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맨하탄 일궈온 한인 자영업
▶ (7) 식당
79년 4월5일 맨하탄 27가 브로드웨이에 ‘곰탕집’이라는 이름으로 개장, 현재는 32가에 위치한‘뉴욕곰탕하우스’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인 식당으로 알려지고 있다.
70년대 말 맨하탄 한인타운 32가에는 씨씨백화점(CiCi)과 서울하우스식당만이 한국 가게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또 식당이라야 56가에 외국인을 상대로 한 100석 규모의 아리랑(72년 개장)과 호심, 명동장(77년), 현재 뉴욕곰탕하우스 김유봉 사장이 접시닦이로 일을 시작했던 46가의 삼복식당(72년)이 전부였다. 삼복식당은 물론 곰탕집과 같은 날 같은 스트릿 선상에 오픈했던 80여석 규모의 한일관은 85년에 문을 닫았다.
이 당시 한인 식당들은 특별한 메뉴판 없이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었고 한국 전통 음식인 곰탕, 된장, 김치찌개, 해장국 등이 3.95달러선에서 제공되고 있었다.
70년대 말 80년대 초반 한인 식당들의 하루 매상은 100~150달러 정도였으며 주인들이 요리를 비롯 장보기, 설거지, 청소 등을 다 도맡아 했던 것은 기본.
70년대부터 생기기 시작한 한인식당들은 80년대 초반까지 한인 동포들과 한국에서 여행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된장, 김치찌개, 설렁탕, 해장국, 육개장 등 ‘집에서 만드는 맛’위주로 경영을 했다. 대표적인 식당으로는 곰탕집, 세지, 서울하우스, 호심, 아리랑, 삼복, 아서원, 시래등, 삼오정, 한인관, 인천집, 명동장, 장원 등.
지난 5일로 식당경영만 23년을 했다는 뉴욕곰탕 김유봉 사장은 “당시만 해도 뉴욕 교포사회에 한인 인구가 4,000여명밖에 안됐다”며 “오늘날처럼 큰 규모로 하루 300여명의 손님을 끌 수 있다는 생각은 그 누구도 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81년부터 외국인들이 의례 한국음식으로 생각하는 숯불구이바베큐, 갈비, 뷔페 등이 첫선을 보였고 82년 대한항공이 뉴욕을 첫 취항하면서 서울에서 유행하는 음식과 요리법 등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식당으로는 38가의 영빈관(83년), 강서회관(83년), 서라벌, 대동면옥과 지금은 사라진 31가의 하동각과 미각 등이 있다.
90년대 들어 한국이 미국사회에 많이 알려지고 이민 2세들이 생겨나면서 한인을 비롯 인근 외국인들까지 대상으로 대규모 식당들이 탄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인 대상으로 런치스페셜, 해피아워(Happy Hour)등이 본격 선보였다. 설렁탕, 순두부, 뷔페 등 전문화된 식당이 나타난 것도 이 시기. 금강산, 압구정, 무교동, 명동칼국수, 옛집, 한가위, 한밭 등이 대표적인 식당들이다.
현재 한국 식당들은 한인 뿐 아니라 미드타운 전체의 뉴요커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한국적인 입맛을 외국인에게도 맞게 변형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32가 한인타운 이외에도 한국, 미국적 사고를 동시에 가진 이민 1.5·2세들, 유학생 등 젊은 사람들이 미 주류사회에 한국의 입맛을 소개하기 위해 맨하탄 전체에서 한인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선두주자는 우래옥, 한가위, 또순이 등이며 90년대 말부터 2000년이 시작되면서 도화, 초가, 고리, 이모네 등이 오픈하며 주류 사회를 겨냥한 한국 음식점을 공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젊어지는 한인 식당의 대표주자격인 맨하탄 이스트 빌리지 ‘무지’식당의 황대진(32, 맨하탄 빌리지 거주) 사장은“한국적, 미국적인 사고방식을 둘다 지니고 있는 사람이 순수 한국음식을 외국인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사용해 보급하는 것이 한인 식당이 세계의 도시 뉴욕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휘경 기자>
■강서회관 곽현규
"전문화 추구, 미국인 사로잡아야"
"요식업의 비결은 첫째도 진실, 둘째도 진실, 셋째도 진실입니다."
맨하탄 코리아타운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강서회관 곽현규(54) 사장은 "손님의 혀야말로 결코 속일 수 없는 가장 솔직하고 냉정한 심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83년 6월 강서회관을 오픈, 맨하탄 요식업계 원로중 한사람인 곽 사장은 20여년간 뉴욕 한인 요식업계에 가장 큰 변화로 재료비와 인건비를 꼽았다.
"20여년전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비가 총 매상의 15%였다면 지금은 30%에 달하고 있습니다. 인건비 또한 그때와 지금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뉴욕 한인사회에서 성공한 대부분의 한인 1세들은 비즈니스를 하면서 나름대로 기억나는 에피소드들이 많다. 곽 사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새벽에 집사람과 캐시대 뒤에서 마감을 하고 있는데 흑인 강도 2명이 들어와 돈을 달라고 하더군요. 고생해서 모은 돈을 고스란히 빼앗긴다는 생각에 대항하다 쇠파이프로 눈 부위를 맞았습니다.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퇴원하니 맞은 쪽 눈에 없었던 쌍꺼풀이 깊게 생겼어요. 할 수 없이 다른 쪽 눈도 쌍꺼풀 수술을 했지 뭡니까?"
곽 사장은 앞으로 한인 요식 업계가 번창하기 위해서는 ‘전문화’를 추구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2∼3년간 뉴욕 한인사회에 전문 식당들이 서서히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참으로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전문화는 물론, 미국인들의 구미에 맞는 음식을 창조하고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쳐야 될 것입니다."
곽 사장은 이어 "지난해 모 식당에서 일하던 주방장이 귀가도중 강도들을 만나 숨졌을 때 요식협회가 적극 나서지 않는 모습을 보며 너무나 안타까웠다"며 "다른 직능단체처럼 요식협회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지원 기자>
■’무지’ 황대진 사장
"진짜 한국음식으로 승부할 겁니다"
맨하탄 이스트 빌리지 세인트 마크 플레이스에 위치한 ‘무지(Muzy)’는 외관상 한국 식당이라는 것을 전혀 눈치챌 수 없을 만큼 뉴욕적이다.
업소명 ‘무지’는 한자어가 아니라 ‘굉장히 많이’를 뜻하는 부사어인‘무진장’이라는 단어의 구어체 표현.
작년 5월에 오픈한 이 식당 최고 메뉴는 우리 전통음식인 돌솥비빕밥과 궁중음식 구절판이다. 외국인 입맛에 맞춘 5종류의 라면과 손수 빗는 만두도 일품이다.
이 식당이 위치한 맨하탄 이스트 빌리지와 웨스트 빌리지는 뉴욕대학교(NYU)와 파슨스 디자인대, FIT, 시립대 캠퍼스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블럭마다 일, 중식집을 비롯해 루마니안, 키예프까지 전세계 80여개국 음식점이 모여있다.
이 많은 음식점 가운데 비빔밥, 파전, 만두 등 순수한 한국 고유음식을 선보이는 한인 식당은 무지, 또순이, 이모네, 고리, 초가 등 10곳이 있다.
이 식당들의 공통점은 맨하탄 32가 한인타운을 벗어나 한인이 아닌 미주류사회나 한인 2세들을 겨냥했지만 그 음식만은 퓨전이나 외국 것이 아닌 한국 고유의 맛이다.
그 중 대표주자인‘무지’식당의 황대진(32, 맨하탄 빌리지 거주) 사장은“한인타운을 벗어나 외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한국식당을 오픈해 한국의 맛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건축가이기도 한 황 사장은 해물칼국수를 가장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다고.
외국인과 미 주류사회에 속해 사는 한인 2세들이 손님의 99% 이상을 차지한다는 이 식당의 컨셉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것이다.
동서양이 혼합된 퓨전 음식이나 외국인의 입맛에 맞춘 어중간한 한국음식보다는 한국 최고의 요리를 순수 재료만을 사용해 외국인들에게 소개하겠다는 것이 이 식당의 목표다. <김휘경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