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이래로 황금처럼 인간의 관심을 끈 물건은 없다. 불빛을 받아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황금은 인간을 홀리는 마력을 갖고 있다. 금은 또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이 특색이다. 인류 역사상 채취된 모든 금은 지구 어딘가에 그대로 존재한다.
금의 화학기호는 AU다. 해가 노랗게 지평선을 물들이는 새벽을 뜻하는 라틴어 ‘aurora’가 어원이다. 황금을 뜻하는 영어 ‘gold’는 ‘노랗다’는 뜻의 앵글로색슨 어인 ‘geld’에서 왔다. 인간에게 빛과 따스함을 주며 언제나 다시 뜨는 태양의 이미지와 연결되면서 금은 단순히 경제적 가치 저장의 척도가 아니라 영원, 불멸, 불사의 상징으로도 여겨져 왔다.
고대인 중 황금을 가장 열렬히 사랑한 민족은 이집트인이다. 태양신을 숭배한 이들은 태양과 같이 노란색이면서 영원히 변치 않는 황금이야말로 태양신의 지상에서의 분신으로 생각했다. 이집트 최대의 여제로 불리는 핫솁숫은 금가루로 얼굴을 화장했으며 테베에 태양신 아몬 레를 숭상하는 100피트 높이의 황금 기둥을 세우겠다고 밝힌 적도 있다. 공사에 들어갈 어마어마한 금의 양을 댈 자신이 없는 신하들이 간신히 말려 결국 기둥 꼭대기만 금 맥기 하는 선에서 타협을 봤지만 그 정도 하는 데 들어간 금의 양도 사상 최대 규모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집트가 이처럼 금을 풍부히 쓸 수 있었던 것은 남쪽에 자리잡은 누비아(이집트 말로 황금이란 뜻)란 나라 덕이었다. 근대에 이르기까지 유럽 각 국에 황금을 공급해 온 누비아 광산에서 추출된 황금의 총량은 전 세계 다른 모든 금광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는 설이 있다.
황금을 신성시 한 것은 이집트 뿐은 아니다. 성경에도 야훼가 모세에게 자신이 거할 장막을 만들 때 황금을 풍부히 섞어 지으라고 지시하는 구절이 나온다. 모세가 십계명을 받으러 시내 산에 올라 간 새 히브리인들이 황금 송아지를 만들어 제사를 지내다 야훼의 분노를 사 떼죽음을 당한 것부터 황금 양피를 찾기 위해 흑해를 건너간 이야손, 손으로 만진 것은 모두 황금으로 변해 고생한 마이다스 왕에 이르기까지 황금과 관련된 전설은 부지기수다.
컬럼버스가 목숨을 걸고 인도로 가는 뱃길을 개척한 가장 큰 이유의 하나도 황금을 찾기 위한 것이었으며 역시 같은 목적으로 스페인 군을 이끌고 잉카 제국을 멸망시킨 피자로는 결국 황금이 가득 찬 창고 안에서 피살당했다.
금은 ‘최후의 가치 저장 수단’으로 불린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수많은 화폐가 등장했다 휴지로 사라졌지만 아직도 금은 그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 한 온스의 금으로 좋은 옷 한 벌 살 수 있는 것은 5,000년 전 이집트나 현대의 미국이나 차이가 없다.
1971년 닉슨이 달러와 금의 연결 고리를 끊고 달러를 불태환 화폐(금과 교환해주지 않는 돈)로 만들어버리면서 한 동안 빛을 잃는 것 같던 금은 70년대 인플레가 기승을 부리자 온스 당 35달러에서 1980년 800달러로 뛰어 오르며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고금리 정책으로 인플레가 잡히면서 20년이 넘게 기를 펴지 못해왔다. 1년 여전 온스 당 255달러 선으로 떨어지자 한 경제 전문지는 ‘금의 사망’을 주요 스토리로 다루기까지 했다.
그러나 사망 선고를 받았던 금이 올 들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지난 수개월간 꾸준한 강세를 보이던 금값은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320달러 선에 육박하고 있다. 금과 금광 관련 주식들은 지난 1년 간 여러 투자 수단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금광 주식들의 지표로 널리 사용되는 XAU 지수는 1년 사이 60% 이상 올랐다.
미 주가가 연중 최저치를 나날이 갱신하고 달러가 폭락하며 실업률이 6%로 치솟는 등 미국 경제에 불안을 느낀 투자가들이 ‘안전한 피난처’를 찾고 있는 것이 금값 폭등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촛불이 어둠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듯 금값은 장래가 비관적일 때 뛰어 오른다. 상승세가 얼마나 계속될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미국 경기 회복이 전문가들 진단처럼 낙관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님을 금값 폭등은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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