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가 약속한 대로 부채를 상환하지 않을 경우 부채상환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잡고 있는 담보물(collateral)이 있다면 채권자는 이 담보물을 처분할 수 있다. 그러나 채권자가 담보물을 처분할 때 법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처분할 경우 채권자는 담보물 처분으로도 상환 받지 못한 부채 잔액을 채무자에게서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잃게 된다. 캘리포니아주는 2001년 7월부터 담보거래에 관련된 법조항 전체를 개정함으로써 채권자의 의무조항을 더 확대했다. 과거 판례를 중심으로 관련법을 설명해 본다.
<문> 1984년 7월 A는 캘리포니아주 카멜시에 있는 ‘빌리지 토너 레스토랑’을 B에게 팔았다. 이 거래에는 이 식당 내 가구, 시설물, 그리고 장비의 매매도 포함되어 있었고, 이 식당 장비의 가격만 12만5.000달러였다. 이 장비 값을 한번에 지불하기가 어려웠던 바이어 B는 셀러 A에게 이 돈을 추후에 갚겠다는 약속으로 ‘promissory note’를 써주었다. 셀러는 이 부채상환을 확실히 하기 위해 B에게 판 장비 전체를 담보물로 잡았다.
이렇게 비즈니스를 인수한 B는 생각대로 비즈니스가 되지 않자 같은 해 12월17일과 20일 사이에 식당 문을 닫고 렌트 지불을 중단했다. 그러자 이 식당 건물주는 12월20일 B를 상대로 퇴거소송을 시작했고, B는 이 소송에서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아 결국 건물주는 결석판결을 법원으로부터 받았다. 건물주는 이렇게 식당 건물의 점유권을 다시 찾을 수 있는 권리를 받았으나 그 후 몇달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1985년 2월1일 B는 A에게 주었던 ‘promissory note’에 근거한 페이먼트 지불도 밀리게 되었다. 같은 해 3월25일 셀러이며 담보채권자인 A는 ‘promissory note’에 따른 남은 부채 잔액을 B에게 받아냄과 동시에 담보물을 점유하기 위한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그러나 채무자 B가 약속한 부채상환을 중단한지 2달 후인 같은 해 3월29일 건물주는 식당 건물을 새로운 테넌트에게 리스해 주었다. 새 테넌트는 이틀 후인 4월1일 이 식당건물에 입주했다.
채권자 A는 새 테넌트가 입주하는 날 채무자 B에게 아무런 사전통보도 없이 자신이 담보권이 있는 식당 장비의 대부분을 새 테넌트에게 1만7,000달러에 팔았다. 그리고 A는 그 후 며칠 동안 계속해서 나머지 장비도 2,000달러에 팔았다. 이 때도 A는 B에게 담보물 세일 전에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았다.
채무자 B가 A의 담보물 처분 사실을 제3자로부터 알고 난 후 A는 뒤늦게 담보물 세일 전 B에게 주었어야 했을 사전통보를 만회하기 위해 담보물이 이미 처분되었음을 알리는 사후 통지서를 B에게 보냈다.
채무자 B는 이 소송에서 A가 법이 정한 담보 세일 5일 전에 통보를 해야 하는데 이 법조항을 어겼기 때문에 A는 나머지 부채상환을 받을 권리를 잃었다고 주장했고, 채권자 A는 건물주가 새 테넌트에게 식당을 넘겨주는 리스를 사인한 지 이틀 후에 새 테넌트가 식당 건물에 입주하게 되었기 때문에 사전 통보를 B에게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채권자 A는 새 테넌트가 식당 건물에 입주하면 건물주는 식당 장비를 식당에서 치워버릴 권리가 있었기 때문에 너무나 시간이 촉박해서 B에게 담보세일 전 통보를 하지 못한 것이므로 이러한 "급한 상황"에서는 사전통보가 면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에서 채권자 A와 채무자 B 중 어느 쪽이 승소했나.
<답> 이 사건의 1심 재판을 맡은 법원은 A의 주장을 받아들여 A가 담보세일 전 사전 통보를 주지 못한 것은 담보물의 가치가 급히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었던 것이었으므로 A가 사전통보를 하지 않은 것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며 A에게 승소 판결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1심 판결에 불복한 채무자 B는 이 사건을 항소법원으로 끌고 갔다. 이 사건을 심의한 항소법원은 1심 판결을 번복하고 채무자 B의 손을 들어주었다. 항소법원이 1심 판결을 번복한 이유는 채무자 B가 "promissory note"에 근거한 페이먼트를 중단 한 것이 2월1일이었고 채권자 A가 담보물 세일을 한 날짜가 4월 1일이었으므로 A는 B에게 사전 통보를 할 수 있었던 2달간의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이유였다. A가 사전 통보를 주지 못한 것은 일찍 서둘러서 하면 할 수 있었던 일을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었던 A측의 잘못에 있는 것이지 상황 자체가 사전 통보를 면제해 줄 만한 위급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항소법원은 설명했다.
참고로 새로 개정된 담보거래 관련법에서는 담보 전 채무자에게 주어야 하는 사전 통보기간을 10일로 정하고 있다. 그리고 채권자가 이러한 사전 통보 규정을 지켰다고 하더라도 담보물 세일을 합리적으로 하지 못해 정당한 가격을 받지 못했을 때도 세일 후 남아있는 부채 상환을 채무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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