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삶. 나의 행복
▶ 폐기물 수거 처리회사 운영 안광선씨
끈기와 집념, 지칠 줄 모르는 도전정신.
폐기물 수거 처리회사 National Waste Clean Inc.을 운영하고 있는 안광선(55)씨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게다가 그는 당초 목표한 바를 이루기까지 했다. 쓰레기 수거 비즈니스는 마피아 등 특정 세력이나 민족이 장악하고 있다고들 한다. 이는 상당히 근거있는 결론이다.
이같이 폐쇄적이고 만만찮은 쓰레기 수거 비즈니스에 겁없이 뛰어들어 뿌리를 내린 한인이 바로 안광선 사장이다. 험난한 파도를 헤치고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시킨 그의 이야기는 한편의 드라마와 같다. 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아니라 ‘개미와 골리앗’의 싸움을 들어본다.<편집자주>
굴지의 회사가 아니면 엄두도 낼 수 없는 쓰레기 수거 업계에 안씨가 소수민족으로서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된 데는 안 사장 특유의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만큼 이 분야는 돈과 시간이 엄청나게 든다.
라이센스는 10년 이상 돼야 딸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는 점 때문에 누구도 쉽게 발들여 놓을 생각을 하지 못한다. 때문에 그의 가족은 물론 주변에서도 그가 이 비즈니스를 시작하려 하자 한사코 만류했다.
그의 변호사도 "허가 나오는데만 10년 이상이 걸려 돈만 없앤다"며, 가족 친지들은 "생명이 위험하다"며 결사 반대했다. 그런데도 안씨는 "안 하면 당연히 결과도 없는 법"이라며 무조건 라이센스를 신청했다. 그런지 2년만에 그는 일반 쓰레기, 독극물 쓰레기 등 두 가지 분야의 면허를 받았다.
그 후 2년간의 준비 후 모두 4년만에 폐기물 수거처리 회사를 출범시켰다. 여기까지 오기에는 노력도 노력이지만 경제적 시련도 많이 따랐다. 뿐만 아니라 시련 끝에 안씨가 라이센스를 받아내자 부인 안연숙(47)에게 마피아라 밝힌 괴한으로부터 "죽이겠다"는 협박전화까지 걸려왔다. 온 가족은 울면서 "죽는다" "제발 그만두시라"면서 말렸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두 개의 면허를 따내기 위해 막대한 자금과 시간, 정력을 소모하며 고난을 참아냈다. 그러나 막상 라이센스를 따고 나서도 경제적인 어려움이 끝나지 않았다. 현금으로만 160만 달러가 들어갔는데도 정착하기까지 더 많은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드럼 수 만 개를 현금으로 구입, 가게마다 빈 드럼을 배분, 수거 후에 다시 새 드럼으로 깔다보면 적어도 한 가게 당 500~600 달러씩 투자돼야 했고 한인업소들의 외상도 안 사장을 수시로 괴롭혔다. 현재 일반수거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 위해 이 분야의 면허까지 추가로 받고 있는 상태다.
이 분야가 바로 안씨가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2차로 뛰어들려고 하는 계통이다. 그러나 아직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한다. 부지 마련과 기계, 수거트럭, 장비 등을 마련하는데 최소 300만 달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뒤에 쓰레기가 던져지는 곳을 보면서 ‘저게 바로 돈인데’ 하고 생각했다. 이제 30여년이 흐른 지금 자신이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면허를 갖고 있으면서도 손을 대지 못해 안타깝고 초조하다고 한다.
공업고등학교에서 세공을 공부하고 공대 토목과를 거쳐 고속도로 토목기술자로 일하다 74년 미국에 왔다. 주얼리 계통의 무역회사 주재원으로 3년간 커스텀 주얼리 분야를 담당했다. 그가 일궈낸 아메리칸 드림은 투지 뿐 아니라 남보다 더 열심히 일해 그가 다녔던 첫 미국직장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그가 일하던 회사는 제이 앤 제이(J & J) 방계회사인 에디슨 플라스틱(Edison Plastic)사. 이곳에서 유일한 한인으로 3년만에 직원 400명의 업무를 총 관리하는 생산과장까지 올라갔다. 그는 이 회사를 주재원시절 만나 75년 결혼한 아내가 아이를 낳을 때까지만 다닌다고 했던 것이 12년이나 근무했다.
안씨가 몸담고 있던 회사는 당시 트럭기사 노동조합인 팀스타 유니언에 가입돼 있었으며 그는 계산능력이 탁월해 회사 팀스타 유니언의 지역조합장까지 맡기도 했다. 안씨는 당시 30명 정도의 한인을 입사시키기도 했다. 그는 이때 회사를 다니면서 자신이 따로 할 수 있는 세탁소도 하나 매입, 비즈니스를 했다. 그러나 너무 힘이 들어 그만 접고 세탁소를 꾸미는 업종으로 전환했다.
업소를 몇 개 꾸며주다 보니 돈은 벌렸지만 주변으로부터 비난을 사게 돼 이 업종도 그만 두었다. 평소 한인사회와 정기모임을 가지면서 친분을 다져왔던 짐 플로리오 뉴저지 주지사에게 폐기물 수거 독점 업주의 갖은 횡포를 고발하면서 이 분야에 진입할 뜻을 굳히고 면허신청을 하게 된다.
그러나 신청 중 주지사가 새로 바뀌어 면허를 못 받을까 속이 새카맣게 탔다. 매일 아침 주지사 사무실에 출근하다시피 해 결국 일반 쓰레기, 독극물 수거 면허를 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면허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으나 모르는 현실이 너무 많았다.
주인, 종업원 모두 환경교육을 받아야 했으며 각종 보험도 들어야 했고 자동차 및 드럼 인스펙션, 수많은 법규도 익혀야 함을 뒤늦게 알았다. 각고의 노력끝에 세탁소를 포함 페인트 샵, 가구점, 사진현상소 등을 대상으로 첫 드럼 수거작업을 96년부터 하게 된다. 그리고 뉴욕시와 주, 펜주, 필라델피아, 메릴랜드, 버지니아. 델라웨어, 워싱턴DC 지역의 관련면허도 취득한다.
그 결과 그의 비즈니스는 이제 6년 전 첫 발을 들여놓을 당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성장했다. 비즈니스 첫날 두 업소에서 두 드럼을 수거한 것이 전부였으나 지금은 한인 세탁업소의 80%, 뉴저지 세탁업계의 65%, 뉴욕시 5개 보로 만도 전 세탁업계의 65%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안씨의 폐기물처리 회사가 나오면서 지금까지 독점 횡포를 일삼던 유일한 외국계 회사는 고객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외국계 회사는 가격을 종전보다 대폭 인하했고 6년간 가격을 한번도 올리지 못할 정도의 쾌거를 이루었다.
안씨는 지금에 오기까지 "아내의 내조 없이는 불가능했던 일"이라며 아내에게 공을 돌린 그는 "남자라면 무슨 수가 나더라도 의리를 지켜야 하고 한번 뜻을 품으면 눈앞에 칼이 들어와도 밀리거나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고 종종 말한다. 그런 뜻에서 안씨는 세 아들 모두 이상적인 남자로 길렀다.
두 아들은 아내와 같은 럿거스 대학 출신이고 막내도 내년에 같은 대학에 들어갈 예정이다. 세 아들 모두 아버지의 분부를 따라 미 ROTC, 예비군 교육을 받았고 졸업반인 막내 역시 똑같은 교육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한다. 안씨는 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동네 싸움이나 국제 결혼한 여성들이 남편에게 맞는 것을 보면 서슴없이 달려가 남편을 주먹으로 때리거나 혼내주다 오히려 맞기까지도 했다고 주위 사람들은 전한다.
그가 아들들에게 항상 당부하는 말은 ‘정직하게 살라’는 것이다. 사고를 낸다든지, 공부를 못한 다든지, 잘못해서 돈을 잃는다든지 하는 것은 절대로 야단치는 법이 없지만 거짓말이나 비굴한 처사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가정에서도 어머니를 잘 모시는 효자로 알려졌다.
마음씨 고운 아내와 함께 누이, 여동생 5가정을 모두 미국에 초청, 생계가 안정되도록 이끌어 주었다. 안씨네 6남매는 모두 뉴저지 안씨 집 부근에 살 정도로 다복한 가정이다. 안씨는 한 때 중부 뉴저지한인회장과 뉴저지 총연 부회장, 미주한인 총연 사무총장으로 활동했으며 짐 플로리오 전 뉴저지 주지사 국회의원 시절 함께 활동하며 열심히 그를 도왔다.
뿐만 아니라 윗트만 주지사 경제자문위원을 비롯한 미 정치인 후원회 활동 및 윗트만 주지사 동남아 순방 때도 유일한 한인으로 동반 순회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선거대책본부의 공동의장 시절, 행정부 출범식 때 김대중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 결과 공로 및 봉사상도 많이 받았다. 이런 활동들이 크레딧이 돼 쓰레기분야 라이센스를 빨리 받아내는데 보이지 않은 도움을 주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는 "이제 내가 세상에 없더라도 폐기물 회사(NWC)는 영원히 남을 것"이라며 "앞으로 후세들에게 남겨준다는 의미에서 계속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고지는 아직 멀지만 안씨는 오늘도 쉬지 않고 그 곳을 행해 한 발 한 발 다가가고 있다.
<여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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