한 리스트를 공개했다.
우선 백화점 세일 때 침대보 세트와 헤어드라이어, 세면도구 일체를 한꺼번에 장만했다. 또 콘택트 렌즈 여벌과 소독약도 충분히 준비했고 간편하긴 하지만 분실 위험이 큰 랩탑 대신 전문점에서 세일하는 데스크탑 일체를 1,000달러에 구입했다. 옷가지에 대해서는 “버클리나 동부로 가는 친구들은 두꺼운 옷과 우산을 필수로 챙겨야 한다는데 애니는 수수한 편인데다 기후도 같으니 옷과 신발류는 모두 입고 신던 것 중 본인이 편한 대로 추리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냉장고와 마이크로웨이브 오븐등 비교적 덩어리가 큰 전자제품들은 룸메이트와 상의해서 기능이 간편한 것으로 나눠 가져갈 예정이라 대충 마무리된 것 같지만 지금부터 엄마가 신경 쓸 부분은 음식. 기숙사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하던 큰 딸 생각에 햇반 한 박스와 깻잎, 김 등 마른반찬을 보내고 몸에 안 좋은 컵라면 대신 불고기와 갈비찜, 테리야키 등을 만들어 한번에 먹을 양 만큼씩 샌드위치백에 얼려 일주일에 한번씩 기숙사로 ‘배달’해 줄 계획이다. “김치는 냄새가 요란하다며 본인들이 꺼려하니 대신 오이지나 장아찌를 준비해주고 입주 직전 코스코에 가서 간단한 스낵류를 사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 계좌는 팔로스버디스에서 열어 캠퍼스 브랜치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전화는 셀폰을 사용할 계획. 공씨는 “큰 애보다 훨씬 가까이 있게 되니 마음이 놓인다”며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은 컴퓨터를 제외하고 약 500달러 미만이라고 밝혔다.
<김상경 기자> sangk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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