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카드가 고급화되고 있다. 사용한도액 무제한에서부터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못했던 최고급 서비스도 제공된다. 유명 호텔의 업그레이드 서비스는 기본이고 비행기 여행 때는 항상 일등석이 예약된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고급 크레딧 카드는 미국인들의 ‘부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는 시대가 열렸다.
한동안은 골드 카드가 유행했다. 카드 발행회사에서 최고 신용도의 고객에게 주는 일종의 ‘특전 카드’였다. 이것은 잠시 후 ‘플래티늄’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 요즘은 이 보다 한수 위인 ‘타이태늄’ 카드로 선회했다.
카드 회사마다 고급 카드를 발행하는 속사정이 따로 있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첨단 상품을 충동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부채율이 증가한데다 경기침체로 연체율이 기록적으로 상승하자 카드 회사들은 돈 잘 쓰고 잘 갚는 고객들에게 각종 특전을 제공하며 ‘영원한 고객’으로 묶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A회사가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면 B회사도 뒤질세라 최고 카드를 발행해 주며 발목을 잡는다.
과거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판매가 요즘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으로 바뀌는 미국의 일반적인 판매 전술 변화도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이들을 상대하는 것이 까다롭고 돈 쓰기 두려워하는 중산층보다 더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최상급 카드로 인한 소비자들의 위험성은 적지 않다. 소비심리가 자극돼 "쓰자" 분위기에 젖어 감당하기도 힘든 씀씀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크레딧 카드 업계의 뉴스레터인 ‘닐슨 리포트’에 따르면 이미 ‘플래티늄’ 카드 고객의 상당수가 카드 빚이 늘어나 파산했다. 또 지난 2년간 그 숫자는 최소 100만명으로 두 배가 늘어났다. 이 때문에 카드 회사들은 ‘플래티늄’의 사용 한계와 서비스 등을 대폭 강화했다.
이들 카드 다음으로 등장한 것이 신소재 메탈의 이름을 딴 ‘타이태늄’ 등 최고급 카드다.
미 3대 크레딧 카드 회사의 하나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2년 전부터 일부 ‘선택된 자’에게만 제공하는 ‘센추리온 카드’(Centurion Card)를 선보였다. 색깔이 검어 ‘블랙카드’라고 불리는 이 카드는 24시간 여행 관련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일부 항공사의 일등석이 보장된다.
구하기 힘든 ‘몸바사’ 핸드백도 전화 한 통이면 자신이 묶고 있는 호텔로 즉각 배달이 된다. 매진된 스포츠나 공연티켓도 고객 서비스에 문의하면 짧은 시간 내 구해주기도 한다. 현재 불랙카드 소지자수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측의 함구로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대략 5,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렇다고 돈이 많은 부유층 고객만을 위한 카드는 아니다. 모든 크레딧 발급 기준이 그렇듯이 블랙카드 역시 신용도와 잦은 카드 사용자에게 제공된다. 비공식이기는 하지만 불랙카드의 발행기준은 연간 사용액수가 15만달러에 달해야 한다. 또 60년대 초반부터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고객이면 일단 발급대상이 된다. 빚이 많아도 된다. 꾸준히 갚아나간 기록만 있다면 좋은 신용도를 인정받아 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공짜는 없는 법. 연 회비가 무려 1,000달러나 된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블랙카드보다 한 단계 아래인 플래티늄 카드도 발행하고 있다. 발급 자격도 까다롭지 않은데다 연회비도 300달러. 혜택 자체도 무료 재정상담은 물론이고 24시간 여행 및 기타 문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한계도 없다. 블랙카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비행기 여행시 일등석 업그레이드 서비스가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블랙카드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비싼 회비를 내면서까지 블랙카드를 받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만이 최상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급 카드를 발행하는 것은 아니다.
다이너스 클럽과 MBNA도 고급화 게임에 동참하고 있다. 업그레이드 서비스 뿐 아니라 현금 자동 인출기(ATM) 사용에 따른 수수료를 없애주고 예약이 어려운 골프코스의 티타임까지도 척척 잡아준다.
MBNA는 연회비를 받지 않고도 300달러 연회비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플래티늄 카드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렇다고 고급 카드만이 최상급 서비스를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일반 카드로도 24시간 여행 안내를 받고 각종 수수료를 면제받는가 하면 비행기 업그레이드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와 디스커버사는 사용액수에 따라 과거보다 더 많은 보상을 해주고 있다. 또 웨스틴, 셰라튼, W 호텔 등을 소유하고 있는 호텔 기업 ‘스타우드’는 최근 일반 아메리칸 익프레스 카드 소지자에게 호텔 사용 시간만큼 항공기 마일리지 추가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
매리옷도 가입 첫해만 연회비 30달러를 호텔 예약 우선 및 업그레이드, 24시간 관광안내 등의 ‘VIP’ 서비스로 고객을 맞는다. <김정섭 기자>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크레딧 카드 비교표
아메리칸 익프스레스 ‘플래티늄’
1-877-237-2069
연회비 300달러
사용한도액 없음
무료 재정상담
24시간 문의 및 여행안내
한계적 비행기 좌석 업그레이드
다이너스클럽 ‘카르트 블랑쉬’(Carte Blanche)
1-877-604-6723
연회비 300달러
사용한도액 없음
200개 이상 골프코스(세인트 앤드류스 포함)예약 서비스(72시간 전), 24시간 문의 및 여행 안내
MBNA ‘퀀텀’(Quantum)
연회비 없음
사용한도액 10만~25만달러
저소득층의 ‘블랙카드’로 불림
무료 ATM 또는 외국환전 서비스
24시간 문의 및 여행 안내
매리옷 ‘리워즈 비자 시그내처’(Rewards Visa Signature)
1-888-624-9604
(코드 4LBD)
첫해만 연회비 30달러
크레딧 한계 없음 그러나 발행사측은 "무한정 사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밝힘
여행 횟수가 잦은 여행자에게 좋음
매리옷 호텔 우선권(1만점 보너스 포인트 포함),
24시간 안내
디스커버 ’플래티늄’
1-800-347-2683
연회비 없음
5만달러 크레딧 한계
사용액의 1% 현금 환불.
만일 환불액으로 아메리칸 항공을 이용하거나 지정 소매점을 이용하면 2% 환불 가능.
여행 안내 서비스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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