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매일 아침 하는 인사지만 한국이 이탈리아를 누르고 월드컵 8강에 오른 오늘 아침처럼 ‘굿 모닝’이라는 단어가 실감난 적이 없다.
꿈인가 생시인가.

한국의 승리가 믿어지지 않는다. 연장전에서도 비기고 결국 승부차기까지 가는 줄 알았는데 한국팀이 ‘기적적’으로 한 골을 더 넣어 2대1로 승리한 것이다. ‘기적적’이란 표현을 쓰는 이유는 이탈리아가 월드컵 경기 연장전을 과거 8번이나 치러 한번도 상대방에 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역사적인 골을 안정환이 넣었으니 ‘기적적’일 수밖에 없다.

사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의 목표는 우선 폴란드에 이기는 것이었고 다음은 16강에 진출하는 것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16강 진출이 8강 진출보다 더 어렵다. 한국은 숙원의 16강 진출을 이루어냈기 때문에 8강은 되면 좋고 안 돼도 그만이라는 정도의 기대에 머물러 있었다. 더구나 상대가 월드컵 챔피언을 3번씩이나 한 이탈리아이고 이번 대회에서도 유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었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 한국인들은 왜 미친 듯이 열광했을까.
게임내용이 너무나 드러매틱했다. 그냥 이기거나 진 것이 아니라 한국이 역전승, 이탈리아가 역전패 했기 때문이다.

어떤 현상이건 역전에는 드라마가 따르는 법이다. 그리고 사람의 피를 끓게 하는 자극성을 지니고 있다. 영화 ‘로키’에서도 주인공 로키가 형편없이 얻어맞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상대방을 KO시키는 역전 플레이 때문에 관객이 흥분하는 것이다.

만약 안정환이 경기시작 10분만에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고 그 후로 게임이 지지부진하여 한국이 이탈리아를 1대0으로 눌렀다면 어떻게 됐을까.
기쁘기는 했어도 미친 듯이 흥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게임이 드러매틱하게 되느라고 쉽게 얻은 페널티킥을 수퍼스타인 안정환이 실패하고 말았다. 여기서부터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한국이 한 골 먹었을 때는 안정환의 페널티킥 실수가 더욱 아쉬워지고… 그러다가 설기현이 한 골을 넣어 연장전에 들어가자 관중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고 마침내 안정환이 게임종료 몇 분을 남겨두고 극적으로 헤딩슛을 한 것이 성공한 것이다. 그냥 이긴 것이 아니다. 역적 소리를 들을 뻔한 선수가 승리의 결정적인 골을 넣었으니 관중이 흥분할 수밖에.

8강 진출의 결정적인 골을 넣은 후 잠시 멍하니 서서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안정환의 심경이 어떠했을까를 상상해 본다. 지옥과 천당을 넘나든 기분이었을 게다.

수퍼스타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가를 보여준 것이 안정환이다. 스타는 한 번 크게 실수하는 날에는 날개도 없이 추락한다. 이번 경기에서 한국이 이탈리아에 졌더라면 안정환에게 페널티킥 실수가 평생 마음의 상처로 남아있을 것이다. 스타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실패를 커버할 수 있는 실력까지 갖추어야 스타다. 프랑스의 AFP 통신은 안정환의 골이 월드컵 역사 72년에서 가장 큰 이변을 일으킨 해프닝이라고 평했으며 영국의 BBC 방송은 월드컵 사상 전례 없는 쇼킹한 사건으로 묘사했다.

역전승은 승리 중의 승리요, 드라마 중의 드라마다. 졌다가 이기는 것, 실패했다가 재기하는 것, 실망만 주다가 감격케 하는 것-이 모두가 삶의 역전승 드라마다. 평범하고 순탄한 삶보다는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삶에 희열이 있다.

8강에 진출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이탈리아팀을 연장전 끝에 역전승하는 장면을 ‘코리아’가 세계에 보여 주었다는데 한국의 긍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