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요즘은 화제가 온통 축구 이야기이다. 한국은 물론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까지 TV 중계를 보느라고 일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에선 일상생활이 월드컵대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정치와 비즈니스도 축구를 테마로 이루어지고 있는 그야말로 축구세상이 되었다. 그 열기가 미국까지 밀려오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축구가 왜 이렇게 인기가 있을까. 그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는 것 같다. 발로 힘껏 차는 축구는 손으로 던지는 것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공을 차는 사람이나 구경하는 사람의 마음을 모두 후련하게 한다. 그래서 그런지 고대의 많은 문명권에서 발로 차는 경기가 있었다.
그 때문에 중국, 그리스, 이집트, 마야가 축구의 발원지라는 설도 있다. 그러나 현대 축구의 발상지는 영국이다. 1862년 영국서 처음 축구경기를 했고 다음 해 손을 쓸 수 있는 럭비(미식 축구)와 손을 사용하지 않는 축구(사커)로 분리되었다고 한다.
축구는 다른 운동경기에 비해 룰이 간단하여 경기의 판정이 쉽고 구경하기도 용이하다. 또 운동장에 공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축구이기 때문에 돈 없이도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그래서 과거 한국에서는 시골학교가 잘한 운동이 축구였다. 세계의 후진국들이 축구 강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도 아마 비슷한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축구시합을 하는 광경을 보자. 11명이 한 팀이 된 양편 선수들이 상대방의 골대에 공을 넣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골키퍼 1명을 뺀 10명의 선수는 대개 3등분되어 수비를 맡 는 풀백, 공격을 하는 포워드, 수비와 공격의 중간을 커버하는 미드필더로 뛴다.
초기 축구에서는 풀백, 미드필더, 포워드가 각각 2,3,5명이었으나 근대 축구에서는 4,4,2명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선수의 배분은 상황에 따라 매우 가변적이다. 선수들은 이처럼 자기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으면서 공이 뛰는 방향으로 시종 뛰어다니게 되므로 프로경기에서는 선수들이 대개 7~8마일을 뛰게 된다고 한다.
축구시합에서 팀의 성적을 최대한 올리기 위해서는 선수의 능력과 소질에 맞는 포지션에 배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골키퍼는 물론 공을 잘 받아내는 선수여야 되고 공격수는 행동과 판단이 민첩해야 한다. 미드필더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주력이 훨씬 강해야 하는 것은 두말 할 여지가 없다.
선수들은 자기가 맡은 포지션을 잘 지키면서 자기의 영역에 들어온 공을 다음 선수에게 넘겨주고 또 자기의 영역에서 상대방 선수를 막아내야 한다. 자기의 포지션에 빈 공간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1차적 책임이다.
그러나 책임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같은 편 선수의 다른 공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빈자리를 메워주어야 한다. 말하자면 책임과 협조를 동시에 수행하는 팀웍 플레이를 해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생활이 바로 축구와 흡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크던 작던 간에 어떤 사회가 가장 이상적이고 능률적인 사회가 되려면 각 포지션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배치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축구선수처럼 각 포지션을 맡은 사람은 빈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책임을 져야 하고 나아가서 다른 사람의 공간까지 채워줄 수 있는 팀웍을 이루어야 한다.
축구선수들은 경기 시간 동안 골을 넣기 위한 목표를 향해 필사적인 노력을 경주한다. 그러나 그 노력은 룰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룰을 어길 때는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사람이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하지만 법과 도덕을 지켜야 하는 것이 이와 흡사하다.
월드컵 축구에서 보듯이 축구는 선수들의 경기뿐만 아니라 응원하는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지는데 묘미가 있다. 응원하는 사람들은 개인적 이해 때문이 아니라 한국팀의 승리를 위한 공동목표를 위해 진심 어린 열정으로 응원을 한다. 우리의 삶이 이처럼 나의 이익이 아니라 남을 위해 열정을 다할 수 있고 더구나 이 열정이 하나의 공동 목표를 위해 모아진다면 참으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월드컵 축구를 보면서 축구가 단지 축구로 그치지 말고 축구정신이 우리의 개인적, 집단적 삶 속에 녹아 스며들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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