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가정여성면에 썼던 ‘중년 세자매의 수다여행’에 관한 후기다.
그 기사는 필자가 실제로 두 언니와 함께 다녀온 3박4일의 여행기를 ‘나’를 주어로 기록한 것인데 기사가 나간 후 많은 반응이 있어서 그에 대해 몇가지 생각을 해보게 됐다.
하나는 기자가 신문 밖으로 튀어나와 ‘나의 이야기’를 기사로 쓴 스타일에 대해 독자들이 아주 흥미로와 한다는 것이었다. 한 사람은 "너무 너무 시원했다"고 표현했는데, 맨날 남의 이야기를 전해만 주던 기자가 직접 "내가 해보니 이렇더라"고 하니까 남의 다리가 아니라 내 가려운 다리를 긁어준 느낌이었나 보다.
원래 신문기사는 모두 ‘남의 이야기’이고, 기자는 남의 이야기를 정리해 글로 쓰는 사람이므로 3인칭 서술문장으로 기록한다. 미국신문에서는 트래블 섹션이나 푸드 섹션 같은데서 기자가 1인칭으로 자신의 체험과 평을 쓰기도 하지만 거기엔 개인적인 감정과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담당기자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 없이는 이루어지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번 여행기는 편집국장과 상의후에 조심스럽게, 우리 신문으로서는 처음 시도해본 스타일이었는데 반응이 예상외로 좋았던 것 같다.
또 하나는 ‘개인화된 스토리’에 대한 호감이다. 아마도 다녀온 여행지 정보만을 소개하는 기사였다면 그처럼 재미있게 읽히지 않았을 것이다. 준비 과정에서부터 4일간의 여정, 밥 해먹고 수다 떤 이야기, 경비까지 자세히 기록함으로써 직접 갔다온 체험을 생생하게 전하려 애썼는데 그 목적이 달성된 셈이다. 읽노라니 마치 자기가 갔다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사람도 많았고, 꼭 그 코스대로 가보고 싶으니 호텔들의 예약번호를 알려 달라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세 번째로 많은 한인들이 여행을 자주 하지 않고, 여행을 대단한 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기사에서 소개된 지역들(산타바바라, 시카모어온천, 빅서, 카멜, 세코이아 국립공원등)은 남가주에서 쉽게 운전해서 갈 수 있는 곳들이고, 매우 잘 알려진 관광지들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런 좋은 곳을 찾아 다녔느냐"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놀랐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여행의 좋은 점을 들라면 ‘떠난다’는 것, 가족과 24시간 함께 놀 수 있다는 것, 새로운 곳을 가본다는 것, 아름다운 자연을 실컷 즐긴다는 점등 이루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특히 여자들은 집안 일에서 해방되고, 아이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 소중한 경험이므로 가까운 곳에 1박2일이라도 다녀오라고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절실하게 느낀 것은 패밀리여행도 좋지만 여성들, 특히 주부들의 ‘일상 탈출’이 삶에 크나큰 활력소가 된다는 사실이었다. 여행기를 읽은 많은 여성들이 "너무도 부러웠다"고 토로하기도 했지만 우리 세자매는 훌훌 가족을 떠나 신나게 놀고 온 며칠간을 거의 ‘환상적인’ 추억으로 간직하게 되었다.
모두 다 아는 이야기지만 이민 1세 주부들은 일인 3역, 4역하며 살아가느라 스트레스가 쌓일대로 쌓이고, 몸은 지칠대로 지쳐 있다. 애들 픽업하고, 직장에서 일하고, 퇴근하자마자 팔 걷어붙인 채 저녁식탁 차리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침부터 밤중까지 종종걸음치는 엄마들이 그 많은 가사부담을 한순간 내려놓고 자기만 여행을 떠나는 것은 감히 생각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일이 많은 여성일수록 가끔은 모든 것을 뒤로하고 떠나는 휴식이 ‘절대’ 필요하다. 그것은 남자들에게 필요한 휴식과는 또 다른 것으로, 굳이 설명하자면 ‘바깥양반’들이 집에 들어와 휴식을 취하듯 ‘안사람’들은 밖에 나가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다소 시대착오적인 논리를 펴보일 수도 있다.
특히 여자들에게 ‘수다여행’은 정신건강에 매우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성차별적 발언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여성들은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아도 수다로 많은 스트레스를 풀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가끔씩 마음 맞는 친구나 자매들끼리 이야기꽃을 피울 여행을 떠나는 것이 일상의 건강을 위해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또한 출장이나 혼자 여행을 다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집을 떠나 있을 때 가정의 소중함과 전에 못 느끼던 특별한 애정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는 법이다.
진짜 현명한 남편은 아내에게 쉴 시간, 놀 시간, 수다 떨 시간을 주는 사람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