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특수는 환상-. 매상은 오히려 팍 줄었다. 그러나 마냥 즐겁기만 하다."
8강전을 맞은 타운업소의 기분은 이렇게 정리된다. 월드컵에 온 정신을 빼앗겨 생활패턴 마저 변한 한인들 때문에 일부 가게는 매상이 40~50%나 줄었다. 특이한 점은 울상을 지어야 할 업소들이 웃고 있다는 것. 비즈니스 기상도는 ‘조금 흐림’이나 기분만은 ‘쾌청’이라는 타운업소들의 변한 모습을 둘러봤다.
◇월드컵 기간 약간의 판매 증가를 예상했던 마켓과 가전업체에 월드컵 특수는 없다. 한남체인의 피터 양 매니저는 "평상시 매출수준이 유지되고 있을 뿐이지 특이한 매출 변동은 느낄 수 없고 경기가 있는 날은 오히려 슬로우한 기분"이라고 한다. "단지 축구에 모두 정신이 팔려 있기 때문에 손님이나 직원이나 다 즐거워 한다"고 전했다.
◇가전업체 한스백화점의 크리스 고씨는 "축구 때문에 생활패턴이 바뀌어, 낮에 샤핑하는 사람 자체가 줄었으니 매상이 오르기는 힘들지 않겠냐"며 "월드컵 경기 시청으로 인한 생활리듬 변화가 소비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식당도 ‘공짜’를 제공하거나 할인행사를 한 업소를 제외하고는 월드컵의 영향이 크다. 경기가 있는 날은 저녁 손님이 눈에 띄게 준다는 것. 한정식 전문 용수산의 이미란씨는 "점심 손님은 큰 차가 없지만 경기가 있는 날은 밤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 일찍 귀가하거나 새벽 경기를 보기 위해 일찍 자려는 사람들 때문에 저녁 고객이 줄었다"고 전했다.
◇월드컵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업체는 서점과 비디오점을 들 수 있다. 샘터서림의 경우 한국팀의 경기가 있는 날과 다음날에는 매출이 40% 정도 떨어졌다. 김상훈 사장은 "국가와 민족을 위한 대사에 장사 좀 안 된다는 것은 괜찮다"면서 "매장안에 월드컵 송만 틀고 즐거운 마음으로 한국팀의 승리를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컵 시작후 비디오 업계는 한국팀 선전과 반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마켓내 럭키비디오는 경기가 있는 날을 전후로 해서 매출이 40~50% 떨어지고 있다. 남옥수 매니저는 "빅게임이 있는 날은 아예 사람들이 오지 않아 개점 휴업인 상태지만 한국 축구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잠깐 불황은 괜찮다"고 전했다.
◇월드컵 특수를 가장 확실히 누리고 있는 업체는 붉은 악마 티셔츠로 성공한 봉제업체 및 도매상과 이를 판매중인 소형업소. 16강 진출 때부터 발빠르게 태극기와 티셔츠를 제작해 타운에 공급해온 ‘코리아 코리아’(대표 탐박)는 티셔츠 15만장, 태극기 2만장 정도를 판매했다. 탐 박 대표는 "위험부담이 컸지만 과감하게 제작을 결정해 월드컵 재미를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윌셔가의 문구점 ‘COPY USA’(대표 김정숙)는 수십 더즌의 붉은 티셔츠를 5달러에 판매했다. 김정숙 대표는 "월드컵 분위기에 돈을 벌 욕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공짜로 나눠 줄 수도 없어 함께 즐기는 마음으로 판매했다"고 상인이라면 당연히 남겨야 할 이문을 남기는데 오히려 미안한 감정을 내보이기도 했다.
◇보수적인 복장의 은행가에서 반대로 붉은 티셔츠를 입고 한국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바람도 거셌다. 나라은행은 한국팀이 16강에 진출해 붉은 악마 티셔츠를 고객들에게 무료 배포한 이후 각 지점에서 고객들을 상대로 하는 직원들은 붉은 티셔츠를 입고 근무해 왔으며 21일에는 뉴욕지점을 포함해 전 직원이 붉은 옷을 입었다. 윌셔은행도 16강전이 치러진 날 붉은 티셔츠를 입은 것을 비롯해 21일 전직원이 붉은 티셔츠를 입고 근무했으며 8강전에서 한국이 승리할 경우 다음주까지도 붉은 티셔츠를 입는다.
◇월드컵 분위기에 편승해 얄팍한 인심으로 생색을 내려는 업소들도 등장했다. 한국팀이 8강전에서 승리할 경우 공짜로 식사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한 식당은 시간을 오전으로 잡아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식사를 대접할지 의문이 들게 만들었다. 신문에 등장하는 광고도 ‘8강 진출 기념’, ‘4강 진출 기원’등의 문구를 카피로 사용하며 세일 정보를 알리고 있지만 실제로 월드컵과 관련해 어떤 품목을 어떻게 세일한다는 설명이 없어 월드컵 분위기에 달아오른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했다. 또 티셔츠나 응원용 모자를 무료 증정한다는 한 가구점의 광고 카피 밑에는 작은 글씨로 ‘구입하는 고객에 한해’라고 적혀 있어 인심같지 않은 인심을 쓰려한다는 인상이 강했다. <배형직 기자> hjba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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