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망대
▶ 정수익<퍼스트 어메리카 투자사 한국담당 부매니저>
미국 경기의 바닥은 어디일까? 증시 폭락 및 불안정한 경제 펀더멘털은 미국 경제가 이중 경기 침체에(double-dip recession) 빠질 수 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의미 있는 경기회복은 조만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이다.
최근까지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경기 침체는 지난해 말 바닥권을 지났으며 주택, 소비지출 및 산업생산이 금년 들어 확실한 회복기에 들어갔다는데 동의했었다. 더 나아가 미국 경제가 아예 침체기에 빠진 적이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었다. 실제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 3월 초 이후 각종 연설에서 미국 경제가 확실한 회복기에 들었음을 누차 강조해 왔다.
부시 행정부 또한 미국 경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되어 가고 있다는 낙관론을 펴며 올해 3% GDP 성장을 전망한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일련의 경제 지표들은 이들의 주장을 뚜렷이 뒷받침 해 주지 못한다. 오히려 이중 경기 침체는 없다고 예상하는 낙관론자들조차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상당히 늦어질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더 나아가 이중 경기 침체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위험 수위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몇 가지 이유로 이중 경기 침체론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첫째, 그동안의 낙관론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미국 경제 펀더멘털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경제 성장, 고용, 제조업, 소비자 신뢰 등 각종 주요 경제지표는 최근 발표 때마다 모두 예상보다 약세를 보여왔다. 7월 말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GDP 성장은 예상치를 크게 미치지 못하는 1.1%에 그쳤다. 이는 하향 조정한 1분기 GDP 5% 성장과 크게 대조를 이룬다. 또 2001년 미국 경제는 9.11 테러 한참 이전인 1분기를 기점으로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경기 침체가 생각보다 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연준리 발표 또한 향후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기에는 미흡하다. 연준리에 따르면 완만한 경제성장 속에 기업들의 고용은 사실상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기업들이 수익 창출 및 비용 절감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지난해 말 예상했던 금년 3분기 경기 회복론은 또 물 건너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금년 초 반짝했던 미국 경제가 다시 경기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기업들의 투자지출 증대 기미가 없다. 실제로 기업 투자지출은 1947년 이후 가장 긴 7분기 연속 감소했다. 미 증시는 대기업 중심의 S&P 500와 신경제 중심의 나스닥이 5년 최저권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지수는 금년 들어서만 각각 25%, 36%나 추락했다. 이에 따라 그 나마 자본 투자 증대를 계획했던 기업들조차도 엔론, 월드컴 스캔들까지 겹치면서 자본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본화의 어려움은 자본 지출 감소, 대규모 감원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미국 경제 성장의 주 엔진의 하나인 소비자 지출을 억제한다. 실제로 2분기 동안 GDP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자 지출은 이미 약세를 보여왔으며 어린이들의 우상인 디즈니의 지난 목요일 실적 경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기에 상존하는 테러 위협은 경기 회복의 예상 밖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이라크간의 정치 외교적 긴장은 국제 원유시장 불안정을 유발하여 기업들의 수익 증대 및 경기 회복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종합해 보면 이중 경기 침체론은 나름대로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가까운 장래에 경기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대 테러 전쟁에 부심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올 가을 중간 선거에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록 자유시장 경쟁 원리가 근간인 미국 경제 체제에서도 부시 행정부의 경제팀 수술이 불가피할 것이다.
또한 연준리 역시 그 동안 추가 경기하락 억제에 기여했던 소비자 지출이 만일 약세로 돌아설 경우 추가 금리인하를 통해 주택시장 거품을 더욱 조장해야 할 지도 모른다. 아무튼 가까운 장래에 미국 경기의 뚜렷한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따라서 연준리는 당분간 저금리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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