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8분 스페인의 국보급 골사냥꾼 곤잘레스 라울(레알 마드리드)의 선취골. 6분뒤 페레이라 루시오(바이에르 레버쿠젠)의 송곳같은 헤딩동점골. 그리고 일진일퇴 공방.
그러나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햄든팍을 꽉 메운 5만2,000여 관중, TV중계를 지켜본 수십억 축구팬들을 매료시킨 걸작은 역시 지네딘 지단(마드리드)의 발끝에서 맺혀졌다.
전반 45분. 레버쿠젠 벌칙구역 왼쪽 깊숙히 침투한 마드리드 수비수 로베르토 카를로스가 앞길 옆길 막히자 뒤쪽 빈터로 높게 톡. 놔두면 벌칙구역 왼쪽 바깥으로 그냥 떨어질 게 뻔했다. 아크정면에서 수비수 2명 틈새에 있던 지단의 기습스퍼트는 바로 그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자유의 몸이 된 지단은 행여 볼이 먼저 떨어질세라 왼발을 내뻗으며 몸을 오른쪽으로 비틀었다. 거의 180도 돌아서는 회전무였다.
그 다음은 설명불요. 볼은 치솟는 듯 가라앉는 부드러운 궤적을 그리며 골네트 왼쪽상단 구석으로, 지단은 발끝 촉감만으로도 모든 걸 알아챈 듯 불끈 쥔 두 주먹을 내지르며 환희의 도가니속으로….
‘그라운드의 바리시니코프’ 지단이 빚어낸 그 우아한 18야드 터닝발리슛은 01-02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향배를 갈라놓은 최후의 한방이 됐다. 마드리드 2대1 승리. 지난해 축구역사상 최고액(7,000만달러)을 주고 지단을 영입한 마드리드는 지단의 결승골로 창단 100주년 기념 챔피언 트로피를 차지, 통산 9번째(최근 5년새 3번째) ‘클럽축구 월드컵’ 정상에 등극했다.
지단의 걸작 이후‘진공상태’는 물론 아니었다.특히 종료직전 인저리 타임 7분동안, 그중에서도 5분20초에서-5분46초-6분12초까지 52초동안 3차례 연속 골문 코앞에서 쏘아댄 레버쿠젠의 정조준 슈팅이 GK 이케르 카스티야의 무아지경 반사동작에 모조리 걸려들어 레버쿠젠 팬들의 탄식을 자아냈고 마드리드도 그 이전 후반 34분과 36분·41분 등 곤잘레스 라울과 산티아고 솔라리가 잇달아 발만 대면 터질 쐐기골 기회를 거푸 헛날렸다.
아무리 라울이라도 도무지 못넣을 것 같은 선취골(전진 수비라인을 넘어 골키퍼쪽으로 향하는 카를로스의 롱 스로인 패스를 전력질주로 마중나가 볼의 방향을 틀지 않은 채 90도터닝 원터치 왼발슛)을 뽑았던 라울이 후반들어 적어도 라울이라면 놓쳐선 안될 기회를 거듭 날린건 지단의 작품을 더이상 군더더기 없는 최후의 골로 간직하고파 승리의 여신이 조화를 부린 때문 아니었을까.
독일대표팀 신예 골잡이 올리버 누빌을 앞세워 첫 우승을 위해 사력을 다한 레버쿠젠은 인저리타임 불운을 탓하기에 앞서 개인기와 조직력에서 마드리드에 못미쳤다. 지단의 중원단짝 루이스 피구(포르투갈)는 준준결승때 당한 부상이 완쾌되지 않아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다 후반 16분 스티브 맥마나만(잉글랜드)으로 교체됐다. <정태수 기자> jtsjeong@koreatimes.co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