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스페인 식민지였던 캘리포니아에는 옛 스페인 제국 시대를 짐작할 수 있는 갖가지 문화 유적 및 유물들이 도처에 적지 않게 남아 있다. 특히 이 유적 및 유물 중에서도 가장 스페인의 색채가 많이 남아있는 것 중 하나로 각 지역의 미션들을 꼽을 수 있는데 우선 건물의 건축 양식부터 시작해 내부의 장식물, 부대 시설, 생활용구 등 모두가 역사적 가치를 지닌 그야말로 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곳이다. 1769년부터 1823년 사이에 프랜시스코 교단의 시에라 신부를 중심으로 신앙심 깊은 신부들에 의해 세워진 21개 미션들은 현재의 캘리포니아 주요 도시들이 형성되는 기초가 됐으며 미션과 미션 사이를 이어주던 길들이 현재의 하이웨이나 주요 간선도로로 변모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각 미션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은 유물전시관을 갖추고 있으며 건물과 정원등도 옛 양식을 보존하고 있어 자녀들과 함께 현장 학습을 겸해 들러볼 만 하다. 남가주 지역에 있는 미션들은 다음과 같다.
▲샌개브리엘 아크엔젤(San Gabriel Arch Angel) 미션
LA 한인타운에서 가장 가까운 샌개브리엘시에 있다.
1771년에 세워진 캘리포니아 4번째 미션이다. 샌개브리엘강 인근에 세워진 미션은 19세기 당시 이 지역의 기름진 땅 덕분으로 캘리포니아 미션 중 가장 풍부한 자본을 갖춘 미션이었다. 지금도 미션을 방문하면 당시 농작지에서 사용됐던 대형 쟁기나 방아 등이 전시되고 있어 이곳이 선교는 물론 이 지역 경제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입증하고 있다.
당시는 별로 큰일이 아니었지만 1781년 샌개브리엘 미션에서는 역사적인 이벤트가 발생한다. 2명의 신부와 인디언 원주민 그리고 11개 가족으로 구성된 작은 집단이 미션에서 서쪽으로 10여마일 떨어진 지역으로 이주, ‘엘 푸에브로 데 뉴에스트라’라는 작은 마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곳은 현재 LA 다운타운 올베라 스트릿으로 LA시의 시초가 됐다. LA가 ‘천사의 도시’라는 이름을 얻게된 것도 샌개브리엘 미션의 이름이 ‘아크엔젤’이었기 때문이다.
샌개브리엘 미션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성당 건물이다. 지난 70년대 위티어 지진으로 크게 붕괴됐었던 성당은 현재 완전히 복구되어 옛 모습을 다시 찾았다. 허름하지만 옛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종각, 색채는 변했지만 눈가에 선명한 빛을 발하고 있는 성모상, 어둡지만 안락하면서도 신성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성당 내부 등 미션은 건물 자체가 예술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박물관에 버금가는 각종 유물들이 미션에 있다. 1771년 스페인 카를로스 3세 국왕이 직접 하사한 성수반은 당시의 유명 수공예 장인이 미션을 위해 왕의 영을 받고 직접 제작한 작품이며 제단에 있는 6개의 동상 역시 당대 최대의 예술품으로 꼽히고 있다. 미션의 또 다른 보물은 400년이 넘은 크리스천 페인팅. 라틴 유럽과 초기 멕시코 기독교 아트의 첨단을 감상할 수 있다.
성당 옆에 있는 공동묘지와 가든은 선인장 등으로 꾸며져 조용히 산책을 하면서 깊은 명상에 빠질수 있다. 피크닉도 할 수 있으며 곳곳에 그늘도 많기 때문에 가족과 한나절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인근에는 시청 광장과 박물관, 샤핑 디스트릭 등이 있어 또 다른 볼거리가 미션을 중심으로 모여 있다. 미션은 매일 오전 9시~오후 4시까지 일반에게 공개된다. 입장은 무료.
가는 길은 LA에서 10번 프리웨이 이스트를 타고 샌개브리엘 지역의 라모나(Ramona Bl.)에서 내린다. 라모나에서 좌회전(북쪽), 약 10분 정도 가면 미션 드라이브가 나오면서 미션이 보인다. 주소 및 문의: 537 W. Mission Dr, (626)457-3048.
▲샌부에나벤추라 미션
LA에 가까운 해변의 도시 벤추라에 있는 미션은 시에라 신부가 마지막으로 직접 건설했다. 다른 미션에 비해 그 규모는 작지만 성당이 아름답고 성당과 이어진 가든에는 앙증맞게 잘 가꿔진 식물들이 방문객을 맞고 있다.
미션과 함께 발전을 거듭한 벤추라 다운타운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벤추라시는 오래된 역사에 걸맞게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100년 이상된 건물들이 아직도 좋은 상태를 유지하며 사용되고 있다. 오래됐지만 깨끗한 다운타운에서 구석구석 돌아보면 마치 유럽의 오래된 도시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곳의 운치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골동품 상점들과 화랑, 커피샵 등에 앉아 가족과 분위기를 즐겨보는 것도 괜찮다.
가는 길은 LA에서 101번 프리웨이를 타고 가다가 벤추라시에서 나오는 캘리포니아 스트릿에서 내려서 우회전(북쪽)하면 바로 벤추라 다운타운이 나온다. 미션은 캘리포니아 스트릿에 있는 시청에서 동쪽으로 3블럭 거리에 있다.
▲라 푸리시마 미션
꽃 재배단지로 유명한 관광지 롬폭 인근에 지난 1787년 세워졌다. 주립공원으로 선정돼 주정부가 관리하면서 그 형태가 옛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미션은 18세기 초 캘리포니아 개척자들의 실생활을 그대로 알아볼 수 있는 유적지이기도 하다. 2,000에이커의 방대한 대지에 세워진 미션서 한때 1,200여명의 수도자들과 군인들이 생활을 같이 했는데 이들은 이곳서 의식주를 자급자족했다.
18세기 당시에 심어졌던 과일나무와 농경지에서 현재도 농산물이 수확되고 있으며 수도자들의 숙소, 식당, 목공소, 옷을 만들던 베틀과 빵을 굽던 대형 오븐까지 예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물이 흐르는 계곡 사이로 방문객을 위한 피크닉 테이블도 마련돼 있으며 떡갈나무들이 우거진 산책로를 따라 등산도 즐길 수 있다.
가는 길은 LA 한인타운서 101번 프리웨이 노스를 타고 샌타바바라를 지나서 두시간 반 가량 가면 뷸레턴(Bulleton)이 나온다. 여기서 264번 웨스트로 갈아타고 20분 정도 가면 롬폭이 나온다. 246번은 목장과 포도밭을 가르면서 이어지는데 한가롭게 되새김질을 하는 소들의 여유 있는 모습들을 보게된다. 올 때는 롬폭서 264번을 타지 말고 1번 하이웨이 사우스를 타고 산길을 돌아오면 시간은 20분 정도 더 걸리지만 빼놓을 수 없는 이 지역의 비경을 접하게 된다. 미션은 롬폭 다운타운에서 서쪽으로 8분 거리에 있다. 입장료는 차량당 5달러. 미션의 문의는 (805)733-3713.
▲샌루이스 레이(San Luis Rey) 미션
샌디에고 카운티 해변도시 칼스배드의 관광명소이다. 시 북쪽에 위치한 이 곳은 캘리포니아의 미션중 가장 큰 규모로 20스퀘어마일을 자랑한다. 한때 2,000여명의 인디언들과 성직자들이 거주한 곳으로 캘리포니아 미션 문화와 역사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문의: (760)757-3651, www.sanluisrey.org.
인근의 해변가와 칼스배드 아웃릿에는 고급 레스토랑, 패스트푸드 체인, 커피 숍은 물론 폴로, 캘빈 클라인, 도나 캐런 등 유명 의류 브랜드를 취급하는 80여곳의 스토어들이 모여 있다.
▲샌디에고 델 알칼라(Del Alcala) 미션
1769년에 세워진 캘리포니아 최초의 미션이다. 샌디에고 미션 밸리(Mission Valley)의 8번 프리웨이 인근에 있다.
▲샌후안 카피스트라노 미션
1776년에 세워진 7번째 미션으로 제비가 봄소식을 전해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샌후안 카피스트라노의 5번 프리웨이 인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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