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 한 복판, 웨스턴가 한인 스왑밋 3곳에는 150여명의 한인들이 이민의 터전을 닦고 있다.
저렴한 가격, 다양한 아이템이 스왑밋으로 한인이나 히스패닉 고객을 불러모으는 외적 요소라면 다른 업소에선 찾기 쉽지 않은 고객과 업주와의 끈끈한 인간적인 관계야말로 스왑밋이 굴러가는 든든한 바탕이 되고 있다. 남북으로 피코에서 샌타모니카에 이르는 웨스턴가 3개의 한인 스왑밋 한인들을 만났다.
■웨스턴 백화점
웨스턴과 9가의 ‘웨스턴 백화점’은 99% 한국인을 상대로 하는 스왑밋이다. 상조회장을 맡고 있는 ‘U COLLECTION’의 유용희씨는 "80% 이상이 의류업소로 한국산 제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별다른 경기를 타지 않는 특성이 있고 타주에서 홀세일을 하러 오는 사람도 있다"고 전한다.
줄줄이 늘어선 옷가게 속에 유독 눈에 띄는 과일 가게의 토니 최씨는 87년부터 이 자리를 지켜온 ‘웨스턴 백화점’ 토박이. 몇 블럭 안에 한인 대형 마켓들이 줄줄이 포진하고 있는 ‘척박한 풍토’ 속에서 스왑밋 안 과일가게가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은 신선한 과일 공급으로 최씨는 매일 아침 농장에서 직접 차로 과일을 실어온다.
스왑밋의 비주류(?)인 최씨가 보기에 한인 의류상들은 한국에 가서 밤을 세워 옷을 구입해 오는 노력파들이다.
’쌍방울’이란 브랜드 네임을 상호로 사용하는 속옷 집도 처음부터 자리를 지켜온 터주대감. "처음 10년 정도는 일대에 비슷한 아이템을 취급하는 상점이 없어 경기가 좋았지만 지금은 경쟁이 심해 가격도 떨어지고, 매상이 예년 같지 않다"는 안주인 양씨는 "웨스턴에서 일하면서 자식도 다 키워 시집장가 보냈으니 이젠 별 미련 없이 은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평화시장
웨스턴과 피코, ‘평화시장’에서 양말 3호점을 운영하는 잔 홍씨는 오랜 시간 히스패닉을 상대하며 이들을 이해하게 된 케이스. "히스패닉 친구들이 우리 물건을 사줘 먹고사는 것인데 아직 나부터도 이들을 은연중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저축하기보다는 있으면 일단 써버리는 주변의 히스패닉 주민들 덕에 비즈니스를 운영한다"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스왑밋 개점 때부터 티셔츠 41호를 운영해 왔다는 김모씨는 경쟁이 심해 지금은 그럭저럭 운영하고 있고 더 이상 사업에 대한 큰 욕심은 없다. 김씨는 "딸에게 비즈니스를 물려줬지만 집에 무기력하게 있는 것보다는 나와 일하는 것이 낫다"며 버스로 출퇴근하는 사연을 밝힌다.
평화시장 개점부터 쭉 자리를 지켜온 유일한 히스패닉 상점인 포장용품 15호. 12세부터 이 곳에서 어머니를 도우며 자랐다는 루이자 리냐는 "한인들은 강하게 결합돼 빨리 사업을 키워나간다"고 이젠 대학생이 된 성숙한 시각으로 한인을 평가한다. 스왑밋 오픈 후 2년 동안은 크리스마스 파티도 한국인들과 함께 하며 잘 어울렸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한 것이 루이자에게는 아쉽다.
■세븐데이스 스왑밋
웨스턴과 샌타모니카의 세븐 데이스 스왑밋 입구에 있는 ‘구 핸드백’.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의 구태회씨는 스왑밋 매니저와 경비도 맡고 있다. 구 매니저는 "한인들과 한 지붕 아래서 장사하는 게 편하고 좋다"고 웨스턴 길 장사의 편안함을 전한다.
’파인 주얼리’ 송희원씨와 ‘14K 골드’ 이모씨는 스왑밋에서 비즈니스를 하며 힘든 고비를 동료 상인과 히스패닉 고객의 도움으로 넘겼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송씨는 20만달러가 넘는 물품을 도난 당했지만 거래처에 쌓아왔던 신용과 쌈짓돈을 털어 도움을 준 동료들 덕에 재기할 수 있었다. 이씨도 "상점 화재로 어렵던 시기에 히스패닉 단골들이 계약금이라며 물건도 받지 않고 미리 돈을 주고 가던 일이 큰 힘이 됐다"고 회상한다.
시계 방과 장난감 점포를 함께 운영하는 김병일씨는 스왑밋 경기가 예년 같지 않은 이유를 ‘히스패닉 소비패턴의 변화’에서 찾는다. "걸어다니며 현금을 쓰던 친구들이 약 3년 전부터 차를 사고 카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각종 페이먼트를 하고 카드 빚을 갚느라 이곳에서 소비하는 일이 줄었다"는 것이다. <배형직 기자> hjba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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