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하탄 일궈온 한인 자영업
▶ (6) 잡화 . 도매
맨하탄 브로드웨이를 중심으로 5애비뉴와 6애비뉴 사이, 남북으로는 24가부터 34가까지 직사각형 지역을 흔히 ‘브로드웨이 한인 도매상가’라고 부른다. 이 지역은 지난 70년대초 가발을 취급하는 한국기업과 한인들이 창고와 사무실을 임대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공동화 현상을 보이면서 ‘죽어가던’ 이 지역이 지금처럼 활성화된데는 한인 도매업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한인타운’인 32가 상가가 형성된 것도 브로드웨이 한인상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후 한인 도매업소들은 모자와 주얼리, 신발, 가방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시작한다. 지난 79년에는 현 뉴욕한인경제인협회의 전신인 ‘브로드웨이 한인상인번영회’가 결성됐으며 8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인 도매업체가 300여개가 넘을 정도로 팽창했다.
그러나 브로드웨이 한인 상가의 살인적인 렌트 인상과 인도와 중국계 등 타민족의 침투로 한인 상권은 크게 잠식당하게 된다.
현재 브로드웨이 상권의 한인 업소는 200여개, 전체 상권의 60% 정도로 지난 80년대 당시 80~90%를 차지하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뉴저지와 커네티컷 등으로 빠져나가는 한인 도매업계도 계속 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대규모 한인 도매상가를 구입해 이전하는 문제도 논의되고 있다.
■ 수입도매업계
가발에서 모자와 가방, 주얼리, 장갑, 액세서리 등으로 다변화된 한인 도매업계는 한국 일변도의 무역 거래선을 중국과 대만, 필리핀 등 동남아지역, 심지어 동유럽 지역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중국산 상품의 수입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카프를 취급하는 ‘코코’의 주휘 사장은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저가의 중국산이 대량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산 상품의 대량 유입은 중국계 도매업소의 진출과도 맞물린다. 인건비 등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한인 도매업자들의 주거래상품인 중국산 상품 수입에 있어 중국계 업자들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중국의 WTO 가입으로 중국산 상품의 쿼타 제한이 점차 줄어들면서 중국 현지 업체들의 브로드웨이 진출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단일 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던 한인 도매업계가 품목 다양화를 모색하기도 하고 히트 상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같은 대내외적인 위기의식을 대변한 것이다.
뉴욕한인경제인협회 강병목 이사는 "한인 업계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히트상품을 개발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한인 도매업계는 시대에 발맞춘 전자상거래를 통한 비용 절감 노력과 공동 브랜드 개발 등의 공동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 소매 잡화업계
한인 잡화업소의 발전은 도매상가의 그것과 비슷하게 일치한다. 의류와 신발을 제외한 모든 물품을 취급하는 잡화업소들은 지난 70년대 중반 한인 도매상가가 형성되면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다. 특별한 경험이 없어도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맨하탄 일대 잡화업소는 현재 100여곳으로 다운타운과 업타운에 분산돼 있다. 다운타운의 잡화업소들은 주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기념품 판매에 집중하고 있으며 업타운은 흑인과 히스패닉 등 저소득층을 주대상으로 하고 있다.
잡화업계는 그러나 88년 이후 저가의 중국제품이 수입되고 디스카운트스토어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경쟁력이 약화된다. 일부 업소들은 뷰티서플라이 업종으로 전업하거나 아예 폐업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한인 잡화업계는 저가의 디스카운트 스토어와 경쟁하기 위해 차별화 전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예전처럼 무조건 많은 품목을 갖다놓기 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제품을 취급하거나 업소내에 셀룰러폰이나 화장품 등의 섹션을 병행하는 노력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뉴욕한인잡화협회 이동구 이사장은 "저가 할인 업소와의 차별화와 상품의 고급화 전략이 맨하탄 한인 잡화업소의 살 길"이라고 지적했다. <김주찬·김노열 기자>
■’메트로 플라자’ 유인목 사장
"변신 안하면 설땅 잃어 차별화로 틈새 노려야"
"이제 차별화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합니다."
맨하탄 업타운에서 ‘메트로 플라자’(200E.86st.)를 13년째 운영해오고 있는 유인목(47, 사진)사장은 "한인 잡화업소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문화와 고급화를 기본축으로 삼아 다른 경쟁업소와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앞으로 잡화업소들이 수십, 수백 종류의 품목을 진열, 판매하는 기존 방식만을 고집한다면 점차 설 땅을 잃어 버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격이 훨씬 저렴한 중국, 동남아계 업소들이 거세게 추격해오고 있는데다 대형 백화점들 조차 잡화업소들이 취급하고 있는 품목들을 속속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유 사장의 분석이다.
유 사장도 수년 전부터 이같은 이유로 적자에 허덕이면서 전업을 고려하는 처지에 놓였었다. 그러나 유사장은 3년전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과감하게 만물상이었던 업소를 여성 전문 패션 잡화점으로 변신시켜 나갔다. 품목도 고가 유명 브랜드를 중심으로 대폭 바꿔 나갔다. 이미 진열 품목의 80% 이상을 여성들을 위한 벨트, 가방, 악세서리, 스카프, 모자 등으로 꾸민 상태.
사업 구조를 수익성이 낮은 남성 품목을 줄이는 대신 소비성이 강한 여성 고객 중심으로 개편하는 게 유리하다는 유 사장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이같은 유 사장의 아이디어는 요즘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업소가 여성 전문 잡화점으로 알려지면서 인근 주민들은 물론 타지역에서도 손님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게 업소측의 설명이다.
유 사장은 "차별화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해 나간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습니다. 고객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끊임없이 선보이는 것만이 확실한 살길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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