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8년만에 불가능을 가능케 함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조국의 축구대표팀 태극사단의 투혼,“대-한 민국을 4박자로 수십 일간이나 연호하며 그 태극사단을 응원하는 조국 4,700만과 거리에 뛰어나온 500만 코리안들의 폭발력, 지구촌의 코리안들이 곳곳마다 모여 아리랑을 부르며 지축을 뒤흔드는 열광적인 그들의 한마음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챔피언을 3번씩이나 한 이탈리아에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8강에 진출한 6월18일, 세계 언론들은‘월드컵 72년 역사상 최대 충격 중의 충격이라고 일제히 보도하게 한 역전승의 저력과 응집력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이는 우리 코리안들이 오랫동안 품고 온 홍익인간의 큰 꿈에서 나온 것이다.
개국 조상들은 그들의 큰 꿈을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 불렀다. 고려 충열왕 때에 일연(一然)이라는 명승이 1285년에 지은 삼국유사(三國遺事)에 홍익인간, 이화세계(理化世界)가 단군 고조선(檀君 古朝鮮)의 개국이념이라 기록했다.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뜻을 풀이하면 널리 인간에게 이롭게 하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인간을 다스리고 교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 우리 조상들의 꿈인가? 인류역사상 어느 때보다 오늘날 더 절실한 이 홍익인간의 꿈이 우리 한민족의 혈관에 뜨겁게 흐르고 있다. 필자는 이를 Korean Dream이라 부른다. 이기적인 American Dream과 차원이 다르다.
홍익인간의 꿈이 한민족으로 하여금 비록 작은 한반도에 살지만 엄청나게 큰마음과 비전을 갖게 했다. 사실 우리 민족은 마음이 너그럽고 어질고 훈훈한 정(情)과 인(仁)의 백성이다. 약자를 보고 그냥 지나가는 바리세인들이 아니다. 상처를 싸매 주고 자비로운 마음씨가 있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사랑이 있다. 이웃나라들로부터 침공과 핍박을 수없이 당했지만 이를 정면으로 받아치기 위해 역사상 한번도 남의 나라를 침공한 일이 없는 평화의 민족이다.
일본 식민정책에 항거하던 3.1운동 선언문에도 홍익인간의 사상이 표현되어 있고 해방이 되던 해 1945년 11월에 미국 군정청에 의해 100여명의 교육자들이 모여 민주교육이념을 모색할 때에도 홍익인간을 채택했다. 이 모임에서 홍익인간을 제안한 당시 목사요 교육자이던 백낙준 박사가 1954년에 쓴 논문, ‘조선교육이념과 민족정신’에 의하면 홍익인간 사상은 기독교의‘사랑, 유교의‘인(仁), 불교의 자비(慈悲)를 포함한 포괄적인 한민족의 독창적인 생활철학이라 하였다. 그가 정의한 홍익인간을 요약하면, 비이기주의, 이타주의, 상생사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훌륭한 홍익인간의 꿈이 자본주의의 이기주의적 속성에 눌려 버렸다. 88 올림픽에서 홍익인간의 위력이 잠시 발휘되어 4등의 종합 성적을 내기는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조국사회는 우선 돈을 벌고 보자는 자들로 인해 부정부패가 판을 치는 세상으로 변해갔다. 역대 대통령의 아들들마저 부정의 유혹에 휩싸여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이러한 기성세대에 식상한 이상주의 젊은이들은 마침내 돌파구를 찾았다. 자기들의 욕구불만을 분출해낼 수 있는 인터넷 네트웍의 형성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이 ‘노사모’로 분출되기도 했다. 그들은 태극사단의 감독 거스 히딩크의 지도력과 선수들의 투혼에 감동하여 승리의 응원을 통해 한을 풀기로 결심했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의 비상한 동원력에 겁을 먹었다. 미국과 대결하는 날을 앞두고 혹시 반미감정이 폭발되지 않을까 크게 염려했다. 그러나 그 염려는 쓸데없는 군걱정이 되고 오히려 성숙함을 보여주었다.
목이 터지도록 ‘대-한 민국’을 외치는 저 젊은이들의 고함 속에는 기성세대의 위선에 항거하는 소리도 섞여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6.13 투표율이 최고로 저조한 이유가 그들의 심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월드컵의 충격은 밑바닥까지 내려간 대한민국을 정신 차리게 한 마지막 기회라 믿자! 이제 기성세대는 이 기회를 대한민국의 정치적 도약의 기회로 삼고 이기주의적 관행에서 돌아서는 비장한 각오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여기서부터 신구세대가 모처럼 부활한 홍익인간의 큰 꿈과 신선한 정신상태를 함께 키워서, 대한민국을 모범국가의 서열에 끼게 하고, 보다 평화로운 신세계 질서 확립에 공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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