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드디어 킥오프...서울-LA 한인사회 분위기
전 지구촌을 열광에 빠뜨릴 2002 한·일 월드컵이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31일간의 본선 공식 일정에 돌입하면서 한국과 LA한인사회가 동시에 월드컵 축제판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에서는 거리마다 월드컵 성공과 한국팀 선전을 기원하는 응원 물결이 넘치고 있고 LA한인들도 본국에서 마침내 개막된 세계인의 축제에 한껏 고양된 모습이다. 보다 생생한 월드컵 소식과 현지 분위기 전달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특별 협찬으로 한국에 특파된 본보 정태수 특파원이 보내온 개막일 전후 현장 스케치와 LA한인사회 분위기를 정리한다.
◎…"우리 모두 12번째 선수가 되자."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태극사단이 1년6개월에 걸친 담금질을 모두 끝내고 실전투입 대기상황에 들어감에 따라 본선 첫승과 16강 염원에 불타는 축구팬들의 응원열기도 덩달아 고조되고 있다. 한국축구 응원문화에 새바람을 일으킨 ‘붉은악마’와 제2의 붉은악마 ‘코리아팀 파이팅’ 등 응원단체들은 물론 최근 월드컵 열풍을 타고 급조된 단체들까지 가세, 응원 열배하기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6월4일 폴란드전과 6월10일 미국전에서 한국 축구의 비원을 풀리느냐 마느냐가 결판난다는 판단아래 적어도 그 이틀동안에는 온 국민이 붉은 옷을 입고 경기장 안팎과 거리거리를 메우며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독려하자는 계획.
◎…한국팀이 부산에서 폴란드와의 첫 경기를 펼치는 6월4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 마로니에 거리는 점심시간 직후부터 한밤중 경기종료 때까지 붉은 물결로 가득 차게 된다. SK텔레콤 등 주관으로 ‘붉은악마와 함께 하는 온 국민 응원 페스티벌-한국축구에 힘을’ 행사가 이곳에서 예정돼 있기 때문. 주관단체들은 서울시가 이날 하루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한 이곳에 최소한 5만여명의 시민들을 모아 ‘대∼한민국 짝짝짝’, ‘오∼필승 코리아’를 목청껏 부르며 부산항 승부를 측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경기시작 전부터 락페스티벌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로 한 여름밤의 응원전 구미를 미리 당기는 한편 인근 식당들의 협조 아래 승리를 거둘 경우 밤참 값 할인 등 응원 보너스도 두둑이 준비해 뒀다는 후문.
◎…집에서 중계를 시청하기엔 너무 갈증난다며 거리로 쏟아질 ‘기왕이면 다함께 축구팬들’을 겨냥한 상혼 역시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서울 종각 근처 한 레스토랑은 한국팀 경기 당일 내부를 극장식 영화관처럼 꾸며 대형 스크린을 통해 중계되는 월드컵 축구를 별미로 서비스하겠다는 현수막까지 걸어놓고 손님들을 유혹하는 등 시내 곳곳 술집, 식당들이 월드컵 대목을 노려 갖가지 묘안을 내놓고 있다. 한편 상암동 평화의 공원과 광화문 네거리, 한강 시민공원, 중랑천 등 서울은 물론 전국 각지의 빌딩 외벽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앞에도 수천, 수만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어 ‘다함께 응원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한국팀 경기가 있는 날이면 전국 곳곳에서 거리응원 함성으로 가득 찰 전망이다.
◎…"하필이면 이런 날에…"
착실한 준비와 한국 대표팀의 최근 상승세까지 맞물려 한껏 부풀어오른 월드컵 열기를 시샘하듯 30일 오후부터 서울 일원에 궂은 비가 내려 일부 행사에 차질을 빚었다. 특히 이날 오후 한강변에서 벌어진 세계 민속축제와 한강축제는 비 때문에 ‘객석’이 거의 썰렁한 가운데 치러져 아쉬움을 샀다. 한편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간 홀짝제 차량운행도 헷갈리기 쉬운 사전홍보 때문에 일부 혼선을 빚기도. 즉 짝수날인 이 날은 짝수번호 차량이 쉬도록 돼 있는데도 거꾸로 짝수 차량 허용 일로 알고 나왔다가 계도요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택시기사 김근식씨는 "나 같은 사람도 짝수는 짝수가 운행하는 걸로 아는데 일반인들은 오죽하겠느냐"며 "반대로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촌평.
◎…한국의 지나치다시피 한 영어 바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영어회화 실력은 여전히 ‘국제급’에 이르지 못했다는 게 월드컵을 찾은 외국인들의 평. 거리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대부분 한국인에 대한 첫인상을 묻는 질문에는 "생동감이 넘치고 친절하다"고 찬사를 늘어놓으면서도 언어소통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올해 초부터 지구촌 일주를 목표로 세계 각국을 돌다 월드컵에 맞춰 나흘 전 서울로 들어왔다는 캐나다 캘거리 출신 대학생 제이슨 아런스(26)는 "인사동의 민속전시장을 찾아 나섰다가 길을 잃어 행인들에게 물어봤으나 대부분 말 자체를 알아듣지 못했고 심지어 관광 안내원조차도 인사동 가는 방향만 어렴풋이 가르쳐줄 뿐 진짜 도움되는 설명을 못하더라"고 털어놨다.
◎…역사적인 한·일 월드컵 개막일을 들뜬 마음으로 맞은 미주 한인들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화려하게 펼쳐진 개막식에 큰 관심을 보였다. 개막전 직전 개막식이 간단히 치러지던 예년 대회들과는 달리 첫 아시아 지역 주최 월드컵 대회를 상징하는 ‘동방으로부터’라는 주제로 다채로운 개막식 행사가 1시간 가량 펼쳐진데 대해 한인들은 주최국으로서 한국의 역량을 전 세계에 과시한 것이라며 뿌듯해하기도. 또 언론사에는 남가주 지역은 물론 타주 한인들로부터 개막식을 어떻게 하면 미국에서 TV로 볼 수 있느냐는 문의가 쇄도해 한인들의 큰 관심을 반영했다.
◎…한인타운 각 직장과 사무실에서는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팀이 거둘 성적을 놓고 동료들끼리 내기를 걸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 대부분의 한인들은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한국팀이 예선 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등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의견이 분분해 한국팀이 잇단 평가전에서 보여준 상승세를 바탕으로 폴란드와 미국전 승리를 거두고 16강은 물론 8강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는 낙관파(?)와 실제 본선과 연습경기는 다른 만큼 이들을 모두 이기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신중파들이 설전을 벌이기도.
<서울-정태수 특파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