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맨하탄 일궈온 한인 자영업
▶ (4) 봉제업
뉴욕 한인사회 각 직능단체들의 현황을 사람의 나이로 비교하자면 봉제협회(회장 양광석)는 ‘어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70년대 중반부터 뉴욕에 자리잡기 시작한 한인 봉제인들은 90년대 들어 네일업계와 청과업계가 겪은 노동국 단속 문제와 노조 문제를 당시 이미 경험했었다.
’봉제 구역’(Garment District)이라고 불리는 맨하탄 38가와 8 애비뉴를 중심으로 형성된 맨하탄 한인 봉제업계가 협회를 구성한 것은 지난 1981년 3월이었다.
뉴욕 한인 봉제업계의 원로 중 한 명인 양광석 현 협회장은 "당시 몇몇 회원들이 노동국 등 당국의 단속에 대응하기 위해 협회를 결성했다"며 "그후 지속된 발전을 거듭, 이제는 원청업자들에게 회원사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인터넷을 통해 구인·구직 정보까지 알리는 한인사회의 모범 단체가 됐다"고 말했다.
한인 봉제업계는 지난 70년대 후반부터 노동국 단속과 노조라는 ‘홍역’을 앓은 바 있기 때문에 현재 한인사회 그 어느 직능단체들보다 이 문제에 대한 방안 및 해결책이 잘 마련돼 있다.
봉제업계 종사자들의 해결책이란 단순하다. "법을 지키는 것만이 문제를 확산시키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협회는 그동안 노동청, 이민국, 국세청 관계자들을 초청, 회원사들을 상대로 수없이 많은 세미나를 개최해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원들이 관련 법규에 대해서는 웬만한 변호사들보다 더 잘 알고 있다.
■ 정복해야할 어려움
당국의 각종 단속을 잘 극복하고 있지만 봉제 업계가 처해 있는 어려움은 상당히 많다. ▲9.11 테러 사건으로 인한 전반전인 업계 경기 침체 ▲상당수의 원청업자들이 생산비 절감을 위해 수주처를 남미지역이나 동남아시아로 옮기고 있는 현상 ▲날로 치솟는 맨하탄 소재 공장의 임대료 ▲업체들간의 제살깎기식 가격경쟁 등이 있다. 사실 지난 1∼2년간 공장을 운영하다 폐업하거나 다른 업종으로 전업한 한인 업체들이 30∼40 군데에 이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맨하탄에 위치한 봉제협회 회원사들은 80여곳에 달하고 있다.
양광석 봉제협회장은 "원청업자들의 해외 수주가 남미지역에서 동남아 지역으로까지 확대되면서 한인이나 중국계 봉제 업소들이 심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경영개선과 품질향상, 거래선 다변화, 기계 자동화 시스템 도입 등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한인 봉제인들은 중남미 진출도 시도했으나 대부분이 득 보다는 실을 경험하고 돌아오는 추세다.
멕시코와 과테말라, 푸에르토리코 등으로 진출한 한인 봉제업체들은 노조와 일부 부정부패한 현지 관료 문제로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돼 공장을 포기하고 돌아오는 사례가 많았다.
중국과 대만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뉴라운드 출범 역시 한인 봉제인들에게는 결코 좋은 소식이 될 수 없었다.
해외에서 수입되는 섬유와 직물에 대해 부과하는 관세가 낮아지고 쿼타는 늘어나 미국내 섬유 및 봉제업계가 값싼 수입품에 의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들어 한인 봉제인들은 중국과 월남 등 동남아 지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중남미에서 겪은 ‘실패’로 인해 섣불리 덤비지 않고 조심스럽게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 회장은 "중국과 월남에 공장을 세울 경우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을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에겐 생소한 사회주의 정부의 규정 등을 신중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봉제업계의 미래
현재 맨하탄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봉제인들 중 대부분은 업계의 모든 노하우를 잘 알고 있는 ‘베테랑’들이다. 그들의 생존 이론은 "끊임없는 연구와 품질 향상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움이 많다 하더라도 능력과 신용이 있으면 원청업체들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비록 업종은 다르지만 한인사회 각 직능단체들이 ‘어른’ 업계인 봉제업계가 현재 처해 있는 어려움을 어떻게 잘 극복해 나가는 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전 봉제협회장 이용희씨
"어려움 겪고 있지만 봉제업 미래 낙관적"
"의식주라는 개념이 없어지지 않는 한 봉제업계는 계속 번창할 것입니다."
지난 30여년간 오로지 봉제업계에서만 몸담아 온 이용희(뉴욕한인 봉제협회 전 회장, 곱다 패션 대표)씨는 뉴욕에 발을 디딘 지난 85년을 떠올리며 말문을 열었다.
"당시 회원들과 함께 퀸즈의 한 족발 전문 식당에 자주 모여 봉제 업계의 미래를 논하곤 했습니다. 그때 나온 얘기가 ‘아마 한인 봉제 업계는 5년을 채우지 못할 것이다’라는 것이었죠. 그러나 15년이 넘은 오늘 아직까지 잘 버티고 있지 않습니까?"
이 전 회장이 뉴욕에서 봉제 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한 85년은 뉴욕 한인 봉제업계의 전성기 시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의류 단가가 그 당시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단가는 오르지 않았지만 인건비와 공장 렌트비는 엄청나게 인상됐습니다. 따라서 많은 한인 봉제업계 종사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계화를 통한 기술 개발로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 전 회장은 봉제업계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예전에는 중국계 봉제업자들이 한인 봉제업계의 경쟁 대상으로 대두돼 왔지만 요즘에는 히스패닉계까지 브롱스와 브루클린에서 봉제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산이 높다 하더라도 한인 봉제인들은 꿋꿋하게 역경을 이겨낼 것입니다."
이 전 회장은 "봉제야말로 비즈니스에 대해 연구를 하면 할수록 노하우가 생기는 업계"라며 "모든 비즈니스에는 호황과 불황이 있듯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봉제 업계도 곧 일어서리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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