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국중 객관적 전력 가장 처져
평가전 호성적에도 상당한 거품
행운 따라야 가능한 험준한 고지
“행운이 따른다면...”
한국대표팀 거스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개막일인 31일 경주 트레이닝 캠프에서 밝힌 한국의 16강 진출 조건이다. 줄곧 16강 진출을 자신한 듯하다 정작 막이 오르자 꼬리를 내린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그게 아니다. 그는 태극사단 지휘봉을 잡은 이래 2라운드 진출을 장담한 적은 결코 없다. 머리 자르고 꼬리 자른 뒤 톡 쏘는 부분만 전달하는 일부 언론과 듣고 싶은 것만 골라서 귀에 담아놓는 막무가내 축구팬들 때문에 생겨난 오해일 뿐이다.
폴란드와 미국은 물론이고 포르투갈까지 격파해 조1위로 16강에 오르겠다고 했다는 개막전야 발언도 아전인수식 해석이 덧칠해진 것이었다.
그는 D조 라이벌들이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며 따라서 16강 넘어 8강을 운운하는 등 겉넘지 말라는 뜻에서 “현실을 직시하는 겸허한 자세”를 강조한 뒤 “그렇다고 우리가 매게임 (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소극적인 플레이가 아니라) 이기기 위해 싸울 것이며 (우승후보) 포르투갈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고 덧붙였으나 “포르투갈도 깨겠다”는 식으로 제멋대로 전달됐다.비단 히딩크의 말이 아니라도 한국의 16강 진출은 결코 쉽지 않다.
우선 국제축구연맹(FIFA)이 가장 최근에 발표한 월간랭킹(5월15일자)만 봐도 그렇다. 포르투갈은 우승후보답게 5위에 랭크돼 있고 한국이 조편성 직후부터 필승 제물로 꼽아놓은 미국 역시 13위로 평가됐다. 한국은 까마득히 뒤처진 40위, 4월부터 평가전에서 선전을 거듭하고도 겨우 한계단 상승에 그쳤다. 첫판 상대 폴란드는 최근 부진으로 점수를 많이 까먹었음에도 여전히 한국보다 앞서 38위를 달리고 있다. 프랑스-세네갈 개막전에서 보듯 ‘승패 따로 랭킹 따로’인 경우가 적지 않지만 어쨌든 외부평가자들의 눈에 비친 실력으로는 한국이 D조 꼴찌다.
한나라의 축구실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자주 사용되는 서유럽 프로무대 진출선수들의 규모에서도 한국은 4팀중 맨마지막이다. 23명 거의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 최강리그에서 활약하는 포르투갈은 제쳐두더라도 폴란드와 미국 역시 국가대표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유럽파’가 수두룩하다. 반면 한국은 안정환, 설기현, 심재원(대표팀 탈락) 3명뿐이다.
코리아축구팬들이 8강까지 입에 올리게 만든 최근 평가전의 대선전에 대한 평가에서도 제거돼야 할 거품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4대1 대승을 거둔 스코틀랜드전의 경우 그들이 지구를 반바퀴 돌아 한국땅을 밟은 지 하루만에 풀타임 실전을 벌이는 바람에 몸이 무거워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1대1 무승부로 끝난 잉글랜드전의 경우 플레이메이커 데이빗 베컴은 없었지만 마이클 오언 등 나머지 주전들이 거의다 뛴 전반에는 한국이 수세에 몰렸고 잉글랜드가 무려 8명을 후보로 바꾼 후반(시작할 때 6명, 도중 2명)에야 한국이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프랑스와의 평가전은 비록 2대3으로 졌지만 내용상 가장 알찬 경기였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1일 조편성때부터 경기스케줄이 한국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다시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이같은 주장은 어차피 버거운 포르투갈이 미국과의 1차전(6월5일)과 폴란드와의 2차전(6월10일)을 모두 이긴 뒤 16강전 이후를 생각해 한국과의 3차전(6월14일)에서는 잔뜩 몸을 사리거나 2진을 대거 투입해 살살 해줄 것이란 희망사항에다 한국은 2차전까지 1승1무 또는 1승1패를 거둬놔 포르투갈전에서 무승부만 기록해도 좋은 상황까지 계산에 넣은 ‘꿈많은 주장’이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라틴계 축구에 유난히 강세를 보여온 미국이 만일 포르투갈을 잡아채거나 최소한 무승부라도 거두는 날에는 막차인 한국이 포르투갈의 주요표적이 된다
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여러가지 객관적 조건들로
볼 때 한국의 16강행은 히딩크 말대로 행운이 곁들여져야 가능한 험준한 고지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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