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가 4월 한달을 보낸 가운데 각 팀간 전력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우선 특기할 만한 점은 올 시즌을 끝으로 퇴출이 예상되는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예상 밖 강세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2년 연속 선두 질주다.
매리너스가 지난해 116승을 올리며 1906년 시카고 컵스의 시즌 최다승 기록과 타이를 이루긴 했으나, 올 시즌에도 초강세를 보이리라고 예상한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매리너스는 이 같은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즌 초반 22승 10패(5월7일 현재)를 기록하며 지난 시즌과 거의 맞먹는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최근 수년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시장이 호쾌한 홈런타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됐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매리너스의 선전은 하나의 교훈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매리너스의 2년 연속 순항의 비결은 장쾌한 홈런타자들 보다는 안정된 투수력과 수비력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매리너스는 팀당 홈런수가 리그 10위권에 턱걸이할 만큼 장타력과는 거리가 먼 팀이다.
그러나, 매리너스는 팀의 공격 빈도를 나타내는 출루율 .362, 사사구 94개로 각각 리그 2위에 랭크되어 있다. 또, 특별히 화려한 선발 투수진을 보유하지 못했음에도 리그 4위의 팀 방어율을 기록한 것은 뛰어난 야수들의 수비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애너하임 에인절스의 마이크 소시아 감독은 "야구경기에서 투수력과 수비력은 승리의 기본 요건이다"라고 말한다. 70년대의 LA 다저스, 80년대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한 시대를 풍미한 것도 호쾌한 타격보다는 안정된 투수진 및 수비력에 힘입은 결과였다.
"당시 사람들은 호세 칸세코와 마크 맥과이어의 홈런 포에 열광했지만, 사실 그 팀들의 승리 비결은 안정된 투수력이었다"
소시아는 덧붙인다.
얼마 전 매리너스는 뉴욕 양키스와의 원정경기에서 경기 내내 단 1안타의 빈공을 보이고도 1대0 승리를 거두었다. 선발 프레디 가르시아가 8이닝 동안 양키스 강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준 덕분이었다. 이날 경기는 탄탄한 투수진 및 수비력을 앞세워 승수를 더해 가는 매리너스판 야구의 전형을 보인 것이었다.
매리너스의 2년 연속 초강세는 리그 최고의 수퍼스타들을 내어 준 이후에 나온 것이라서 더욱 의미가 크다.
매리너스는 1998년 철완의 좌완투수 랜디 존슨을 시작으로, ‘90년대의 선수’로 선정된 켄 그리피 주니어, 그리고 천재 만능 유격수 알렉스 로드리게스 등 3인방을 자유계약 시장에서 줄줄이 내주고 한동안 정신적 공황기를 겪었다.
매리너스가 4월중 리그 최고 승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코칭 스태프는 사실 많은 우려를 갖고 있었다.
우선 타선의 중심축인 에드가 마르티네즈가 4월 초, 불의의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또, 지난해에 17승을 올리며 선발을 담당한 폴 애봇 투수가 불펜으로 보직을 옮겼다. 애봇은 나이에 따른 노쇠현상에다 올 봄 투병중 사망한 아버지의 일로 심한 감정의 기복을 보여왔다.
4월 한달간 매리너스의 타선도 그리 만족할 만한 것이 못되었다. 마르티네즈의 결장 외에도, 지난해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였던 브렛 분의 부진, 그리고 통산 .3할1푼1리의 강타자 제프 시릴로의 슬럼프가 겹쳤다. 지난해에 일본선풍을 일으키며 신인왕, 타격왕 및 MVP를 휩쓴 이치로 스즈키도 아직 정상 컨디션을 못 찾고 있다.
매리너스는 폴 애봇의 공백을 23세의 신진 유망주 조엘 피네이로로 메웠다. 이로써 매리너스의 선발 로테이션은 프레디 가르시아, 제이미 모이어, 제임스 볼드윈, 라이언 프랭클린, 피네이로 등으로 짜여졌다. 이 가운데 프랭클린은 지난 3시즌간 선발로 단 한차례 등판했고, 피네이로는 지난 시즌 대부분 중간계투 요원으로 활약했다.
매리너스의 루 피넬라 감독은 피네이로와 프랭클린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이 지난 시즌 게임당 3이닝씩을 무난히 소화한 매리너스 불펜진의 주축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체구가 왜소한 피네이로는 다양한 구질과 움직임이 심한 속구로 무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피네이로는 역시 작은 체구의 소유자이면서도 타자들을 압도하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페드로 마르티네즈에 비견되곤 한다.
타격에서도 중심 타자들의 부진을 나머지 선수들이 보완해 주었다.
4월중 매리너스 팀에는 3할대 이상을 유지한 타자가 세 명, 두 자릿수 타점을 기록한 선수가 네 명이나 되었다. 특히, 텍사스에서 영입한 루벤 시에라는 마르티네즈의 공백을 무난히 메우며 매리너스의 시즌 초반 공격을 선도했다.
현재 추세라면 매리너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에도 리그 최고 승률팀의 영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매리너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려면 뉴욕 양키스라는 준령을 넘어야 한다. 매리너스는 지난 두 시즌간 양키스에 12승 7패의 우세를 보이고도, 정작 플레이오프에서는 두번 다 패배했다. 더구나 제이슨 지암비를 영입한 양키스는 올 시즌 팀 전력이 오히려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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