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위상 드높인 경이적 사건
홍명기/LA평통회장
지구촌의 대향연 중에서 월드컵 축구만큼 열광적이고 거대한 관중이 참여하는 단일 스포츠가 있을까.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나 해외에 사는 동포에게 이번 월드컵 축구대회가 가져다 준 선물보다 더 큰 선물이 있었을까. 이보다 더 큰 국위선양과 한국인의 역량을 알릴 수 있었던 사건이 있었을까. 참으로 경이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4,700만 한국인과 전세계 570만 동포가 뜨겁게 달아올라 한민족이라는 용광로를 통하여 아시아의 자존심, 세계 속의 대한민국 그리고 루이 민족의 역량을 알리며 기적과 신화 같은 역사의 장을 한달 내내 열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예로부터 큰 경사가 나면 온 동네에 주민을 불러모으고 길가는 손님들도 불러모아 잔치를 베풀곤 했다. 해외동포가 한민족인 것처럼 북한 동포도 우리 민족임을 상기하는 기회도 마련됐으면 한다. 화해와 협력이 더욱 정착될 수 있도록 우리 동포들도 조금은 여유와 유연한 자세로 북한 동포를 생각하는 기회도 되었으면 한다. 평통도 진보, 보수할 것 없이 화합해 납북화해와 통일의 가교역에 충실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부상당한 선수를 걱정하고 장기적으로 가려는 전략으로 인하여 준결승에 분패하였지만 우리는 당초 얻고자 한 것보다 더 얻었고, 예상을 이미 뛰어 넘어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세웠다. 우리가 독일에 졌다고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제 우리는 16강을 거쳐 8강, 4강이라는 신비스런 일을 해낸 것이다. 대한민국과 한민족을 그리고 태평양 시대의 주역으로 동방의 횃불임을 자처해도 자만해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잃은 것은 없고 득만 되었던 대회였다고 본다.
동포사회와 대한민국이 겪은 수난과 영광을 함께 한 우리 동포사회도 이번 대향연을 통하여 단합하고 결속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1세뿐 아니라 2세들까지도 수용할 수 있는 한인사회가 되었다. 그러한 한 마당을 만들었다는 것은 수확 중에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세대간, 남녀간 관계없이 모두가 한데 어울린 이 기회를 통하여 우리 동포사회가 한층 더 성숙해지고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정직과 성실로 존경받을 만한고 비전을 겸비한 지도자가 우리 동포사회에 나타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터키와의 3, 4위 전에서 좋은 경기를 펼쳐 유종의 미를 거두길 한국팀에 바란다.
축구 세계화로 저변 확대
(김석원/전 한국국가대표선수 )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한국의 놀라운 선전은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B+정도의 개인기량과 A+의 체력 및 기동력으로 월드컵의 새 역사를 썼다. 허나 아쉬움이 있다면 우리가 A-정도의 개인기량만 있었어도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는 데 있다.
1970년대 미국 축구계는 축구 붐을 일으키기 위해 세계적인 선수들을 끌어 모은 적이 있었다. 펠레, 베켄바워, 요한 크루이프 등 유명선수들을 보기 위해 많은 미국인들이 운동장을 찾았고 미국축구협회는 곧 축구 붐이 일 것으로 생각하고 들떠 있었다.
그리고 베켄바워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미국이 4년 혹은 8년 내에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라고. 이 질문에 베켄바워는 "축구는 그렇게 빨리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미국은 펠레와 베켄바워가 떠나면서 일시적이던 관중도 모두 떠나 버렸고 운동장은 다시 풋볼과 야구로 채워졌다.
미국축구협회는 그때서야 축구 중흥은 몇몇 스타들에 의해 만들어 지는 게 아니라 저변확대, 즉 많은 어린이들이 축구를 즐기고 선수로 뛰는 가운데 생겨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동네마다 지역마다 축구 클럽을 만들고 육성하는 일에 정성을 다하게 되었고 2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300만 명에 육박하는 등록선수를 보유하고 월드컵 8강에 오른 축구 강국이 되었다.
체력축구의 정상과 기술축구의 정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먼저 어린이들이 맘껏 뛰어 놀 수 있는 잔디구장의 확보가 시급하고 보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어린이 축구를 육성해야 한다. 그리고 보다 일찍 이들이 세계무대로 나아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미국에는 크고 작은 축구 대회가 있고 유럽 일본 등지에서도 대회에 참가하고 있지만 한국 어린이 팀이 미국에서 경기하는 모습은 아직 본 적이 없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세계화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기술축구의 정상에 서기 위해선 유소년 선수들에게 세계화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미국도 보내고, 유럽과의 교류도 갖고, 일찍 선진국가의 프로구단에 가게하고... 이러한 유소년 축구에 대한 장기적 안목의 투자만이 한국축구를 기술축구의 정상에 서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 4강 진출의 기적을 이룬 한국축구 앞에 지금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세계의 승자는 소년들 가운데서 나온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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