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화해와 한반도 통일 방안을 모색한 제 3회 세계한민족 포럼이 22일 막을 내렸다. 학자 등 각계 전문가 60여명이 참석한 이번 포럼에서는 통일로 가는 길에 놓인 장벽들을 하나 하나 제거하는 아이디어가 제시돼 관심을 모았다. 참석자들의 발표 내용을 간추렸다.
<정리-박봉현 편집위원>
’1국가 2정부 2체제’에 유연해야
강만길/상지대 총장
6·15 공동선언은 두 공조체제를 당장 극복하지는 못한다해도 어느 정도 약화시키면서 다시 말하면 남쪽은 한·미·일 공조체제에서 다소 자유로워지고 북쪽은 조·중·러 공조체제의 성립을 유보하면서 남북공조체제를 이루어 가려는 의지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6·15 공동선언을 통해 이루어진 남북간의 합의를 실천하는 데는 몇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그 하나는 남북이 모두 전쟁통일은 말할 것 없고 흡수통일도 철저히 부인하고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전제조건은 남북이 모두 상대방의 체제를 철저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베트남의 전쟁통일은 사이공 함락과 동시에 이루어졌고 독일의 흡수통일은 베를린 장벽 붕괴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한반도식 협상통일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반드시 평화정착 과정을 겪어야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한반도의 남북 두 국가가 이루어야 할 21세기 식 협상통일도 지난 20세기 식 통일과 같이 1국가 1정부 1체제 통일이어야 하느냐, 아니면 21세기 식 다른 통일이 있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지금으로서는 누구도 단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1국가 1정부 1체제로 가기 전에 그 중간단계로서 1국가 2정부 2체제 기간이 필요할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는 국가의 중앙권력이 점점 약화하고 지방자치제가 크게 강화됨으로써 1국가 2정부 2체제로도 ‘완성된’ 통일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역시 미리 단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행선상을 치닫기만 하던 연합제와 연방제가 6·15 공동선언에서 말한 낮은 단계의 공통성에 따라 일정하게 궤도수정을 함으로써 시간이 지나면 합치점을 가질 수 있게 하겠다는 남북당국자의 의지가 합의된 것은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남쪽의 일반적 관점과 같이 1국가 1정부 1체제라야 완결된 통일이라 할 수 있다면, 전쟁이나 흡수방법이 아닌 협상통일로써 어떻게 1체제로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어려운 문제가 남는다.
21세기 한반도가 1국가 1정부 1체제 통일이 된다해도 그 체제는 통일될 시점의 세계체제와 함께 하게 될 것이다. 1국가 1체제 통일을 지향한다 해도 자본주의 체제와 사회주의 체제가 대립 항쟁했던 20세기적 역사인식에 한정되어, 가령 21세기의 20년대나 30년대에 이루어질 통일의 체제문제에 미리 묶여서 평화정착 추진 그것에 지장을 받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한반도의 통일은 어디까지 왔는가. 1국가 2정부 2체제 통일을 그 완결로 보는 경우 상당히 가깝게 다가왔다고 할 수 있으며 1국가 1정부 1체제 통일을 그 완결로 보는 경우 상당한 시일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어느 경우이건 6·15 공동선언이 발표됨으로써 협상통일의 불가결한 앞 단계로서의 평화정착을 위한 출발점에 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재외동포 ‘민족통일경제 구축’에 기여
박창근/중국 복단대학 교수
민족통일경제란 무엇일까. 하나는 한반도 내에서의 민족통일 경제인데 이는 남북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민족 통일경제는 세계적 범위에서의 한민족 통일경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재외동포경제와 한반도 남북경제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범세계적 민족통일 경제의 형성에 있어서 재외동포 경제는 주로 각 경제주체를 단위로 남과 북의 경제와의 교류협력을 하게 될 것이다. 민족통일 경제는 남북경제가 분리상태로부터 균형적 발전에 의한 불가분의 경제 공동체로 전환하는 과정으로도 나타나게 될 것이다.
사실상 남북 경제는 지금 교류와 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매우 적합한 상태에 처해 있다. 경제적 상호보완성이 강한 상황에서 남북이 정부간 및 민간차원에서 자원과 노동력, 자본, 기술 등 생산요소를 상호주의 원칙과 시장원리에 의해 새로이 배분할 경우 남북 쌍방은 각자의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민족통일 경제의 현실화는 통일을 지향하는 남과 북의 경제적 목표인 동시에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런데 남북 경제협력을 추진하려면 우선 남북 통일과 반도 평화체제 수립,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범민족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재외동포는 700만에 이른다고 한다. 무엇보다 재외동포사회의 한반도 평화체제 및 민족통일 경제, 남북평화 통일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해외 중국인 사회에서도 나타나는 일이지만 모국이 분열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민 사회에도 분열이 생기는 것은 면하기 힘든 일이다. 해외 한민족 사회의 분열도 결국은 남북 분열에서 기인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모국에서 떨어져 있기에 재외동포사회의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남북통일을 실현하는 것보다는 수월하리라고 생각한다.
둘째 재외동포들은 남과 북의 경제성장에 나름대로의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조선족은 통역이나 안내원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한중 경제교류와 협력에 불가결의 다리 역할을 했다. 또한 중국 조선족은 북의 식량난 등 경제난을 해결하는 데서도 일조하고 있다. 아울러 남북 동포들의 중국 이해나 중국인들의 남북 이해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외동포들은 남북 경제교류와 협력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 남과 북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는 중국 조선족의 대다수가 중국 동북 지역에 살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남북통일 경제의 형성과정에서 중국 조선족은 또 한차례 중요한 다리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재일동포나 재미동포, 재러동포들도 한국인들과 협력하여 대북 투자를 추진할 수 있으리라 본다. 재외동포와 한국인들이 협력하여 북한과의 경제 연대성을 강화할 경우, 민족 통일 경제의 형성과정은 크게 추진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김정일 개방노선 지속될 가능성
전현준/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대중 정부 이후 대북정책은 차기 정부의 성격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그이유는 만일 진보적 성향의 정부가 탄생한다면 김대중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이 지속되겠지만 그 반대일 경우에는 그 지속이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어떤 정부가 탄생할 것인지를 전망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가능한 시나리오 2개를 제시하는 것으로 전망을 대신한다.
첫째 진보적 성향의 정부탄생이다. 그동안 한국선거를 규정하는 요인은 크게 2가지였다. 지역주의와 대북관이었다. 지역주의는 남한지역을 크게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도 가르고 이 지역 주민들은 자신의 지역출신자들에게 무조건 투표하는 성향이고 대북관은 후보의 북한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투표하는 성향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은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과정에서 상당부분 희석되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지역주의와 대북관에 따른 투표성향을 파괴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따라서 향후 16대 대선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둘째, 보수적 성향의 정부탄생이다. 비록 상대적으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지역주의와 대북관에 따른 투표성향을 파괴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하더라도 분단구조에서 대북관이 일시에 변화될 가능성이 낮고 지역주의도 여전히 잔존해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보수적 정부의 탄생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정부가 등장한다 해도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김대중 정부가 이루어 놓은 남북관계는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연속될 것이다.
북한의 대외정책은 더디겠지만 지속적으로 개방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물론 북한의 대외정책은 상대적일 가능성이 있다. 즉 미국이 대북 ‘압박’정책을 지속하면 북한도 이에 강력한 반발을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유연한 대외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록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정책을 지속한다 할지라도 북한은 생존전략 차원에서라도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김정일은 자신의 위상제고를 위해서라도 전향적인 대남 및 대외정책을 구사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 경험, 즉 주민들의 사상이완 없이 외화를 획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개방지역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북한은 주변환경이 불리하게 전개되더라도 대외개방을 지속한 바 있다. 따라서 향후 북한은 주체사회주의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외개방을 지속하고 특히 대미관계개선에 많은 비중을 둘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2003년 위기설’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분단의 경제적 폐해 교육해야
장태한/UC리버사이드 교수
지금까지의 통일교육은 남북간 상호 적대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지 못했다. 이제부터는 실질적인 통일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분단의 부작용이 어떠한지를 규명해야 한다. 지금 한국과 북한은 모두 심각한 경제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자본주의는 대외적 종속과 불안정, 불평등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고, 북한사회주의는 생산력 발전의 침체와 후퇴, 식량난 등을 겪고 있다.
분단으로 남북한 분업관계가 깨진 것 때문에 남북한 경제 모두 곤경에 처하게 됐다. 우선 경제규모가 축소되어서 규모의 경제가 발휘되기 어려웠다. 한국의 경우 해방직 후 2,000만, 현재 4,500만명의 인구로서는 시장이 작아 정밀계측기기나 특수한 의료기기 등 개발을 포기해야할 제품이 많았다.
또한 남북의 경제적 분단 때문에 경제의 대외종속이 심화되었다. 북한의 경우 현존 사회주의 체제 붕괴 이전에는 소련과 동구 코메콘 국가 및 중국과의 교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자본주의 국가와의 국제분업체제에 잘 진입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경제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과도하게 견지한 결과 대외적 종속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생산력 침체라는 큰 문제점을 노출하게 되었다.
한국의 경우도 1950년대에는 경제회복을 위해 미국의 경제원조에 크게 의존하였고, 그 뒤 60, 70년대 공업화도 수출주도로 이루어져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아지게 되었다. 남북 분단과 대결에 따라 군사비가 과도하게 소요되어 남북한 경제적 투자능력을 약화시켰다.
또한 남북분단과 대결로 인한 정치적 비민주 체제가 경제적 경직성과 비효율성을 초래했다. 한국의 경우 유신독재체제와 국가보안법에 의한 민중의 정치적 억압이 관료적 경제지배, 재벌체제, 관치금융 등으로 경제적 비효율성을 초래했다. 북한의 경우 주체사상에 의한 유일체제는 당과 국가 관료의 경제 직접지배로 경제적 효율성을 저하시켰다.
둘째, 통일을 위해서는 사상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경제력이 우세한 한국이 북한에 대해 대규모 경제지원, 즉 통일비용 부담을 해야 함을 인식토록 해야 한다. 대규모 경제지원과 경제협력으로 한국정부와 기업들이 북한경제의 발전을 진정으로 돕는다는 것이 확인되어야 북한측도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최대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
남북한 경제협력을 확대하면서 한국정부와 국민들은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완화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다. 재벌체제의 문제점, 기업과 금융기관의 취약성 등은 분단으로 인한 과도한 중앙집권, 권력남용과 정경유착 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남북한 경제협력과 지원확대는 구조적으로는 이러한 체제적 모순을 완화하고 경기변동의 측면에서는 재정과 민간기업에 의한 대규모 투자수요를 창출함으로써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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