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에세이
▶ 이정인(특집 1부 부장 대우)
한국으로 휴가를 떠날때면 언제나 그랫듯이 이번에도 짧은 틈을 내서 전국을 더듬는 여행을 했다. 겨우 2박3일이지만 자동차와 셀룰라폰, 그리고 볼만한 곳을 명시한 지도, 약간의 현금을 가지고 구례 화엄사, 하동 쌍계사, 다도해에 면한 통영, 거제도, 마산, 부산, 전국에서 물이 가장 좋다는 부곡온천과 울릉도와 독도행 배가 떠나는 포항까지를 섭렵했다.
주중이라선지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초록천지 국도는 차도 별로 없고 하얗게 핀 아카시아꽃 향기가 진동했다. 차밭이 가득한 섬진강변을 끼고 달리다 지역 특산이라는 참게장과 재첩국 한그릇 먹는 행복도 만끽했다. 조영남 노래에 나오는 화개장터에도 들러보고 쌍계사 깊은 계곡의 간판없는 찻집 ‘관향다원’의 분위기 만점 주인아줌마를 만난 것도 기쁨이었다. 눈에 드는 것마다 감탄사와 박수가 절로 나왔다. 여러번 거친 길이고 그때마다 아름다움에 전신이 녹아날 것 같았건만 마치 초행길처럼 설레며 이곳 저곳을 기웃거렸다,
왜 항상 새로울까? 문득 90년 취재차 북한을 방문했을 때 금강산 계곡에서만 수년간 캔바스를 펴놓고 있다는 화가가 생각났다. 그는 금강산은 계절따라, 시간따라, 일조량따라 수시로 변하므로 진짜 금강산 그림 한 장 그려내기가 어려워서라고 설명했다. 같은 지역을 또 다시 돌면서 그같은 설명에 더욱 공감했다.
이순신 장군의 땅 통영(예전의 충무)까지 내달으니 하루가 저물었다. 무심코 묵은 숙소의 창에 스며든 새벽빛에 잠이 깨자 눈앞에는 절경의 다도해가 들이닥쳤다. 바다에 면한 아무리 좋은 호텔이라 한들 크고 작은 여러개의 섬이 나란히 펼쳐진 다도해 풍경만할까.
겨우 만하루였다. 24시간안에 서울서부터 최남단 통영까지의 곳곳 볼거리를 정말 많이 접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하루내내 운전해 가서 한군데 볼 수 있으면 다행인데 한국땅은 오밀 조밀 정말 맛이 있었다. 말 통하는 사람들이 지천이고 국토가 넓지 않으니 길을 잃어도 부담이 없었다. 민박도 많고 가는 곳 마다 유명한 토속음식을 5천원 정도에 먹을 수 있으니 좋았다. 몇 년전에 비해 거리도 깨끗하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공공장소에서의 질서의식도 높아진 느낌은 나만의 것일까?
미국서 살다 어떻게 한국서 운전하냐고 지레 겁을 먹는다. 그러나 꼭두새벽에 서울을 빠져나올 수 있거나 차가 많은 서울 외곽까지 운전해줄 수 있는 동행이 있다면 큰 문제는 아니다. 남가주 자동차클럽에서 7달러만 내면 내주는 1년기한 국제운전면허증과 생활화된 지도보기는 한국땅 어디든지 어렵지 않게 갈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제는 사방팔방으로 연결된 고속도로나 국도가 여행시간조정을 아주 쉽게 해준다.
수년전부터 시작한 전국일주 여행을 통해 가장 즐겼던 코스는 춘천으로 해서 강원도 설악산으로 내달은 후 동해안에서 1박하고 동해 해안도로로 남행, 마음내키는 곳에 들러 쉬기도 하면서 경주나 부산까지 내려와 다시 남해안을 끼고 서쪽으로 튼다.
지리산 자락을 들락날락하며 여수, 해남, 목포까지 들러서 서울로 되돌아 오는 길에 다시 계룡산이나 속리산의 빼어난 산수를 맛보는 것이다. 아니면 오대산쪽으로 빠지다가 원주쯤에서 치악산, 소백산을 관통하고 단양팔경을 거쳐 안동으로 해서 가야산으로 빠지는 멋진 길도 잊을 수 없다.
귀환한 서울의 전철역에는 ‘우리나라에도 갈 곳이 많습니다’는 캠페인 표어가 붙어 있었다. "그렇지 내나라는 볼거리가 정말 많아"하고 끄덕대는데 한편에서는 2002년 월드컵 대회를 겨우 2주 앞둔 시점에서 외국관광객이 기대보다 적어 호텔이나 항공편이 남아돈다는 우울한 뉴스를 전하고 있었다.
한국인들은 자꾸 외국여행에 탐닉하고 외국인들은 ‘홍보가 제대로 안된 조그만 나라 한국’을 여행희망국가 리스트에서 자꾸 누락시킨다. 해외에 살던 한인들도 한국을 방문하면 시끌벅적한 서울의 혼잡함속에만 머물며 전국 곳곳에 숨어있는 보물 자원을 마치 외국인인양 그냥 지나친다.
제주도나 설악산 경주고도만 찾고 한국을 다 봤다고 하지말고 짧게나마 시간을 내어 유명관광지 행간을 찾는 느낌여행을 해보자. 자연스럽게 내주변의 외국인들에게 적극적인 한국관광 홍보자가 될 것이다. 그러면 월드컵대회가 아니라도 외국관광객들이 한국에 몰려들지 않을까. jungi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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