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학벌이나 직업은 대단한 위력을 나타낸다. 좋은 대학을 나왔다든지 특별한 배경이 있으면 좋은 직업을 선택 할 수 있지만 반대로 학벌이 없다든지 특별한 기술이 없으면 평생 고생하며 살아가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어떻게 하던지 좋은 대학을 졸업하려고 젖 먹은 힘까지 빼가며 공부를 하는가 하면 부모는 자식이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쓴다.
한국에서 좋은 직장은 평생 잘 살수 있는 것이 보장되기 때문에 젊은이들에게는 필사적 대결이며 목숨을 걸고 좋은 직업을 선택하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미국으로 이민 온 우리들에게는 직업이란 우연이고 인연으로 선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좋은 사람과 인연을 맺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특별한 기술이나 영어 실력이 우수한 사람은 예외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의 학벌이나 경력이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되거나 오히려 살아가는데 방해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학벌이나 직업 같은 것을 빨리 버리는 사람일수록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이다.
한국사람들이 미국에서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는 학벌이나 혈연보다는 공항에서 자기의 이민 보따리를 누가 날러 주었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직업이 결정되고 인생 역정이 바꾸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게된다.
내가 아는 K씨는 한국에서 고등학교 선생을 하다 15년 전에 미국으로 왔는데 그때 K씨의 이민 보따리를 그의 동서가 날러 주기로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급한 일이 생겨 옆집에 사는 페인트 일을 하는 P씨가 K씨의 이삿짐을 날러 주었다. K씨는 이삿짐을 날러준 것이 고마워 자주 만나다 보니 그의 권유에 따라 페인트 일을 하다 몇 년 후에 한국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만일 병리 연구원인 그의 동서가 나왔다면 그이 직업이 어떻게 바꾸어졌으며 그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겠는가 하고 생각해 본다.
나도 18년 전 이민 보따리를 날러준 사람이 김기준씨이었는데 그때 그 사람은 길거리에서 가방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와 자주 만나다 보니 그의 권유에 따라 길거리에서 가방장사도 하고 플리마켓에서 장사도 하여 결국 옷가게를 하면서 세월을 보냈다.
만일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지만 그래도 김기준 장로에게는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K씨나 나의 경우만이 아니라 김이라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청소업자 이씨가 공항에서 이삿짐을 날러 두었는데 그 인연으로 10년 넘게 청소 일을 하다 지금은 햄버그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주변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선택으로 직업을 얻는 경우보다 사람을 만난 인연 때문에 우연히 직업을 얻는 경우가 많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그래서 좋은 사람을 만나야만 좋은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살기 때문에 자기의 수준에 맞는 사람이나 마음에 맞는 직업을 선택한다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나는 20년 가까이 한국에서 고등학교 선생을 하면서 학생을 가르쳤다. 그때는 정말이지 재미가 있었고 삶의 보람을 느꼈고 직업의 긍지도 가지며 학생으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미국으로 이민 온 후 20년 가까이 살아왔으나 지금도 내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내 직업에 대하여 만족했는지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
미국 생활 속에서 생각나는 것은 돈을 번다는 욕심 때문에 흑인, 멕시칸, 백인 젊은 여성들이 놀려대는 말도 모르면서 돈 만 주면 ‘땡큐’를 연발하면서 좋아하던 일밖에는 아무런 의미를 모르고 살아왔다. 사람이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재미가 있어야 하고 적성이 맞아야지 흥미가 없으면 그 일을 오래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직업 선택에는 그 일에 자신이 있어야 하고 일의 대가가 충분해야 하고 그 일의 보람을 느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는 장사라는 직업이 적성에 맞지 않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그 직업을 일찍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도 돈을 버는 직업보다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해보고 싶은 것이 나의 솔직한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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