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우리아이들…어떻게 기를까
▶ 전정재 박사
어렸을 때 우리집의 경우 숙제를 끝내면 늘 일정한 자리에 갔다 놓고 부모의 검사가 끝난후 책 가방에 넣도록 했다. 이것이 매일의 생활습관처럼 되었던 것 같다. 하루는 새벽 2시께 아버지가 나를 깨우셨다. 수학 숙제 중 2개가 틀렸다고 고치라는 명령(?)이셨다. 고치고 난 후 틀린 것과 비슷한 문제를 약 2페이지는 더 내주신 기억이 난다.
며칠 후 아버지의 사랑방으로 호출을 받았다. 아버지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무릎을 꿇은 내게 아버지는 “너희 반 학생이 모두 몇 명이냐? 너처럼 각자 숙제마다 2개씩 틀려온다면 너의 단임 선생님은 하루종일 그런 것 고치시느라고 너희들을 가르치실 시간조차 있겠느냐?” 한 마디 밖에 안 하셨지만 이 한 마디가 나를 평생 따라 다닌다.
미국 속담에 ‘자식이 생선요리를 달라면 낚시질을 가르쳐라’(If your children want fish, teach them how to fish)란 말이 있다. 연방교육부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요소‘(What works, 1999)를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공부를 잘하려면 보통 머리가 좋아야 한(I.Q.)다고 생각하지만 그와 반대로 학생, 부모, 학교, 이 셋이 삼위일체로 단합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특히 그 중에서 어릴수록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 것을 더 구체적으로 검토하자면 부모가 자녀의 공부에 매일 신경을 쓰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이다.
공부를 시간 나는 대로 가끔 봐주기는 쉽다. 자녀가 어릴수록 부모는 매일 봐주고 이것이 자녀에게 습관이 되어 나중엔 봐주지 않아도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으로 바뀐다.(지난주의 ‘학습습관’ 참고 바람)
매일 봐 줄 때도 잔소리 하는 식으로 그저 시키기만 하지 말고 내용에 직접 개입해 돌봐 주다 보면 며칠 사이 금방 부모님은 다음의 세 가지가 공부를 잘 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공부 잘 하는데 가장 중요한 세 가지요소
▲잘 읽을 수 있는 능력(reading)-’독서의 이해’, ‘공부에는 왕도가 있다’ 전정재 2001, 참조.
책을 읽을 수 있는 능력과 책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K∼2학년까지는 학교에서는 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능력 그 자체를 주로 ‘포닉스’(phonics)를 통해 가르친다. 그러나 3학년부터는 더 이상 읽는 능력을 기르는 것보다는 이 읽는 것을 통하여 이해하는 능력, 즉 생각하는 능력을 가르친다. 읽을 수 있는 능력(ability to read)은 사실 기억력이 좋으면 거의 누구나 잘 할 수 있다.
많은 부모들이 꼬마들이 그냥 소리내어 읽을 줄 아는 것을 갖고 그 내용을 이해(comprehend) 했다고 착각하시기가 쉬운데 절대 그렇지 않다. 이해 없이 소리를 내어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판독’(word caller)이라 하는데 이 판독이 계속되면 말할 나위 없이 공부에 도움이 안된다. 예상외로 미국에서 태어난 많은 한국학생들이 이 판독을 잘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학생들도 많이 있다. 학교에서 측정하여 아이들의 판독이니, 이해력 부족이니 하는 지적을 받기까지는 약 2∼3년 걸린다. 그러나 읽은 것을 책 그대로가 아니고 자기 말로 바꾸어 다시 그 내용을 말해 보는 방법으로 집에서 쉽게 측정할 수 있다. 그 학생이 그 내용을 알기는 아는 것 같은데 이말 했다, 저말 했다 한다든지, 요점을 못잡는다든지 하는 경우 과학적으로 가르치는 방법이 있으므로 가능한한 빨리 고쳐주시기 바란다.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쓰기능력(writing)
여기서 말하는 ‘읽기,’ ‘쓰기,’ ‘수학’ 능력을 영어에서 3R(reading, writing and arithmetics)이라고 하는데 이 3R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쓰기’이다. 그러므로 ‘쓰기’를 자세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쓰기가 어려운 원인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쓰기는 무엇을 써야겠다는 내용과 그 쓰는 과정의 정리정돈(organization)이 우선 돼야 쓸 수가 있다.
△ 표현, 철자, 문장구성, 문법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단 문학적인 면을 강조하는 창조적 작문법(creative writing)에 대해서는 생략했다.
△ 쓰기는 읽기와 다르다. 쓰기란 대단히 외로운 과정이다. 그러므로 감성조절이 필수다. 읽기는 엄밀한 의미에서 볼 때 작가와 대화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쓰기는 혼자서 써야 할 내용을 조리 있게 써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학교의 쓰기 교육도 저학년의 경우 ‘handwriting’, 철자법, 작문기술 등을 가르치는 것일 뿐 쓰기그 자체를 소홀히 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생들까지도 학습의 가장 큰 어려움이 ‘쓰기’라는데 입을 모은다. 정말 심각한 문제다(앞으로 이 지면을 통해 K∼12학년 쓰기교육을 연재한다).
▲ 논리적으로 잘 생각할 줄 아는 능력(arithmetics)
읽기에 A, B, C가 있듯이 수학에는 자체의 언어인 1, 2, 3이 있다. 또 그 수학안에 계산(calculation)이 있고 응용이 있다. 응용문제는 ‘읽기’를 통해서만 풀 수가 있다. 즉, ‘읽기’만이 그 응용문제를 이해시킬 수 있다. 이 세 요소를 다 각기 다른 분야로 보시는 분도 있으나 필자는 그렇지 않다. ‘쓰기’는 ‘읽기’가 그 본 바탕이며, 또 수학도 응용문제는 읽기를 말하는 것이다. 즉, 서로가 다 연결이 되어있다.
■가장 효과적인 학습방법(The Most Effective Learning)
배우는 방법에는 크게 나누어 다음과 같은 가장 효과적인 4단계가 있다.
▲1단계-책을 읽는다. 아이들이 책을 흔히 ‘읽는다’고 해서 ‘이해’를 하는 것이 아니다. 책이 어려운 수준이고 또 내용이 복잡하면 읽기는 읽지만 내용을 이해 못 할 수 있다. 특히, 저학년에서 책을 읽을 줄 안다 하더라도 그 뜻을 안다는 것으로 간주할 수 없다.
▲2단계-이해하는 단계. 읽은 것을 이해하고 이 이해한 것을 적용할 줄 하는 단계다.
▲3단계-기억하는 단계. 읽은 것을 이해하고 적용한 후에 외면 맹목적으로 외는 것이 아니므로 자연히 기억이 되며 잘 잊어버리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영어 단어를 맹목적으로 외웠을 때 시험 때는 다 기억을 했었가 시험이 끝나면 쏜살 같이 다 잊어버리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같은 경우는 1단계와 2단계를 잘 통과하지 않은 상태에게 직접 3단계, 즉 기억하는 단계로 뛰어넘어 생긴다.
▲4단계-배운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든 후 글이나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 마지막 단계가 배우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자녀가 어리거나 혹은 고학년이라도 크게 소리내어 자신이 이해하고 기억한 것을 책에 써 있는 대로 그냥 외지 말고 자신의 말로 하도록 시켜 보라. 또 가끔은 이 것을 말 대신 글로 써 보게 하라. 물론 책을 베끼는 것은 아니다. 주입식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 것은 3단계(기억 단계)였고 또 집에서 공부할 때도 그 단계를 가장 강조한 것 같다. 이런 단계를 통하지 않고 무조건 외면 이해의 깊이가 없어 금방 잊는다. 이 단계는 아이들이 하는 공부가 숙제이건, 시험 공부이건, 프로젝트이건 반드시 거처야 한다.
■결론-공부란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다 해서 또 많이 한다고 해서 잘하는 것이 아니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공부하는 방법을 안다. 따라서 앞으로 이 칼럼에 공부하는 법과 이에 대해 자녀들에게 가르치는 방법을 자세히 소개하려 한다. 또 매일 아이들의 공부를 점검하는 것은 물론 그 것을 이해했는지를 알아보고 예습과 복습은 둘다 중요하지만 특히 예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문의 (909)861-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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