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시판에서 눈에 띄는 내용을 발견하고 복사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돌린 적이 있다. ‘칭찬의 위력 33가지’로 그동안 많이 듣고 읽어왔던 칭찬의 상승효과를 한꺼번에 잘 묶어 놓았다.
‘칭찬을 받으면 바보도 천재로 바꿔진다’, ‘세상에는 외상이나 공짜가 없다, 칭찬하면 칭찬이 돌아오고 원망하면 원망이 돌아온다’, ‘돈을 주면 순간의 기쁨이 만들어지지만 칭찬은 평생의 기쁨을 안겨준다’. ‘칭찬을 주고받는 사회는 성공한다’, ‘칭찬 받으면 칭찬 받을 일을 하고 비난받으면 비난받을 짓을 한다,’‘사람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칭찬밖에 없다,’ ‘칭찬은 웃음꽃을 만들어주는 마술사다’, ‘칭찬을 받아 본 사람이 더 칭찬 받고 싶어한다, 그래서 10배 100배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등이 열거됐다.
한참 전에 본 이 칭찬의 위력이란 내용을 최근 절감했다. 바로 6월 한달을 붉은색 함성으로 들끓게 한 월드컵 열풍속에서 였는데 한달 내내 국내외 한인들 입에서는 ‘정말 잘한다’, ‘너무 멋지다’, ‘젊은이들이 잘 컸다’ 등의 칭찬이 마를 날이 없었다.
그동안 별로 칭찬받을 일이나 칭찬할 일도 없었던 탓인가, 모이면 자기 비하 내지는 타인 폄하에 열을 올리던 사람들이 이때만은 칭찬의 불꽃을 활활 피워 올렸다. 갑자기 살맛 나는 세상으로 변하고 LA 한인들의 얼굴에는 웃음꽃도 환하게 피어났다.
에퀴터블 빌딩 앞의 열광적이면서도 질서정연했던 거리 응원이 끝난 후 AP통신은 경찰과 주류 언론들의 평가를 종합하여 ‘이곳에 모였던 한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매너가 좋은 축구 팬들’이라고 타전했다.
20년 미국생활동안 처음 들어 본 극찬이었다. 금방 신문이나 입으로 퍼진 이 칭찬 뉴스는 평소 웃을 일도 별로 없던 한인들에게 최고의 앤돌핀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스테이플스 센터측이 감명을 받아 15만달러 이상의 대여금을 받지 않고 무상으로 센터를 공개응원장소로 쓰게 했으니 그 감동은 말할 수 없었다.
화장실에서 만난 아줌마, 할머니들이 바닥의 종이조각을 줍고 남이 쓰고 나간 세면대의 물기까지 닦는 모습은 신선하다 못해 충격적이었다. 칭찬의 상승 효과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스테이플스 센터에 소속된 프로축구단 갤럭시 에서는 오는 20일에 로즈보울 구장에서 한국의 밤 행사를 개최하고‘세계 최고의 매너 축구팬 한인들’을 초대한다고 한다.
칭찬받아 마땅한 한인들의 열광적인 응원문화와 질서정연한 결집력, 수준높은 관전태도와 문화 및 전통을 다시 한번 보여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두명 이상의 한국 축구선수를 스카우트 하려는 계획도 밝히고 있다.
주류사회가 자청한 그런 프로포즈를 받은 기억이 있던가? 별로 없었다.
누군가를 칭찬하는 기사를 작성할 때는 기분이 좋다. 항상 웃음 띄우고 주변과 사람들의 긍정적인 면을 보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즐겁다. 빈틈없이 조리있는 말투로 한편으로는 시원하게(?) 뭔가를 비난하고 원망하고 깍아 내리는 사람은 만나기가 두렵다. 언젠가는 그의 독설을 맞아야 하는 과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잔치의 뒤끝은 어차피 허망하다고 했다. 월드컵때 피빛 같은 진을 뺀 후유증일수도 있겠다. 붉은 열기끝에 돌아온 일상에서는 주가가 끝없이 폭락하고 잇딴 회계비리가 터져 나와 불신이 조장되고 있다. 조국을 돌아보면 대통령의 세 아들 가운데 두명이 철창에 갇혀있고 국회의원들은 모처럼 돌아온 국회의사당에서 모리배 같은 쌈박질에 몰두하고 있다. 그림만 보면 도대체 칭찬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아야 할 이면은 언제나 있다. 누구나 본인도 모르는 장점이 있듯 조직, 사회, 국가에도 봐 줄만한 구석이 있다. 반복된 칭찬은 눈에 띄지 않던 그런 구석을 환히 밝히면서 때로는 기적 같은 변화와 결과를 준다. 칭찬이 늘어나면 어두운 원망과 비난 쪽은 옅어지게 마련이다.
칭찬에 인색했던 시대를 살아선지 칭찬을 하는 것도, 칭찬을 받는 것도 쑥스럽다. 그러나 더 늦기 전에 이제부터라도 칭찬의 문을 활짝 열기 위해 노력한다면 현재보다 나은 주변, 사회, 국가 만들기에 한몫 보태는 것이 아닐까. jungi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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