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애틀 타임스의 ‘한인 5인방’각 취재분야 포진
서북미 지역 최대 언론사인 시애틀 타임스(발행부수 24만)에 젊고 패기 넘치는 한인기자 다섯 명이 포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한인은 많지 않다.
경쟁이 극심한 미국 언론계, 더구나 메트로폴리탄 규모의 언론사로‘고품격 신문’을 표방하는 시애틀 타임스에서 뛰는 한인 기자가 5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한인사회의 자랑일 수도 있다.
타임스지의 한인독자들에게‘바이라인’(기자 필명)이 유난히 친근한 덕 김(예술·연예 편집장), 송경미(항공업계 담당기자), 김진아(사회부기자), 마이클 고(이스트사이드 지역 사건담당 기자), 팸 시트(한국명 윤혜영, 예술·특집 담당) 씨등 2세 언론인들을 만나 이들의 어제 오늘 내일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보잉본사 이전 특종보도 상
송경미(37)씨는 보잉과 알래스카항공 등을 포함, 워싱턴주 경제의 대들보인 항공산업을 담당하는 베테런 기자이다.
11살 때 부모를 따라 이민 온 송씨는 워싱턴대학(UW)에서 역사와 신문학을 복수 전공한 후 콜롬비아대학에서 신문학 석사학위를 받은 정통 언론인.
그녀는 89년 켄터키주 루이빌의 한 신문사에서 경제부 기자로 첫발을 내디뎠을 당시 사내에 한인은 물론 동양인이 전무했다고 말했다. 모든 직원이 송씨를 알아봤기 때문에“신분증 카드를 가슴에 부착할 필요도 못 느꼈다”고 그녀는 회상했다.
지난 99년 시애틀 타임스로 옮겨온 송씨는 소수계가 눈에 띄게 많은 사내 분위기에 편안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현재 타임스 편집국에는 일본,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안계 기자들이 많아 한인기자들이 별종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송씨는 말했다.
송씨는 주로 에버렛과 렌튼 공장을 오가며 보잉의 움직임 하나 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취재한다. 시카고 본사의 동향은 물론 파리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 항공기 전시회인 에어쇼에도 참가, 보잉의 현지 수주활동도 취재 보도하고 있다.
보잉의 본사이전은“워싱턴주의 사업환경에 대한 경종이며 사업친화 환경 조성에 대한 적극적 관심 촉구”라고 지적한 송씨는 병아리 기자 시절, 보잉 간부를 인터뷰할 때 20대 초반인 자신을 의심쩍은 눈으로 쳐다봐 난감했었으나 중년에 접어든 지금은 그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송씨는 자기 필명이 ‘경 M. 송’이고 항공산업 담당이라는 이유 때문에 많은 독자가 자신을 남자로 오인해서 종종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국 비즈니스 기자협회(SABEW)는 송씨가 ‘Boeing Bolts’라는 제목으로 쓴 보잉의 본사이전 특종 뉴스를 올해의 보도부문 상으로 선정, 최근 시상했다.
역시 시애틀 타임스의 추적기사 전문기자인 송씨의 남편 데이빗 히스는 하버드대학의 골드 스미스상(상금: 2만5천달러)을 수상했고 권위 있는 퓰리쳐상 본선에까지 올라 사내에서 막강한 부부기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성조지 도쿄특파원 역임
덕 김(38)씨는 타임스의 예술·연예담당 편집장으로 휘하의 12명 기자들이 쓴 기사들을 일일이 손질하는‘데스크’이다.
한국동란 직후 미국으로 이민 온 그의 부친은 IBM에서 근무했고 김씨는 오클라호마주에서 성장했다. 그의 부모는 현재 샌디에고에 거주하고 있다.
오클라호마대학에서 신문학을 전공한 김씨는 미군 일간지인 성조지의 도쿄 특파원을 거쳐 툴사 월드지의 카피 에디터로 한동안 근무했다.
김씨는 캘리포니아의 한 신문사에서 4년간 연예담당기자로 경력을 쌓은 후 97년 시애틀 타임스에 입사, 지금까지 예술·연예분야를 담당해왔다.
직업상 평소에도 음악회나 전시회를 자주 찾는 김씨 역시 시애틀이 오클라호마와 달리 인종적인 다양성으로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고교시절 전교생 1천5백명 가운데 동양인은 자신을 포함한 한국인 2명과 중국인 한명뿐이었다고 말했다. 오클라호마 신문사 재직시절에도 편집국에 아시안 기자가 단 두 명뿐이어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씨는 직업상 한국영화나 음악 등 대중예술을 종종 접하게 된다며 10년 전만해도 상상 못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시애틀 영화제에 출품된 한국영화가 전위적인 면과 예리한 면을 동시에 보여줬다고 평한 김씨는“한국이 아시아의 새로운 대중문화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예술방면에서 한국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그런 변화를 피부로 느끼기 위해 96년에 이어 한국에 다시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희생자 유가족 인터뷰 힘들어
시애틀 타임스의 한인기자 가운데 막내 격인 김진아(25)씨는 UC-버클리에서 정치와 매스컴을 전공한 후 보스턴대학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은 재원이다.
그녀는 소수계 언론인 양성을 위한 인턴프로그램을 통해 왈라왈라와 야키마의 지방신문사에서 기자경험을 쌓은 후 지난해 2월부터 시애틀 타임스에서 근무해왔다.
돌발적인 사건을 취재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 속에 산다는 그녀는“현장 취재 때 슬픔에 잠긴 희생자 유가족과 인터뷰를 해야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털어놨다.
충격적인 그린 리버 연쇄살인 사건과 WTO(세계무역기구) 1주년 시위 취재도 김씨 몫이었다.
김씨는 기자 직업에 크게 만족하고 있지만 부모는 여전히 변호사가 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김씨의 부친은 샌호제 주립대학의 산업공학 교수이며 모친 역시 스탠포드 대학 병원에서의 컴퓨터 전문가로 근무하고 있다.
그녀는“일단 시애틀 타임스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는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대 기자로 발돋움하려는 다부진 면을 보였다.
경찰-이민자 관계 등 다루고파
마이클 고(26)씨는 지난 80년 미국에 유학 온 부친을 따라 가족과 함께 플로리다주로 이주해왔다.
그는 UW에서 인류학과 저널리즘을 복수전공하고 시카고 트리뷴지에서 1년 반 동안 인턴으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99년 12월 시애틀타임스에 입사한 고씨는 처음에는 이스트 킹 카운티 취재를 담당했으나 지금은 벨뷰지국을 중심으로 이스트사이드 지역 사건취재를 전담하고 있다.
고씨는 각종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지만 특히 인터넷 프라이버시, 경찰관-이민자간 의사소통 문제 등 민감한 사회문제에 비중을 두고 취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진아씨와 마찬가지로 비극을 당한 유가족을 상대로 한 인터뷰가 가장 힘든 작업이라며 사건기자로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요즘 논란을 빚는 백인경찰관의 흑인운전자 사살사건이나 그에 따른 흑인들의 I-5 점거시위 등은 그가 최근 취재 보도한 사건들이다.
기자 지망 청소년들에겐 재치 있고 지칠 줄 모르는 정열이 필요하다고 조언한 그는 기자직이 보수는 적은 편이지만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 풍부한 인생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고씨는 앞으로 소설을 쓰는 등 창작활동을 하고싶다며 기사작성을 통해 작가로서의 연습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스트사이드 누빌 맹렬 여기자
팸 시트(한국명 윤혜영, 25)씨는 서울에서 외국인학교를 다니다 88올림픽이 개최되기 직전 오리건주의 로즈버그로 가족과 함께 이주해왔다.
98년 저널리즘의 명문 노스웨스턴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포틀랜드(오리건주)와 오스틴(택사스주)의 TV방송국에서 인턴과정을 거쳐 로즈버그 뉴스 리뷰에서 예술·연예담당기자로 6개월간 근무한 후 시애틀 타임스로 옮겼다.
타임스의 자매지인 왈라왈라 유니온 블레틴과 야키마 헤럴드에서 각각 4개월간 인턴근무를 한 후 재작년 6월부터 시애틀에서 근무하고 있다.
현재 3년간 수습기자로 근무하고 있는 시트씨는 예술·연예부문을 담당하다 지난 2월 교육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녀는 지난 번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김동성 선수가 억울하게 실격판정을 받아 금메달을 놓친 직후 한국일보를 찾아와 한인사회의 반응을 취재하기도 했다.
그녀는 또 시애틀의 한인 노인회에 관한 특별기사를 쓰는 등 한인사회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시트씨는 내달 벨뷰지국으로 발령 받게 돼있다며 이스트사이트 지역을 발로 뛰는 맹렬 여기자가 되겠다고 벼르고 있다.
/김정태기자 ckim@ihk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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