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교졸업생 자녀를 둔 가정들은 졸업시즌을 맞아 자녀들의 꿈인 ‘마이 카’ 장만에 시끌벅적하다. 새차를 사느냐, 중고차를 사느냐, 아니면 리스를 하느냐, 부모가 타던 차를 물리느냐…, 또 차종은, 옵션은, 한껏 들뜬 분위기 속에 자녀들에게 정작 짚고 넘어가야 할 안전교육을 소홀히 하지나 않을까, 부모들의 느슨함이 우려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운전버릇. 언제 누구로부터 어떻게 배우느냐에 운전자 본인과 타인의 생명이 달려 있는 만큼 자녀의 운전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책임은 막중하다. 또한 얼마전 통계에서 보듯 자녀들은 운전습관을 부모에게서 가장 많이 배우게 되므로 평소 부모의 모범운전이 백번 말로 가르치는 것 보다 낫다. 연중 청소년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난다는 여름방학. 부모와 자녀가 함께 안전운전의 중요성을 되새길 필요가 있겠다. <김상경 기자> sangkk@koreatimes.com
청소년 안전운전의 중요성을 알아보기 위해 다음의 통계수치들을 유의해 보자.
▲15∼19세 연령층의 사망원인 1위가 교통사고다 ▲청소년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의 36%가 음주운전, 58%가 과속운전 중에 일어난다 ▲지난해 교통사고로 사망한 청소년의 50%이상이 사고 당시 안전벨트를 하지 않고 있었다 ▲2000년도 전국 청소년 교통사고사망자수는 4,877명에 이른다 ▲미국내 전체 운전자 중 청소년 운전자의 비율은 7%에 불과하지만 청소년 운전자의 교통사고사망률은 전체 교통사고사망률의 14%나 차지한다 ▲15∼20세 여자의 교통사고사망률이 전년대비 4% 증가했다.
“청소년 운전은 위태롭기 짝이 없습니다. 그 나이엔 자신만은 절대 죽지 않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전국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로즈 맥머레이 부소장은 “과거세대와 달리 요즘의 청소년들은 부모로부터 운전을 배우는 대신 운전학교에 보내지는데 형식적으로 정해진 시간을 채우는 식의 운전학교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아무래도 부모가 곁에서 엄격히 간섭하는 교육에 비해 안전이 강조되지 않으며 더욱이 대낮에 행해지는 학원의 운전연습으로는 비오는 날이나 해질 녘 서향운전 또는 밤길 운전까지 커버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2년전 다니엘르 시마스(매사추세츠·당시 17세)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프리웨이 빗길 운전을 하다가 콘트롤을 잃고 중앙선을 넘는 바람에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트럭과 충돌해 현장에서 즉사했다. 사고원인은 안전벨트 미착용이나 음주, 과속, 셀폰사용이 아닌 ‘경험부족’. 시마스의 부모는 그 해 여름방학동안 타운에서 가장 좋다는 운전학교에 보내 연습을 시켰으나 빗길 운전은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다.
1995년 노동절 주말, 16세의 티파니 아카디(플로리다)는 3명의 친구를 태운 채 다른 차를 운전 중이던 남자친구와 프리웨이에서 90마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쥐와 고양이 게임’(cat and mouse game)을 하다가 마주 오던 차량과 정면 충돌, 반대 편에 타고 있던 4세 아이와 그의 아빠, 이 편에 타고 있던 친구 셋을 본의 아니게 죽이고 자신도 현장에서 즉사했다.
브라이언과 마이크 마빅 형제(캘리포니아)는 1998년 노동절 주말 마리화나를 피우고 100마일로 질주하던 친구 차에 탔다가 한순간 콘트롤을 잃고 곤두박질 쳐 19세와 16세의 창창한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 밖에도 최근 발생한 한인 청소년의 운전사고를 보면 올해 3월25일 월넛에서 한인 김모(19)군이 니산 맥시마 승용차를 과속으로 몰다 가로등을 들이받아 숨졌으며 지난해 12월23일에는 노스리지에서 한인 안모(19)군이 몰던 승용차가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으면서 전복돼 뒤에 타고 있던 이모(19)군이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친구들을 태운 청소년 운전자들은 더 위험하게 운전한다는 조사결과에 따라 각 주마다 운전면허에도 등급제를 부여, 청소년 운전자는 주말 밤 등 사고다발 시간에 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운전시 동승할 수 있는 탑승자 수에도 제재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따르면 현재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46개 주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 ‘등급제 운전면허 프로그램’(graduated driver’s license program)으로 인해 청소년 교통사고사망률이 전국적으로는 13% 줄었으며 주에 따라 청소년 교통사고발생률은 25∼57%, 특히 야간사고발생률은 43∼50%씩 각각 감소했다.
이 프로그램으로 캘리포니아에서는 만 15세가 된 청소년은 미성년자 교육허가기관에서 30시간 이상의 이론교육(Driver Education)을 받았다는 증명서와 ‘DL44’ 양식, 12달러의 수수료를 함께 제출해 임시면허증(provisional permit)을 받은 후 25세이상 성인이 동승할 때 운전연습을 할 수 있다.
퍼밋을 받은 처음 1∼6개월 동안은 밤12시∼새벽5시 사이에 운전할 경우나 시간대를 막론하고 20세 미만의 사람이 그 차에 동승할 경우 반드시 25세 이상의 성인이 동승해야 한다. 그후 7개월째부터는 오전 5시∼정오까지 성인의 감독 없이 20세 미만의 동승자를 태울 수 있다. 임시면허증(Provisional Driver License)은 16∼18세 청소년이 퍼밋을 받은 지 최소 6개월 후에 신청해 실기시험을 치른 후 취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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