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지역 한인 교육자들의 모임인 한미교육자협회(KAEA, 회장 엘렌 박)가 지난 27일 개최한 제17차 연례 컨퍼런스는 200여명의 교육자 및 학부모가 참석한 가운데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알차게 진행됐다.
’자녀의 리딩 돕기: 부모와 교사의 역할’(Helping Children Read: The Role of Parents and Teachers)이라는 전체 주제로 진행된 이 행사에는 칼스테이트 리딩교육센터 낸시 브라이넬슨 소장이 연사로 참석 리딩교육에 대한 주제강연을 했다. 또 가주교육부 댄 홀트 컨설턴트의 주재로 마련된 런천 세션에서는 초대회장인 메리 손 여사와 올림픽 2회 금메달 수상자 새미 리 박사가 연사로 초청돼 후배 교육자들에게 자신들의 경험을 들려주며 격려하는 시간도 가졌다.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진행된 웍샵은 ▲학생의 리딩경험 향상법(Improving Student Reading Experiences) ▲어려운 가운데 자녀양육하기(Raising Children in Trying Times) ▲2개 언어로 읽기(Reading in Two Languages: KDLP) ▲다양성의 목소리(Voices of Diversity) ▲초·중등학교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Everthing You Wanted to Know about elementary and Secondary Schools) ▲미국에서의 자녀 양육(Growing Up in America) ▲젊은 작가들을 위한 성공적 작문기법(Key to Successful Writing for Young Authors) ▲핵심주제 읽기(Reading in Content Area) 등 8개 주제로 구분해 학부모와 교사간에 유익한 정보를 교환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8개 웍샵중 한국어와 영어 ‘듀얼 랭귀지 프로그램’(KDLP)과 자녀양육 토론회 웍샵내용을 소개한다. <김상경 기자>
■2개 언어로 읽기: KDLP(Korean/English Dual Language Program)
LA통합교육구내 7개 학교에서 표본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한국어·영어 동시교육프로그램’(KDLP-Korean/English Dual Language Program)이 이중언어교육에 큰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남가주 지역 한인 교육자들의 모임인 한미교육자협회(KAEA, 회장 엘렌 박)가 개최한 제17차 연례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것으로 웍샵 강사로 초빙된 LA통합교육구 아태계언어국(Asian Pacific and Title VII Office)의 샌드라 김 스페셜리스트와 크레이그 메릴 어드바이저는 지난 10년간 실시되어온 듀얼 랭기지 프로그램이 우수한 이중언어교육 프로그램으로 입증되고 있다고 밝혔다.
듀얼 랭기지 프로그램(KDLP)은 LA통합교육구 아태계언어국이 연방정부기금으로 관리·운영하는 K∼12학년 한국어·영어 동시 교육프로그램으로 1992년부터 시작됐으나 한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기존의 이중언어프로그램(Bilingual Program, 현재 Basic Program으로 개칭)과는 몇가지 중요한 차이점을 두고 운영되는 KDLP는 우선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개발시키는데 그 목적을 둔 만큼 영어미숙학생(EL)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원하는 누구에게든 적용된다.
이중언어프로그램이 영어미숙학생(EL)들의 영어능력 개발에 궁극적인 목적을 두므로 처음엔 모국어와 영어를 섞어 수업하다가 영어가 향상됨에 따라 점차 영어로만 수업하는 것과는 달리 KDLP는 모든 과목을 영어와 한국어로 일정 퍼센티지를 정해 각각 진행한다.
예를 들어 4학년 수학수업이 한학기에 30회라면 15회는 한국어로만, 15회는 영어로만 진행되는 것. 교사는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에서 영어를 전혀 섞지 않고 한국어만 사용하며,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에서도 완벽한 영어만을 구사하도록 한다.
샌드라 김씨는 "많은 1.5∼2세 자녀들이 원어민과 있을 땐 영어가 부족한 듯, 1세와 있을 땐 한국어가 부족한 듯 느끼는 것은 두가지 언어 모두 완벽하게 할 수 있도록 교육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둘다 완벽히 구사할 수 있을 때 사회활동도 더욱 활발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류사회에서의 성공여부가 영어능력에만 달려 있다고 잘못 믿고 있는 한인 부모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영어를 잘 구사해야 될 뿐만 아니라 감성과 지성, 그리고 사회성 등 모든 면에서 골고루 균형 잡힌 사람이 이 사회를 이끌 수 있으며 이는 많은 부분 학창시절의 가정교육을 통해 부모의 교육철학과 문화를 이해하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자존감(self-esteem)을 지키며 성장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며 청소년기를 거치며 부모와 속 깊은 대화를 터놓을 수 있는 모국어 채널을 완벽하게 개발시키는 동시에 영어도 완벽히 구사할 수 있도록 하는 언어교육이 한인 자녀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김씨와 함께 웍샵 진행을 맡은 크레이그 메릴 어드바이저는 "KLDP에서는 한국어 대 영어의 비율을 정해 수업을 진행하는데 학년별로는 K학년 70:30, 1학년 65:35, 2학년 56:44, 3학년 53:47, 4∼5학년 50:50으로 한다"고 설명하고 이중언어(bilingual)프로그램에서 처음엔 ESL과 예능과목만 이중언어로 시작해 점차 전과목에 영어만을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KLDP에서는 전과목에 이 같은 비율을 적용한다고 덧붙였다.
3가초등학교(교장 수지 오) K학년에 올해 처음 개설된 KDLP 학급담임 조앤 이 교사는 "처음엔 학부모 대부분이 영어도 못하는데 학교에서 마저 한국어를 하다가 영영 영어를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를 했지만 한학기가 거의 지나가는 지금 한국어는 물론이고 일반학급 아이들 보다 영어 읽기 및 쓰기에도 훨씬 좋은 성적을 나타내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킨더가튼 일반학급을 맡아온 이 교사에 따르면 매년 이맘때면 영어 읽기 및 쓰기를 따라가지 못해 낙제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KLDP 학급에서는 19명 전원이 영어와 한국어를 어려움 없이 잘 쓰고 읽어 다음 학년도에 1학년 KLDP를 개설, 그대로 올라갈 예정이다.
현재 KLDP는 코헹가초등학교, 덴커애비뉴스쿨, 3가초등학교, 윌튼플레이스, 존버로우즈중학교, 피어리중학교, 페어팩스고교 등 LA통합교육구내 7개 학교에 가설돼 있으며 현재 제 2외국어 중 한국어와 스페인어에만 이 듀얼 랭기지 프로그램이 적용되고 있다.
KDLP는 ‘주민발의안 227’에 따라 이중언어교육이 정책적으로 축소되던 1999년 가주교육부로 부터 그 뛰어난 교육 효과를 인정받아 가주 전 교육프로그램 중 가장 우수한 프로그램에 수여되는 ‘우수모델상’(Examplary Status Award)을 수상한 바 있다.
■미국 땅에서의 자녀 양육(Growing Up in America)
"소수민족 부모로서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이민 와서 아이 셋을 키워보니 결국 부모의 역할은 ‘doing’이 아니라 ‘being’ 이더군요"
윌튼플레이스 다니엘 윤 교사와 3가 초등학교 헬레나 윤 교사가 진행한 토론식 웍샵 ‘미국땅에서의 자녀양육’(Growing Up in America)에 참석한 학부모들의 대화내용이다.
이 웍샵에는 30여명의 학부모, 1.5∼2세 한인교사 및 한인학생을 가르치는 타민족 현직교사들이 참가해 학부모-학생-교사가 겪는 어려움을 털어놓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진지한 토론회를 가졌다.
학부모 정연희씨는 한인학부모들이 학업만 지나치게 중시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언젠가 딸이 ‘우리엄마는 98점을 받아오면 2점 더 받아 오란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라며 한인 또래들과 불평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정씨는 "때로는 믿고 풀어 놓아 주는 것(Let them go)도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갓 이민온 학부모 최은영씨는 "그렇다고 마냥 풀어 주거나 학교측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언어장벽, 교육제도의 차이, 소수계로서의 입장 등 이제 초등학생인 자녀를 앞으로 이 땅에서 어떻게 양육해야 할 지 갈수록 자신이 없어진다"며 목이 메이자 여기저기 학부모와 교사로부터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한 조언이 줄을 이었다.
개구장이 어린 시절부터 미국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진행자 다니엘 윤 교사는 "학교에서 말썽을 피우면 바로 집으로 통지가 되곤 했는데 그럼에도 나를 믿어주신 부모님이 고마웠고 대학시절 까지 줄곧 방황하기도 했지만 결국 부모님과 선생님의 믿음이 오늘날의 나를 있게 해 주었다"고 말했다.
세 아이의 학부모인 안 준(48·LA거주) 씨는 첫째 아이는 늘 긴장한 채 온갖 자녀 양육서를 뒤지며 빈틈없고 엄격하게 교육했고 둘째는 그보다 조금 느슨하게, 또 셋째는 거의 잔소리 없이 부드럽게 키웠단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자녀의 성공여부는 결코 문화차이나 부모 기대치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자녀로 하여금 부모가 항상 곁에 있고 깊이 사랑한다는 것을 알도록 하는 것에 달려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1시간 30분에 걸쳐 열띤 토론을 벌인 이 세션은 진행자 헬레나 윤 교사가 읽어준 ‘대기만성형 호랑이 리오가 겪는 좌절과 이 과정을 인내로 지켜보는 아빠 호랑이의 스토리’를 담은 어린이 부모 동화 ‘Leo the Late Bloomer’(로버트 크라우스)를 들으며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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