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최고 부자는 누구일까. 절대적 기준으로 보면 단연 빌 게이츠다. 포브스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이 최고 치에서 반값으로 떨어졌음에도 그의 총재산은 2001년 현재 540억 달러로 2위인 워렌 버핏보다 200억 달러나 많다.
그러나 미국 경제에서 차지한 비중으로 따지면 게이츠도 록펠러의 상대는 되지 못한다. 독점 금지법에 의해 10개로 쪼개진 그의 회사 중 하나에 불과했던 엑손 하나만도 얼마 전까지 세계 최대 기업이었던 점을 보면 그가 얼마만한 부를 쌓았었는지 알 수 있다.
그런 록펠러를 능가한 인물도 있다. 로마의 최고 부자 크라수스가 그 사람이다. 기원 전 1세기 로마 전성기 때 최대의 부호였던 그는 나라 경제 규모와 비교할 때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재산을 모았던 사람의 하나다. 그가 얼마나 악착 같이 돈을 벌었는가를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당시 로마에는 대부분의 건물이 목조로 지어져 불이 잘 났으나 소방서가 없었다. 어느 동네에서 불이 났다 하면 제일 먼저 뛰어오는 사람은 크라수스와 그의 소방대원들이었다.
그러나 그의 목적은 불을 끄는 것이 아니었다. 자기 집에 불이 붙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주인에게 다가가 "저 집을 내가 살 테니 팔라"며 헐값을 제시한다. 주인이 "아니 어떻게 그렇게 싸게 팔 수 있느냐"고 항의하면 "조금 더 있으면 모두 타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테니 지금이라도 어서 팔라"고 재촉한다. 주인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인을 하면 불을 끈 후 수리해 거액을 받고 되파는 수법을 썼다.
이렇게 거만의 부를 쌓은 그는 누구보다 비참한 최후를 마쳤다. 당시 로마의 최고 실력자 폼페이, 그 때까지만 해도 별 볼 일 없었던 2류 정치인 시저와 함께 3두 정치를 펴나가던 그는 시저가 지금의 프랑스인 골 지역 정복에 성공해 나날이 인기가 올라가자 자기도 무공을 세워 로마 제1인자가 되겠다는 야심에 불타기 시작한다.
그가 정복 대상지로 택한 곳은 지금의 이란인 파르티아였다. 60 노구에 3만 5,000이란 대군을 이끌고 원정에 나서지만 BC 53년 카레 전투에서 대패, 목숨을 잃는다. 때 마침 그리스 비극을 감상하고 있던 파르티아 왕은 부하가 잘려진 크라수스의 머리를 들고 들어오자 무대 위로 집어던졌다는 기록이 전해오고 있다.
한국 출판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의 하나인 ‘상도’를 TV 드라마로 만든 연속극 ‘상도’가 최근 끝났다. ‘너무 늘리기를 했다’느니 ‘원작에 충실하지 못하다’느니 말들이 많았지만 TV 때문에 책이 더 팔린 것은 분명하다. LA에서도 소설 ‘상도’는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가장 잘 팔리는 책의 하나다.
빽이 아니라 정직과 신용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도 물론 이 소설의 메시지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인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과욕임을 지적했다는 점이다. 주인공 임상옥의 목숨을 살려준 세 가지 보물 주머니 중 두 번째에서 나온 솥 정(鼎) 자는 세상에는 명예와 돈과 권력의 세 가지 영역이 존재하며 어느 누구도 이중 하나 이상을 가지려 해서는 화가 미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임상옥은 함께 권력을 쥐자는 홍경래의 유혹을 뿌리치고 명예의 영역은 김정희에게 양보함으로써 분수를 지킨다.
그를 살린 마지막 보물인 계영배(戒盈盃)도 마찬가지다. ‘가득 참을 경계하는 잔’이란 뜻의 이 잔의 가르침도 지나친 욕심을 버리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임상옥은 만년에 자기 재산을 모두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고 작은 정원이 있는 누옥에서 생을 마감한다.
장사를 해서 벌 수 있는 돈의 한계는 없다. 한 푼도 없을 때는 몇 십 달러가 아쉽지만 몇 십만 달러를 벌면 100만 달러를 벌겠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돈을 버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 여기 넋을 뺏기면 본인과 주위가 모두 불행해진다. 어느 소수민족보다 자영업자가 많은 LA 한인들은 자칫 ‘아메리컨 드림’을 성취하겠다는 욕심에 빠져 어떻게 사는 삶이 진정 가치 있는 삶인가를 잊기 쉽다. 평범하면서도 깊은 진리를 흥미롭게 전한 ‘상도’가 LA에서 널리 읽힌다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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