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아는 집엘 놀러 갔는데 부엌에 걸린 게시판이 눈에 띄었다. 이 게시판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오른쪽에는 현진, 왼쪽에는 유진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현진이 쪽에는 붙은 것이 많았는데 유진이 쪽에는 아무 것도 없이 깨끗하였다.
“제 걱정거리를 보고 계시는군요!” 현진이 어머니의 말씀이다. “6학년인 현진이는 유치원 때부터 숙제나 할 일을 매일 게시판에 써 놓으라고 했더니 열심히 시키지도 않는데 하루도 안 빠지고 이렇게 붙여놓고 충실히 자기 할 일을 해놔요. 그런데 1학년인 유진이는 매일 숙제를 게시판에 붙여놓고 하라고 하면 ‘네!’라고 답은 잘하면서도 다그치지 않으면 붙여놓는 걸 본적이 없어요. 붙여놓기도, 또 숙제하기도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몰라요.”
답답해하는 유진이 어머니에게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권유하였다.
1. 유진이가 학교에서 오면, 숙제가 뭐냐? 숙제를 게시판에 붙여라!는 것 대신 유진이의 책가방을 함께 정리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책가방에 장난감부터 돌멩이까지 들어 있어 무슨 쓰레기통 같다고 해서 웃은 적도 있었다. 박스 두 개를 준비하여 하나는 버리는 박스, 또 하나는 공부에 필요한 것을 가려내도록 했는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야단이나 잔소리는 절대 안하고 유진이로 하여금 직접 하게 했다.
즉 유진이에게 생활의 정리정돈을 가르치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유진이가 태어나서부터 자는 시간, 칫솔질, 목욕, 자기 방 정리 등 모든 것을 3~4세부터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금씩 시켰어야 했었다. 문제가 보이기 시작하여, 한꺼번에 시키려니 유진이 입장에서는 벅찰 것만 같고 거부감부터 일으킨다. 그러나 유진이 어머니에게 10가지를 해야 하는데 그 중에 한가지를 잘 해도 그것을 칭찬하도록 했다.
학생들은 공부를 한다고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서 적어도 절반 이상의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우리 아이는 정신집중이 잘 안 되나봐요”라고들 말씀하신다. 물론 산만한 아이들도 있지만 생각하는 것보다 그리 많지는 않다. 대부분의 경우는 생활 자체의 정리정돈이 안되어 일어나는 일이다.
■정리정돈(organization)이란 무엇인가?
‘정리정돈’이란 해야 할 일을 미리 계획해서 하는 단계(planned directive)이다. 학생들의 ‘매일의 정리정돈’에는 다음 7가지 요소가 있다.
1. 꼭, 무슨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A) 숙제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파악하는 것-보통 숙제는 다음 날 내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그 제출 날짜가 오래기도 한다. 왜냐하면, 숙제의 양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B) Project에 관하여: 1세 부모님들은 필연 ‘project’라는 숙제에 대해 생소하실 것이다. 한국에서는 그런 숙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보통 project는 혼자 하는 것도 있지만, 여럿이 같이하는 project들도 많다. 또 제출하는 날짜도 2주일에서 한 달씩, 가끔은 더 이상도 걸릴 수 있다. 그 한달 동안 자신의 정리정돈이 필요하다.
(C) 시험에 관하여: 시험은 간단한 퀴즈부터 시작하여 학기말 시험까지 있는데 시험은 그 종류보다는 시험 보는 범위를 상세히 알아야 한다. 정리정돈이 미급한 학생은 공부는 했는데 자기가 공부한데서는 시험이 안 나왔다는 소리를 자주 한다. 즉 시험공부를 딴 데서 헤매고 있었다는 말이다. 공부를 안한 것이 아니고 정리가 안된 아이들이다.
2. 적합한 책, reference books의 정확한 페이지를 찾아야 한다.
요즘의 whole language approach 방식은 어느 주제(theme)를 놓고 가르친다. 예를 들어, 주제가 ‘California Mission’이라면, 선생님은 교과서 여기저기에서 골라 가르칠 수도 있고, 여러 참고서를 많이 쓰기도 한다. 정리정돈이 미급한 학생에게는 방향을 잘 잡지 못하기 때문에 이것이 매우 부담이 된다.
3. 처음에 공부부터 먼저하고 딴 일을 해야 한다.
우선 순위를 절대적으로 가려야 된다. 즉, TV시청이나 컴퓨터 게임부터 하고 숙제를 나중으로 미루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유명한 연구를 하나 소개하자면, 학생 50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TV를 먼저 보고 난 다음에 공부하고 다음 날 시험을 봤다.
둘째 그룹은 공부를 먼저하고 TV를 보고 다음 날 같이 같은 시험을 치렀다. 결과는 공부를 먼저 하고 TV를 본 학생들의 시험 성적이 현저히 월등하였다.
그 연구에 따르면, TV를 먼저 보면 우리 두뇌가 이미 너무나 수동적이 되어 이런 수동적인 상태에서 공부를 하면 그 효과를 많이 상실한다. 반대로 능동적이며 적극적인 두뇌로 일단 공부를 한 후에 수동적인 TV로 휴식을 취하면 TV 시청이 공부에 별 지장이 없었다는 연구이다(그렇다고 공부한 후에 TV를 보게 하라는 말은 아니다).
4. 절차를 밟아가며 배워야 한다.
특히 명석한 두뇌를 갖고 있는 학생들은 보통 절차를 밟아가며 하려고 들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지 지름 길, 빠른 방법을 택하려 한다. 예를 들어 숙제가 있으면, 그 숙제만 하고 필요한 절차 밟기를 안할 수도 있고, 공부자료(hand-out sheet)를 받으면 그 것만 하려고 한다. 절차가 요구되는 공부는 꼭 그 절차를 밟아야 된다.
5. 책상에서 할 내용의 공부가 있고 안락의자에서 할 수 있는 공부가 따로 있다.
이런 것의 분별이 확실히 서야 한다. 특히, 음악(Rock이나 Rap)을 크게 틀어 놓는다든지, TV를 켜 놓고 공부를 하는 것은 금물이다. 음악이나 TV를 틀어놓고 공부하면 적어도 30% 이하의 능률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6. 공부를 시작 할 때와 끝날 때가 분명하여야 한다.
가끔 어떤 아이들은 숙제를 하러 자기 방에 들어가서 5~6시간을 붙들고 있는데, 공부를 하는지 노는지, 이거 했다 저거 했다 전화 참견, 냉장고 출입 등 그냥 시간을 끄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나쁜 공부습관 들이기에 안성맞춤이니, 만일 30분 걸려 해야 할 공부면 그 30분을 알차게 공부하고, 깨끗하게 끝내는 것에 버릇을 들여야 한다.
7. 마지막으로 공부한 것을 반드시 재검토(review)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숙제는 했는데 다시 검토해 보지 않았다든지, 읽은 것을 다시 암송(recite), 검토(review)를 해서 이 숙제의 무엇이 요점인 것을 기억하여 쓸 수 있는 공부 습관을 들여야 한다.
서론에 소개한 유진이는 능력으로 봐서는 누나인 현진이보다 월등하였으나 매일생활의 정리정돈 능력이 부족한 학생이었다. 그것도 1학년이라 보통의 경우는 별로 문제화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 5년 위인 누나 현진이와 어머니가 워낙 정리정돈을 잘하는 가정이어서 유진이의 문제가 문제화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공부는 장리정돈이 된 상태에서 하면, 4가지의 결과가 현저하게 나타난다.
1. 공부를 쉽게 해낸다.
2. 공부를 틀리지 않고 해낸다.
3. 공부를 빠르게 해낸다.
4.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것이 일단 습관화되면, 공부는 시간낭비 없이 쉽게 편하게 해낼 수 있고,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부에 재미를 들이기 시작한다.
(추천독서 목록과 학습방법이 자녀의 독서수준별로 된 것이 있습니다.) 문의 (909)861-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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