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선수서 화랑주인으로
유도와 미술의 부조화(?)를 극복하고 10년째 가나화랑표구사(455 N. Western Ave.)를 운영해온 브루스 리씨. 용인대 출신의 유도 선수가 미술을 너무 좋아했고, 컬렉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자 아예 화랑 겸 표구사를 차렸다.
이제 자리를 잡은 점포 안에서 독서하는 게 낙이라는 이씨는 자신의 일을 “원하는 사람은 돈이 아깝지 않지만 필요 없는 사람에겐 쓰레기인 Monkey Busi-ness”라고 칭한다. 이민생활 초기 청소하다 보낸 젊은 날을 아까워하는 이씨는 “하루에 손님 한 명이면 장사되고, 2명 오면 부자 되고, 3명 오면 재벌 된다”고 여유와 넉넉함을 보였다.
미 유명 식당 4년전에 인수
한 때 타운내에서 알아주는 고급 레스토랑이던 파이퍼스(222 N. Western Ave.). 지난 64년 오픈한 이 식당을 안광용씨가 4년 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한때 베벌리 힐스나 헐리웃의 백인들이 주 고객이었다는 이 식당은 10년 전만 해도 24시간 여는 유일한 식당이었다고 한다.
파이퍼스의 종업원들은 오픈할 때부터 일해온 78세의 백인 할머니를 비롯해 대부분 10~15년 이상을 일해온 베테랑들.
단골 할머니들이 많이 찾는다는 이 식당에서는 스테익등 정통 양식에다 한인들의 입맛을 고려해 갈비, 돈가스, 빙수등의 메뉴도 추가해 놓고 있다.
한국·미국서 경력 40여년
한국과 미국의 양복업계 경력이 43년이라는 이성일씨의 웨스턴 옷수선(214 S. Western Ave.). 한 지붕 두 가게인 구두박사와 함께 경력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84년 홀로 도미, 부인·자식들과 이산가족으로 지내야 했지만 이젠 자식도 다 커서 한숨은 돌린 셈이다. “일이 밀려 하루 12시간은 일해야 한다”는 이씨의 낙은 작업대 앞에 걸린 가족사진을 가리키며 지난해 행정고시에 패스한 장남 자랑을 하는 것. KBS와 ITV가 제작하는 이민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적도 있어 이미 한국에선 지명도(?)가 있을 거라는 이씨에게 웨스턴은 홀로 있는 적적함을 덮어줄 수 있는 거리다.
직업 귀천없는 미국이 좋아
웨스턴 옷수선과 함께 6년전 한 지붕 두 집 살림을 하게 된 구두박사(214 S. Western Ave.) 이성철씨.
이씨는 ‘배운 게 도둑질’이라며 50이 넘어 도미해 잠시 다른 사업을 했지만 결국 구두수선 집으로 돌아오게 된 사연을 풀어놓는다.
40년이 넘는 경력의 이씨는 “한국이라면 나이 먹어 하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직업의 귀천이 없는 이곳에선 할만하다”고 한다.
“구두박사란 상호는 작은 아버지가 운영하던 한국의 구두 수선집 이름을 이어 받은 것”이라는 이씨는 “이젠 좀 지겹기도 하지만 그래도 자식들 결혼시킬 때까지는 하겠다”고 다짐한다.
타주서 오는 고객도 많아
웨스턴 입성 2년밖에 안된 신참 제이 서씨가 운영하는 웨스턴 만화방(730 S. Western Ave.)은 한국의 만화방과 똑 같다. 출출한 만화 매니아들을 위해 라면을 끓여주고 원하면 자장면 주문도 해준다. 일반 50센트, 성인만화 1달러 등 5달러면 2~3시간 즐겁게 보낼 수 있다. 13년 된 업소를 인수한 덕에 단골 고객들이 있어 만화방 운영이 할 만하다는 서씨는 “타주에서 비즈니스 관계로 LA에 왔다가 들러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다양한 고객층을 자랑한다. “대출 기한을 지나 한달 후 가져오는 사람도 있고 아예 반납 안하는 사람도 적잖다”는 것이 애로지만 손님들에게 야박하게 굴지 않으려고 한다.
웨스턴길서 가장 오래된 업소
웨스턴가의 가장 오래된 이발소(730 S. Western Ave.)중 하나. 19년전 브라질로 이민 왔다가 자녀 교육 문제로 미국에 발을 들이게 된 유정호씨가 13년 전 가게를 인수해 ‘귀공자’라는 독특한 상호의 기원은 알 길이 없게 됐다.
‘한국에서 기술을 갖고 있었으면 다른 업종 전환이 어렵다’는 이론이 자신에게도 통한다는 유씨는 말했다. 65세면 은퇴하겠다고 분명히 선을 그어 놓은 이씨는 “타운경제는 한인끼리만 주고받는 폐쇄적인 것으로 다운타운의 자바시장처럼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로 비즈니스 해야 실제로 미국내의 한인 경제력이 커 갈 것”이라고 업종을 뛰어 넘는 진단을 내린다.
한인들 휴식 공간 자리매김
“비즈니스라고 할 수는 없고, 취미생활 정도로 봐주면 좋겠습니다.” 나성 한국기원(740 S. Western Ave. #210)을 운영하는 최권호 원장은 기원과 비즈니스의 연결에 물음표를 찍는다. “72년 나성기우회의 동호인으로 허름한 이발소에서 시작한 모임이 지금의 기원이 됐다”는 설명. 10년간 기원을 운영한 최원장은 “점차 젊은 층이 줄고 고객 자체도 줄었다”고 아쉬워한다. 미 전역에서 가장 큰 기원 중 하나일 것으로 추측하는 최원장은 ‘많은 한인들의 휴식공간’으로서 기원이 기능하는 것을 보람되게 여긴다. 출입료는 하루 6달러, 한달 40달러로 저렴한 편. 폭동 때를 제외하곤 매일 24시간 계속 문을 연다.
신속한 서비스 편리한 주차
로데오 갤러리아가 자리한 널따란 파킹랏 입구에 서 있는 조그만 박스건물 웨스턴 슈 리페어(865 S. Western Ave.) 구두수선, 전화카드라는 글자 외에 상호가 명확치 않은 박스 안에서 박서웅씨는 손님들의 구두를 받고 수리한 구두를 내어준다. “바로 위가 나무 그늘이 져 여름에도 시원하다”는 박씨는 “편한 파킹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찾아온다”며 자랑. 120스퀘어 피트의 좁은 곳에서 신발, 가방 등을 수리하는 박씨는 “한인들이 구두를 수리해 신기 때문에 그냥 저냥 밥이나 먹고산다”고. “아는 사람은 차안에서 그냥 맡기고 간다”며 웃음짓는 박씨는 가방 하나 정도는 몇 분안에 뚝딱 수리할 정도.
27년간 한 자리에서 영업
76년 9월에 문을 연 리지웨이 바디·정비(1058 S. Western Ave.).
27년 간의 흔적들을 액자에 정성스레 넣어둔 이한종씨는 젊은 시절 청년회, 교민회, 체육회 등을 두루 거친 타운 터줏대감이다.
이씨는 흔들림 없이 한 곳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해 왔던 요인으로 ‘단골장사 치중’을 꼽는다.
“한군데 손볼 것을 두 세 군데 봐 드리면 고객이 다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씨의 고객 유치 비결.
친 형 이세종씨가 지난 1977년 제대한 이후 함께 계속 운영해 왔는데 “친형제가 이렇게 오래 동업하는 곳도 드물 것”이라며 이씨는 은근히 자랑한다.
74년 오픈, 외형보다는 내실
74년 냉장고와 세탁기 전문업체로는 타운에 처음 오픈한 한스전기(1200 S. Western Ave.). 한재민 사장은 “당시만 해도 초기 이민자들이 대출 받아 전자제품 구입하려면 은행이 가전업계의 공동서명을 요구했다”며 타운 형성기를 회상한다. 냉장고와 세탁기에 주력해온 한스전기는 그간 많은 가전업체들이 생겨나고 스러지는 속에서도 꿋꿋이 제자리를 지켰다. “가전은 이문이 박한 장사”이기 때문에 무리한 광고보다는 그간의 인지도를 통해 운영해 나가는 것이 한사장의 전략이라면 전략. 한사장은 모기지 금리 하락과 주택구입·가전제품 구입의 함수관계를 꿰뚫고 있다.
웨이트리스 20년만에 가게 열어
근 20년을 웨이트리스로 일하다 지난해 5월 웨스턴도마칼국수(429 N. Western Ave.)를 오픈한 백미옥씨. 자신 소유의 비즈니스를 시작한 후 “하루도 쉬지 않았지만 힘든지 모르겠다”는 백씨는 강남회관에서 14년, 중국집에서 4년 등 28세 도미한 이후 아이 낳고 기르느라 쉰 기간을 빼면 이민생활 대부분을 웨이트리스로 종사했다. “안면이 있던 고객들이 얘기를 듣고 찾아와 줘 고맙다”는 백씨에게서는 오랜 기간 몸에 밴 상냥함과 친절함이 묻어난다. “만두피를 손으로 직접 미는 유일한 집”으로 추정하는 백씨에겐 타운에서 성장해 올해 포모나 대학에 진학하는 아들이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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