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다, 박지성!”
한국의 박지성 선수가 ‘월드컵 16강’의 마지막 관문인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후 한 신문에 실린 사진 제목이다. 박지성이 그림같이 완벽한 결승골을 터Em린 뒤 양팔을 벌리고 히딩크 감독에게로 달려가는 사진이다.
뒷모습에서도 완연한 20대 초반 청년의 기쁨에 들뜬 흥분과 똑같이 양팔을 벌리고 그를 맞이하는 히딩크 감독의 대견함과 자랑스러움으로 터질 듯한 표정. 이어 박지성은 히딩크 감독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으며 안기고 감독은 선수를 품안에 보듬듯 안았는데, 14일 새벽(LA 시간) 감격스런 그 장면을 TV화면으로 보면서 나는 그들의 포옹이 아버지와 아들의 포옹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세상의 모든 아버지와 아들들이 저런 포옹을 나누고 싶어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들은 뭔가 잘해서 아버지로부터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고, 아버지는 기대에 부응하는 아들로 인해 자랑스러워하고 싶은 것이 남성들의 일반적 마음인데 현실에서 그런 이상적 ‘궁합’은 쉽지가 않다.
미국에서 아버지 사별시 아들 중 55%는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후회가 있고, 성인 남성의 5명중 한 명은 아버지에 대해 분노가 있다는 통계는 아버지와 아들 관계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친지 중 딸과 아들에 대한 호칭이 대조적인 가정이 있다. 1남1녀중 맏이인 딸은 학교 성적이나 마음 씀씀이나 매사가 완벽한 일등 모범생인 반면 아들은 학교 공부에도 성적에도 별로 관심이 없고 오로지 관심이라곤 먹는 것과 컴퓨터 게임 정도인 보통의 10대 사내아이. 가만히 있어도 예쁜 데 하는 행동까지 예쁜 딸을 그는 ‘따님’이라고 부르고, 도무지 성에 차지 않는 아들을 그는 ‘아들놈’이라고 부른다.
물론 아이들이 듣지 않는 데서 부부끼리 농담처럼 쓰는 호칭이지만 그것이 농담만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엄마의 입장에서 아빠들을 보면 특히 아들들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라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아들이 나이 값을 못하고 덤벙대서 영 탐탁지 않은 경우, 엄마들은 열을 받으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아이를 품어 안으려는 자세인데 반해 아버지들은 기대에 안 차는 아들에 대해 어떤 냉정함이 있는 것 같다.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남성중심인 이 사회에서 아들이 차지하는 비중, 딸과는 다르게 아들은 자신의 2세 혹은 분신으로 느껴지는 특별한 핏줄의식 등이 우선 기대치를 높여서 생기는 현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아버지와 자식 사이의 태생적 ‘거리’라고 본다. 한 몸 안에서 시작된 모자(母子) 관계가 본능적이고 무조건적이라면 부자(父子) 관계는 보다 객관적이고 어떤 의미에서 사무적이다.
그런데 그런 ‘거리’는 자녀들도 알고, 거기서 아버지의 존재가치가 나온다. 메릴랜드의 중산층 교외지역에서 아동 축구팀을 대상으로 아버지의 영향을 조사한 적이 있다. 7학년 학생 450명 정도를 상대로 했는데 실력이 비슷한 아이들이라도 아버지가 축구팀 코치를 하거나, 연습을 돕고, 경기를 지켜보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그 아이는 스스로를 실제보다 재능 있는 선수로 여긴다는 것이다.
"아빠가 나를 위해 이렇게 시간을 투자하는 걸 보면 내가 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것이 무의식 속의 논리이다.
반면 똑같은 노력을 엄마가 했을 때는 그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에게 "엄마는 으레 날 위해서 무엇이든 해주는 사람"이니 특별할 게 없다는 것이다.
16일은 아버지 날이다. 이민1세 남성들 중에는 "아버지 역할이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과 놀아주라는 데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대화를 하라는 데 무슨 대화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푸념들을 듣는다. 그 자신이 성장기에 ‘같이 놀아주는 아버지’를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이 박지성과 부자간 같이 포옹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며, 가르치고, 격려하고, 때로는 호되게 잘못을 지적하며 생긴 신뢰 덕분이라고 본다. 삶의 코치인 아버지들도 비슷한 노력을 한다면 칭찬 받고 싶은 아들, 자랑스러워하고 싶은 아버지의 욕망이 같이 채워지는 날이 오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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