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두달반여 동안의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다음 학년도 학업의 성패가 좌우되므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짜임새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할 시기다. 지쳤던 몸과 마음을 쉬면서 여행이나 문화활동을 가족과 함께 즐기는 것도 유익하겠고 학기 중엔 시작하기 어려웠던 과외활동이나 부족했던 과목에 차분히 흥미를 붙이기에도 좋을 것이다. 또 시간적 여유가 없어 맘껏 하지 못했던 독서, 아르바이트, 사회봉사 등 재미있고 보람된 일들이 많이 있다.
특히 방학기간은 새벽운동이나 신문읽기 등을 습관화시키는 자기 훈련과 평소 고치고 싶었던 생활 패턴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다음 학기 성적을 올리기 위해 방학동안 공부에만 전념하겠다는 것은 별로 지혜롭지 않은 다짐. 알찬 여름방학을 보내려면 학업과 휴식, 운동 등을 적절히 분배해 꾸준히 지켜나갈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최선이다. 과연 우리 자녀들은 이 귀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 생각일까. 방학을 맞아 표정마다 신바람이 가득한 초·중·고교생들의 계획들을 들어봤다.
▲그레이스 임(유경·웨지우드초등 1학년)·지니 임(혜진·웨지우드초등 2학년) 자매 "방학동안 책을 많이 읽어 영어를 정복할 거예요!"
나란히 웨지우드 초등학교 1, 2학년에 다니고 있는 임 자매는 이번 방학 계획도 함께 짰다. 멀리 사는 친구가 놀러와 며칠동안 집에서 함께 지낼 예정이고 또 너무 지루하다 싶으면 가까운 극장이나 문화행사에도 갈 계획. 그러나 이번 여름 방학동안의 확실한 목표는 오로지 독서다.
2년전 이민와 아직 영어가 어렵기 때문에 독서에 초점을 맞추기로 작정한 임 자매는 일주일에 한번씩 동네 공립도서관에 가서 읽고 싶은 책 20∼30권을 대출키로 했다. 과연 이 많은 책을 한 주간 읽을 수 있을까 싶지만 평소에도 곁에서 꼼꼼히 시간관리를 해 주시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도움을 굳게 믿고 있다.
오전 7시에 기상, 저녁 9시30분 취침에 들어가는 임 자매가 계획한 여름방학의 하루를 보면 오전10시∼정오, 오후 3∼4시, 저녁 식사 후 약 1시간의 매일 총 4시간 동안 독서한다. 매일 오후 4∼5시30분엔 수영 등 운동을 하고 일주일에 한번은 학원에 나가 컴퓨터도 배울 계획이다. 간간이 오락도 하고 TV도 보면서 휴식도 취할 테지만 이번 방학의 목표는 오로지 독서라고 강조했다.
▲새뮤얼 신(승우·3가초등 3학년)
새학기가 되면 수학, 사회, 영어 등 핵심과목들이 한층 어려워지는 도약의 4학년을 맞게 되는 신 군은 "지난 학기에 수학 때문에 약간 고생을 했기 때문에 방학이 되면 여유를 가지고 수학을 독파하려고 마음먹고 있다"며 그래서 방학중 많은 시간을 공부에 할애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전엔 학기 중 내내 다니던 학원에 계속 나가 수학과 스펠링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을 생각이고 오후에는 피아노 레슨에 초점을 맞춰 이번 방학동안엔 피아노와 수학실력을 집중적으로 쌓을 것이란다. 그렇다고 햇볕 쨍쨍한 여름 방학 내내 실내에서 수학책과 씨름만 하겠다는 생각은 물론 아니다. 7월 한 달은 가족여행을 위해 미리 뚝 떼어 놓았다. 사업차 한국에 나가 계시는 보고싶은 아빠를 만나 모처럼 온가족이 한국 방방곡곡의 유적지와 아름다운 자연을 돌아볼 계획으로 벌써부터 마음이 들떠 있단다.
▲엘리사 오(총명·3가초등·5학년)
상급학교로의 진학이란 ‘몸도 더욱 건강해지고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것’이라고 풀이하는 오 군은 초등학교 마지막 방학을 캠핑, 슬럼버 파티, 운동 등을 하며 대부분 친구들과 지낼 계획이란다. 방학하자마자 곧바로 랜초 리베라로 떠나는 2박3일 일정의 교회 야외캠프에 참가하는 것을 시작으로 틈나는 대로 친구들과 스포츠캠프에도 갈 계획이다.
아직 진학할 학교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곧 헤어지게 될 지도 모를 친구들과 원 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에 매일 친구들과 롤러 블레이드도 타고 수영도 할 생각. 그렇다고 하루종일 친구들과 붙어 지낼 수는 없고 오전엔 집에서 ‘반지의 제왕’을 포함해 방학중 10권에서 최대한 20권까지의 책을 읽을 ‘비장의 각오’도 하고 있다.
학과공부는 독서 외에는 접어둘 생각이란다. "학과 공부는 학기 중에 최선을 다하고 방학땐 열심히 놀아야지요. TV도 보고 책도 읽고 무엇보다 친구들이랑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 생각이예요"라며 절친한 친구가 10명도 넘는다는 활달한 성격의 오 군은 장래 희망인 경찰관이 되기 위해선 지금부터 몸을 튼튼히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귀띔하기도.
▲니콜 윤(정현·하버드웨스트레익·7학년)
이미 6월초부터 방학에 들어간 윤 양은 요즘 주중 아침시간을 한인건강정보센터에서 보내고 있다. 오전 9시∼오후 2시까지 이곳에서 봉사하다 보니 학교에서 요구하는 커뮤니티서비스 12시간을 이미 다 채웠지만 일이 재미있고 보람돼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단다. 맡은 일은 주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오락행사준비를 거들거나 점심식사를 나르는 일, 또 이따금씩 하는 합창이나 연극 등의 ‘재롱잔치’.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기뻐하시니까 기분이 좋아요"라는 윤 양은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캠프에 참가한 후 8월말 가족들과 멕시코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남는 시간에도 사회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란다.
지난 학기 스트레이트 A학점을 받은 윤 양은 앞으로 5주 동안 말보로스쿨 캠프에 참가해 각종 스포츠 및 기타레슨을 받을 계획이며 수학, 영어, 과학, 컴퓨터 등 캠프에서 주관하는 학습과목 중에는 리딩 만을 선택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학기 고전 끝에 A를 받은 수학은 반드시 학기시작 전에 다음 학년을 위한 예습을 해 둘 것이라고. 또 재학중인 학교의 스쿨스토어에서 서머잡도 잡아 8월중 일을 하고, 그 수입으로 백 투 스쿨 샤핑에 보탤 계획이다.
▲니콜라스 안(정한·잔버로우즈·8학년)
올 가을 고교생이 되는 안 군은 여유로운 여름방학을 꿈꾸고 있다. 좋아하는 책과 음반들을 싸들고 동부와 서부에 계시는 친척들을 두루 다니며 만나고 돌아올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학업과 과외활동 등 대입 준비를 위해 바짝 조인 긴장의 방학을 보내게 될 것이기 때문. 그래서 여행도 자유롭게 혼자서 떠날 예정이며 구체적인 일정도 짜놓지 않았다.
얼핏 들으면 배낭여행 같기도 하지만 실상 목적지마다 친지들이 있으므로 안전한 여행이 될 것이라고 안심시킨다. 여행계획의 굵직한 골자들은 우선 동부로 가서 뉴욕에 계시는 이모님을 방문하고 맨해튼을 중심으로 관광도 하겠지만 시간 되는 대로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에 있는 동부 명문대도 둘러 볼 예정. 동부 여행이 끝나면 시애틀 친척댁으로 옮겨가 이번엔 워싱턴주를 중심으로 서부 일대를 여행할 계획이다.
중학교 시절에도 방학때 마다 몸과 마음을 쉬게 하면서 많은 것을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이렇게 충분히 쉬고 나면 학기 중엔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이번 방학도 여행과 휴식으로 일관할 생각"이라고 말한 안 군은 지난 주 우수한 성적으로 잔버로우즈 중학교를 졸업했다.
▲제니 장(밴나이스 매그닛·11학년)
연중수업제로 5월부터 방학을 맞은 장 양은 현재 LACC 한인타운분교에서 시간당 7달러71센트씩을 받으며 내년에 들어갈 칼리지 학비에 보탤 돈을 모으는 중이다. 방학하자마자 서머스쿨 두 과목을 후딱 해치우고 찾아 나선 서머잡 중에 제일 맘에 들었지만 경쟁이 치열했던 LACC의 일감, 즉 수강신청 안내와 신청서 작성을 돕는 일을 본인이 할 수 있게 될 줄은 미쳐 몰랐다고. 백일이 갓 지났을 즈음 이민 온지라 거의 2세와 같지만 어릴 때부터 한국어 공부를 꾸준히 해 영어와 한국어 실력을 둘 다 잘 갖춰 둔 것이 서머잡 헌팅에 큰 도움이 됐단다.
아르바이트도 좋지만 12학년 직전 여름방학인데 학업에 몰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성적을 올리기 위해 가속을 내야 할 때는 이미 지났다"며 SAT 등 주요시험들이 모두 끝난 11학년 여름방학부터는 부족한 과목을 보충해 짜투리 성적을 관리하는 일 외에는 지금까지 쌓아둔 실력을 가지고 대입 신청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답한다. UC 진학을 목표로 공부했다는 장 양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틈틈이 인터넷으로 여러 대학정보를 수집하면서 남은 여름방학을 보낼 계획이다.
<김상경 기자> sangk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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