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8시를 전후한 20여분간 갑자기 차들이 밀려 북새통을 이루는 구간들이 있다. 한인타운 인근에서는 8가와 윌튼, 세라노와 샌마리노, 준과 라스팔마스, 맥케이든과 6가, 콜게이트와 페어팩스... 바로 초등학교와 중학교 입구가 나 있는 길목들이다. 대부분 1차선 밖에 안되는 이 골목길들은 자녀들을 등교시키는 학부모 차량들로 인해 아침마다 몸살을 앓는다.
주정차 금지구역(레드존)임에도 불구하고 너나 할 것 없이 줄지어 아이들을 내려놓느라 정신 없는 부모들의 모습과 운전자가 아예 학교 안까지 자녀를 데리고 들어가 버렸는지 주차 금지구역에 비상등만 켜둔 채 서있는 무인차량도 쉽게 눈에 띈다. 범퍼가 맞닿도록 빽빽이 서서 전진하는 차들 사이로 학교 시작종에 늦지 않으려 뛰는 아이들의 모습과 출근길에 어쩌다 학교골목으로 들어서 짜증난 운전자의 난폭 운전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오후 3시경 하교길도 마찬가지. 픽업 차량들로 똑같은 풍경이 벌어진다. 하루 두 번 주 10회, 일년이면 수업일수의 2배 만큼이나 벌어지는 일이다. 무슨 대책이 없을까?
■LA시 교통국의 비디오 녹화단속법
LA타임스는 이달 초 LA시 교통국이 등하교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실시하고 있는 학교앞 불법 주정차 차량 ‘녹화 단속법’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법은 단속경관이 등하교길 학교 앞에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서서 위반 차량들을 일단 그물 낚시하듯 녹화한 후 티켓은 나중에 발송하는 단속법으로 지난 1998년 LA시 8개 학교에 처음 적용한 후 큰 성과를 올리면서 현재 85개교로 확대실시하고 있다. 지난 한해 12명의 단속경관이 발부한 티켓이 1만8,900장, 이로 인해 거둬들인 벌금이 약 70만 달러에 이른다는 것.
시당국은 이 프로그램이 ▲즉석에서 티켓을 발부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언쟁을 피할 수 있고 ▲명백한 증거가 있으니 티켓 수신자가 꼼짝할 수 없으며 ▲현장에서 티켓을 발부하는 동안 법망을 피하게 되는 수십명의 다른 위반자를 거의 동시에 단속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래 목적인 등하교길 교통안전도 확보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아 조만간 추가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A시 교통국장 필립 렉트는 "법은 강행하지 않는 한 절대로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수준까지 스스로 지켜지지 않는다"며 "이전엔 학교앞 단속으로 교통경관들과 학교행정가들이 곧잘 부딪치곤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고 말했다. 사실상 최근 이 프로그램의 확대를 부추긴 장본인은 각급 학교장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LA통합교육구 스쿨버스 기사들의 단체 파업으로 학교마다 사상최악의 교통혼잡을 경험했으며 애나하임 지역 학교앞 복잡한 승하차 구역에서는 등교길 두 명의 어린 여학생이 갑자기 돌진한 차에 치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 후 요즘은 오히려 학교측에서 단속경관들을 반기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학부모들의 불만
그러나 학부모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주차는커녕 잠깐 섰다 갈 정차장소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 대한 대책마련 없이 경찰이 과잉단속을 편다는 것이다.
행콕팍 초등학교 학부모 정경신씨는 "학교 교문 바로 앞에 정차장소가 있지만 좁아서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길건너 상가 주차장은 20분간 사용할 수 있다지만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학교앞에 적당히 불법으로 세우는 차들을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윌튼 플레이스 초등학교 학부모 헤수스 곤잘레스는 "정해진 자리에 이미 다른 차가 정차한 채 운전자가 없어 하는 수 없이 그 뒤에 잠깐 세워 아들을 내려줬는데 얼마 뒤 집으로 티켓이 날아온 적도 있다. 한해 동안 주차위반 티켓을 7개나 받았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편 호바트 초등학교 한인학부모회 임송이 회장은 "오전 등교시간은 나뉘어 있어 덜하지만 하교시간엔 학부모와 학원픽업 차량들로 매우 혼잡하다. 학교측에서는 도로명과 신호등 위치까지 가리키며 구체적으로 지침을 주고 있지만 그대로 따르지 않는 이기적인 학부모들 때문에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잔 버로우즈 중학교 앞에서 아들을 내려주던 중 단속반의 비디오 카메라에 찍힌 학부모 미셸 닐리는 "처음엔 아이들을 녹화하는 줄로 착각했지만 몇주 뒤 날아온 파킹 티켓을 받고 나서야 촬영의 주인공이 내 차인 것을 알게 됐다"고 분개했다. 그녀는 불법주차한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녹화단속의 합법성여부를 놓고 시당국에 따졌다.
교통법규 위반자를 녹화하기 위해선 사전 통고가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그러나 UCLA법대 유진 볼록 헌법학 교수는 "LA시가 시행중인 녹화단속방법엔 법적 하자가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시당국도 학생들을 통해 미리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닐리는 "한번도 받은 적이 없으며 어린 학생들을 통해 그런 중요한 경고문을 보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결국 닐리의 티켓은 경관의 절차상 실수로 무효화됐지만 닐리는"이 프로그램은 시정부에 돈을 모아주는 역할을 할 뿐 정작 학교앞 교통문제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끝까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여전히 분기탱천해 비난하고 있다.
■학교별 교통안전대책
대부분 학교에서는 등하교길 학교앞 교통법규에 대한 안내문을 영어와 한국어, 스패니시로 제작해 매학기 시작과 함께 각 가정으로 발송하고 있으며 학부모회가 열릴 때마다 주의사항을 주지시키고 있다. 또 커뮤니티 자원봉사자나 학부모 또는 교사 자원봉사로 안내가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도 많다.
3가 초등학교(교장 수지 오)에서는 학부모회 산하에 교장, 교사, 학부모로 구성된 학교 교통안전위원회가 있어 학부모회 모임마다 모여 대책회의를 한다. 물론 학교앞 승하차 안내에 불만 있는 학부모의 건의사항을 듣고 의견을 수렴해 대책을 세우는 것이 주요 안건이며 봉사를 자원하는 학부모들끼리 시간을 정하고 새 규정에 대해 서로 알리는 시간으로도 이용된다. 현재 2명의 한인학부모와 1명의 교사가 자원봉사하고 있다.
3가 초등학교 교통안전규칙은 다음과 같다. ▲차가 움직이는 동안 절대 승하차시키지 말 것 ▲지정된 정차지역 외의 도로 중간이나 교직원 주차장에서 승하차시키지 말 것 ▲길 건너편에 서있는 자녀에게 손짓하여 교통규칙을 무시하고 길을 건너도록 하지 말 것 ▲허용된 곳 외의 구역에서 U턴금지 ▲교직원주차장은 배달트럭 통로로서 사고다발지역이므로 이를 통해 출입하지 말 것.
한편 부모가 직접 차로 통학시키는 학생이 전교생 1,100명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윌튼 플레이스초등학교(교장 로버트 샘플즈)에서는 일년에 한번 학부모회에 교통경관을 초빙해 학교앞 교통법규에 대한 설명회를 연다. 또 매학기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참석해 학교앞 교통 안전 및 기타 학교 규정에 대해 듣고 질문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으며 가정통신문을 발송해 문서로도 알리고 있다.
엘렌 박 교감은 "학교주변을 돌아가며 주차가능 시간대와 금지구역 등 자세한 교통법규 표지판이 세워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반차량이 많다"며 "특히 한인 학부모들 가운데 경관으로부터 티켓을 받으면 학교 오피스로 들고 뛰어와 오히려 큰소리로 불평하며 소란을 피우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박 교감은 ‘나 한명 쯤...’ 하는 생각으로 위반을 하는 학부모들에게 "본인의 이기적인 행동을 자녀와 그 친구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 번거롭더라도 정해진 규칙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행콕팍 초등학교(교장 주디스 페레즈)에서는 매학기초 ‘학교안전모임’(Safe School Meeting)을 개최해 학부모들에게 주정차 및 학교앞 등하교길 운전방침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행콕팍 초등학교 교통안전 규칙은 다음과 같다. ▲학교주변에서 U턴 금지 ▲학교앞에서 후진하지 말 것 ▲정해진 횡단보도 이용 ▲학교주변 주택가 주차장이나 도로변 주차금지 ▲주정차는 정해진 장소에 할 것 ▲승하차는 반드시 지정구역에서 할 것.
<김상경 기자> sangk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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