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자동차 오일 체인지를 하는 동안 대기실에 있던 지난호 ‘US News & World Report’지에서 필자가 평소에 걱정하던 내용의 기사가 실린 것을 보았다. ‘Zogby International’이란 기관에서 401명의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97%가 재학중인 대학이 학생들을 사회에서 윤리적, 도덕적으로 살 수 있도록 준비시켜 준다고 응답한 반면, 73%가 교수들로 부터 ‘옳고 그름은 절대적이 아니고 신의 가치관과 문화에 따라 다르게 이해될 수 있다’고 배운다고 답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여러 가치관과 문화를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면은 이해하고 동의하지만 기본적 윤리와 도덕처럼 절대적 가치를 부인하는 상대적윤리관이 필자가 걱정하는 부분이다.
예를들어 포스트모더니즘의 견해가 지배적인 요즘의 대학에서는 모든 역사적 사건과 사회 현상을 다각도에서 가르치다 보니 뉴욕의 한 대학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학생들의 20%가 역사적으로 명백한 잘못인 나찌의 유태인 학살에 대해서 조차 분명히 그릇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는 타문화권 사람들이 특정 문화 사람들의 행위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 할 수 없다고 배우고 있으며 그렇게 믿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참으로 애통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탈레반의 테러 행위나 2차 대전 때 일본군의 비인간적인 행위는 어떻게 이해될 지 궁금하다.
필자는 80년대 중반, 대학 1학년 미술사 시간에 모더니즘과 더불어 지나친 자의식, 분열, 불연속성, 다의성, 인간성을 상실한 기계적 물체 등을 주제로 한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 배우게 되었는데 그저 대학에서 배운 한 지식에 불과할 뿐 필자의 생활이나 생각에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칠 만큼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지금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존재와 영향을 생활 속에서 느끼며 날로 심해지는 청소년들의 문제 또한 절대적인 윤리와 가치관의 부재로 인함이 아닌가 생각된다.
얼마전 신문에서 교회에 갔다가 10대 청소년들에게 난폭하게 구타당한 한 한인 학생의 기사와 바로 집 앞에서 놀다가 유괴되고 성폭행을 당한 후 살해된 5세의 사만다 러니언의 기사를 접하며 필자의 아들과 딸을 앉혀 놓고 조심할 것을 신신당부했다. 필자의 6세 된 딸은 자기는 태권도를 하니 나쁜 아저씨의 사타구니를 ‘돌려차기’로 세게 차버리고 ‘내려차기’로 머리를 친후 도망가면 된다고 필자를 오히려 안심시켰다. 어쩌면 필자가 걱정하는 것보다 우리 자녀들이 쉽게 상처 입지 않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조심시키는 것은 중요하다고 본다. 절대적 가치관, 윤리, 도덕의 부재가 자녀들이 매일 접하는 컴퓨터나 여러 영상매체에서, 또 믿고 맡기는 학교, 특히 대학에서 느껴진다면 어떻게 우리자녀들을 가르칠 것인가 걱정이 안될 수 없다. 다음의 몇 가지를 권한다.
자녀들과의 지속적인 대화로 잘못된 점을 정확히 알되 사람을 비난하지 않도록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 예를들면 갱멤버들, 청소년미혼모, 동성연애자 등 자녀들이 TV, 혹은 실제로 주위에서 볼 수 있는데 이때 사람들을 비난하지 않고 그들의 행위나 가치관에 대해 대화를 통해 자녀의 의견도 들으며 교육의 매 순간들을 놓치지 말아야 하겠다.
절대적 윤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자녀들에게 주입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얼마전 본보 사설에서 논한 것처럼 고학력 한인 이민자들의 수입이 바닥이라는 센서스 통계는 물론 실제로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정식으로 보고된 기록들에 의한 것이므로 수입을 올바로 보고하는 것이 정치적 힘을 얻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자녀들에게 정직한 삶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 점 잊지 마시기 바란다. 부모가 머세데즈 벤즈를 타고 자녀에게 대학 입학 축하선물로 고급 차를 사주는 재력을 가진 학부모들이 세금보고에는 영세민 축에 들어 저소득층 가정 학생에게 주는 그랜트 혜택을 받는 모습을 자녀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상대적 윤리관이 이 사회의 기준이 되는 것도 두렵지만 가정에서까지도 자연스럽게 생활에 배어있다면 더 큰 문제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